‘낙하산’ 논란 속 취임했던 백기승 KISA 원장, 박수 받으며 퇴임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백 원장은 11일 KISA 나주청사에서 직원들과 조촐한 퇴임식을 가졌다.
백 원장은 지난 2009년 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이 통합해 출범한 후 임기를 마친 첫 KISA 원장으로 기록되게 됐다.
정보통신기술(ICT)와 정보보호 분야 ‘비전문가’라는 우려와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출신의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난 2014년 9월 4대 KISA 원장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임기 동안 KISA를 책임 있게 이끌어 인터넷 진흥과 정보보호 전문기관으로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대 원장부터 3대 원장까지 줄줄이 중도 퇴임한 영향 탓인지, 기관 출범 5년이 흘렀음에도 미흡했던 조직의 화학·물리적 통합은 4대 원장인 백 원장 재임기간에서야 해결할 수 있었다.
다부처 업무를 수행하는 KISA의 특성상 비효율적이던 조직구조를 기능 중심으로 개편해 효율화한 것도 백 원장의 의지로 이뤄졌다.
백 원장은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던 KISA의 계약직과 비정규직 비율을 크게 낮추고 이직률까지 줄인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퇴임 직전 기자들과 가진 자리에서 백 원장은 “부임 당시 44%였던 비정규직 비율을 24%으로 낮췄고 17%에 달하던 이직률은 나주 이전에도 불구하고 1.5%선으로 유지하고 있다”라면서 “‘낙하산’이라 불리며 KISA에 왔지만 기관장 행세만 하다 임기만 채우고 가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열심히 뛰었다. 그러다보니 조직과 직원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KISA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우수(A) 등급을 받기도 했다.
백 원장은 재임기간 내내 ‘융합과 연결, 협업, 공유, 개방이란 ICT·시대적 가치’를 강조했다.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도 중요성이 매우 커진 공유·협력을 실현하기 위해 KISA가 주축이 돼 나섰다.
국내외 주요 보안기업들이 참여하는 ‘사이버위협 인텔리전스 네트워크’를 마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KISA는 사이버위협정보 분석·공유시스템(C-TAS) 기반 협력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해외 40개국 57개 정보보호기관과 함께하는 국제 사이버보안 협력체인 ‘CAMP(Cyber Security Alliance for Mutual Progress)’를 만들어, 정보공유 협력은 물론 국내 보안 제품과 기술 노하우를 해외에 선보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백 원장은 3년의 임기를 마치면서 KISA 원장직을 수행하며 겪은 경험과 소회를 담은 책을 남겼다. ‘혁신 국가의 적들’이라는 제목으로 펴낸 서적에는 국가 ICT 경쟁력과 사이버보안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언을 담았다.
KISA 퇴임 후 백 원장의 다음 행보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백 원장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 위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자리를 찾아보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KISA는 지난 달부터 신임 원장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공모 마감일이던 지난 5일까지 서류를 제출한 지원자들 가운데 6명이 심사를 통과해 현재 면접을 앞두고 있다. KISA 임원추천위원회는 면접을 거쳐 3명의 후보자를 빠르게 선정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추천할 예정이다. 이달 중 신임 원장이 선임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