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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영토를 지키겠다는 NBP 박원기 대표의 다짐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가 글로벌 서비스와 경쟁구도를 이루면 국내 IT산업의 생태계도 살아남을 있는 수 있는 땅이 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클라우드에 시장을 완전히 내주면 그동안 파트너(협력업체)로 살아왔던 국내 IT업체들은 설 자리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 땅을 완전히 빼앗길 것이냐 아니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습니다.”

인터뷰 중이던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의 박원기 대표의 얼굴이 갑자기 상기됐다. 얼마 전 삼성SDS 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파트너 제휴를 맺었다는 소식이 화두로 던져졌을 때부터였다.

소위 ‘IT서비스 빅3’가 클라우드 시대에 자생하지 못하고, 모두 외국계 클라우드의 유통점이 된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SDS, LG CNS,  SK(주)C&C는 각각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아마존웹서비스(AWS), IBM 클라우드의 유통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 IT서비스의 파트너들이다. 3사 아래에는 싫으나 좋으나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있다. 이들은 대기업 IT서버스 업체가 이루는 생태계에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을 공급하며 매출을 내고 직원들에게 월급을 준다. 대기업 IT서비스 업체들이 비판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생태계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대기업 IT서비스들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의 최종 공급자가 되면 이런 생태계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삼성SDS가 삼성그룹에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를 판매하는 프로세스 안에 중소 협력사가 끼어들 틈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가 생존하는 것은 중요하다. 국내 파트너들의 공급처가 생길뿐 아니라, 글로벌 서비스의 국내시장 독점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박원기 대표는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NCP)’이 일종의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듯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으로서 클라우드 영토를 지키는 역할 말이다. 전 세계 검색 시장이 구글에 점령당했음에도 네이버만이 국내 시장을 지켜냈듯이 NCP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박 대표는 “기존에는 국내 대기업 빅3가 IT산업의 지배자였다면, 이제는 해외 클라우드 빅3가 그 역할을 하게 돼 국내 중소 IT업체들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네이버클라우드플랫폼(NCP)는 국내 업체들과의 파트너 시스템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첫 선을 보인 NCP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발전을 거뒀다. 27개의 제품에서 시작해 3개월 반만에 51개로 늘어났다. 리전(데이터센터의 단위)도 3개에서 5개로 증가했고, 상품 카테고리도 7개에서 9개가 됐다.

이에 따라 인프라 서비스(IaaS, Infrastructure as a Service)는 AWS에 뒤지지 않는 수준에 올랐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NAP의 IaaS 제품은 다른 국내 클라우드 업체보다는 훨씬 많고 MS나 구글보다도 약간 많다”면서 “제품구성 면에서 AWS와 유사한 수준에 올랐다고 본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사업에서 빠르게 제품을 늘려나가고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KT와 같은 국내 사업자가 발빠르게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진입해놓고 글로벌 사업자에게 시장을 내준 것은 이같은 지속적인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AWS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새롭게 선보인 제품 및 기능이 1000개에 달한다.

박 대표에 따르면, NCP 는 이제 플랫폼 서비스(PaaS, Platform as a Service) 면에서 AWS를 따라잡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PaaS는 제품 세 개, API 8개 총 11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9월에는 우리 자체의 PaaS 말고 고객의 PaaS를 저희 인프라에 올리는 공통(Common) PaaS를 제공할 계획이어서, 9월 이후에는 PaaS 면에서도 AWS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Software as a Service, SaaS)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솔루션을 NCP에 탑재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9월이나 10월이면 저희의 전체 플랫폼이 완비되는데 국내 솔루션을 찾아서 탑재할 것”이라면서 “연말쯤에는 마켓플레이스도 열어서 저희가 개입하지 않고도 좋은 솔루션을 SaaS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NCP의 장점을 ‘개방성’이라고 설명했다.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는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구조인데 반해 NCP는 언제든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AWS, MS, IBM은 락인(Lock-In)하는 솔루션이나 제품이 많아서 다른 클라우드로옮겨가려면 손을 대야 할 것이 많다”면서 “반면 네이버나 구글의 클라우드는 다른 클라우드에서 이전해 오거나 이전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NCP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클라우드 분야에서) 글로벌 상위 5위 기술 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목표를 밝히자 IT업계의 많은 이들이 비웃었다. 허황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NCP는 목표를 변경하지 않은 듯 보인다. 계획한 대로 진도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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