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게 디자인은 뭘까?

애플은 매년 WWDC를 통해 디자인이 뛰어난 앱들을 소개하고, 시상하는 이벤트를 연다. 올해도 ‘애플 디자인 어워드(Apple Design Award, ADA)’가 열렸다. 이 상은 1997년 휴먼 인터페이스 우수상(Human Interface Design Excellence, HIDE Awards)으로 시작해 올해도 20주년을 맞았다. 애플은 ADA를 통해 잘 만든 앱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애플이 바라는 그 해의 앱 디자인의 흐름을 잡기도 한다.

이 상이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디자인’이라고 하는 부분을 단순히 ‘미적 요소’만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예쁜 앱이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기술적으로도 뛰어나야 하고, 장애인들을 위한 접근성이나 여러 국가의 이용자들을 위한 로컬라이즈도 중요하다. 결국 앱이 애플의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언어나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앱이 잘 만들었다는 평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 ‘좋은 디자인’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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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디자인 상을 받은 앱들을 살펴보면 이 요소들이 잘 눈에 띈다.‘블랙박스’는 70가지가 넘는 퍼즐을 푸는 게임 앱이다. 겉보기는 아주 단순해 보이는데 이 게임은 터치스크린 입력을 받지 않는다. 대신 기울기, 가속도, 카메라 등 센서를 활용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앱 개발사인 라이언 맥리오드(Ryan McLeod)는 앱을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한다. 한 화면에 너무 많은 정보를 담으면 이용자들이 어려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앱 개발자가 원하는대로 이용자들을 이끌어가고 재미를 느끼게 하려면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디자인의 중심으로 잡았다는 게 개발자의 설명이다. 또한 일반적인 터치 입력 대신 센서를 게임과 연결한 부분도 기술적으로 디자인의 고정 관념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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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 관리 앱인 ‘에어메일(Airmail)’도 올해 디자인 상을 받았다. 사실 에어메일은 e메일을 좀 쓴다는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일 클라이언트다. 이번에 디자인 상을 수상한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에어메일이 디자인적인 변화를 꾀한 근본적인 이유는 ‘쉽고 즐거운 e메일’에 있었다. 그리고 에어메일의 디자인은 많은 메일을 스트레스 없이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꾸렸고, 메일 내용을 캘린더에 넣거나, 미리 알림에 넣을 수도 있다. 필요하면 메일을 미뤄두었다가 나중에 읽을 수도 있다. 그저 읽고, 쓰는 게 전부였던 메일에 기술적, 미적 요소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할 일 관리를 하는 ‘씽즈’도 상을 받았다. 씽즈는 얼마 전 씽즈3로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한 바 있다. 씽즈3의 핵심은 쌓이는 일들에 대한 정리를 쉽게 하고, 일을 마쳤을 때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데에 있다. 또한 씽즈3은 기존의 스큐어모피즘을 벗어나 플랫 디자인으로 새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 사실 씽즈의 새 버전은 업데이트가 아니라 새 앱으로 출시되어서 새로 구입해야 한다. 씽즈를 만든 컬처코드는 “생산성을 높이면서 단순한 디자인을 꾸리려다 보니 기존 앱의 업데이트가 아니라 시작부터 새로 만들었다”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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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앱인 ‘베어(Bear)’도 만날 수 있었다. 베어는 아주 단순한 ‘글 쓰기’라는 주제에 디자인적인 고민을 많이 한 앱이다. 화면 구성을 단순화해서 글 쓰기에 집중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일상적인 글 쓰기부터 책 쓰기까지 아우르는 도구들을 품고 있다. 또한 개발자들은 베어를 이용해 코드를 입력할 수도 있다.

베어는 단순해질 수 있는 글 쓰기 앱에 글꼴같은 기본적인 요소들을 신경 써서 차별화를 만들어낸 사례다. 특히 한글이나 러시아어를 비롯한 11개 언어로 현지화를 했다. 단순한 메뉴 번역이 아니라 각 언어의 글꼴이 앱과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화면 구성에 신경 썼고, 앱에 적합한 글꼴들도 디자인적인 요소를 감안해 골라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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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웠던 것은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글꼴의 모양을 바꾸거나, 색 대비를 높여 시력이 약해도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이 앱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적 요소, 기능, 그리고 현지화와 접근성까지 두루 갖춘 앱이다.

디자인이라고 하면 그저 예쁜 것, 보기 좋은 것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디자인 어워드는 앱의 기본적인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이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본지에 빠르게 접근하고 언어나 신체적인 불편이 앱을 가로막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이 앱에 녹아 들어야 한다. 우리는 ‘디자인’이라는 말에 얼마나 많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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