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샐러리맨 신화, 교장 선생님이 된 이유

이준우 국립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교장

이준우 국립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교장

이준우 교장을 만나러 구미행 기차에 오르면서 사실은 팬택 이야기를 묻고 싶었다. 이 교장은 1993년에 팬택(당시 현대전자산업)에 산학협력 연구원으로 들어가 대표까지 오른 샐러리맨 신화다.

한때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팬택앤큐리텔의 히트 상품과 기술은 대부분 이준우의 손을 거쳤다. 2012년 팬택이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사업총괄을 맡아 중흥기를 이끌었고, 회사가 어려워지자 구원투수로 등판해 기업회생과 M&A를 총괄했다.

그는 자신의 표현대로 “사원에서 시작해 대장까지 해 본” 유일한 팬택인이다. 이 교장은 아직도 자신이 대표 시절에 출시했던 팬택의 ‘베가아이언2’를 사용한다.

그는 지난해 9월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신임 교장으로 부임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팬택의 흥망성쇠를 모두 겪어낸 뼛속까지 기업인인 그가, 갑자기 교장 선생님이라니.

이 교장을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은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보였다. 교사만 30년 했다고 해도 믿을 지경으로 , 가슴팍에 달린 ‘교장’ 명찰이 꽤 어울렸다.

그에게 팬택 얘기를 꺼내니 학교 얘기부터 하잖다. 학교 오는 택시 안에서 들은 대로 “이 학교는 수재만 온다면서요”라고 묻자 “수재라니? 천재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동안 키워온 기업가 정신을, 이제는 학생들과 교육현장에 이식하는 것이 자신의 새로운 임무라고 강조했다. IT 산업 환경이 자꾸 달라지는데, 여기에 맞춤한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것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이 교장은 구미전자공고의 25회 졸업생이기도 하다.

갑자기 학교 행이라니, 너무 다른 길이어서 놀랐다

팬택을 그만두면서 쉴까, 사업을 할까 고민을 했다. 오라는 데가 있어 생각도 해봤다. 그러다가 다 접어두고 새로운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기에 모교에 교장을 새로 뽑는데 네가 한 번 해보라는 추천이 여기저기서 들어왔다. 모교는 ‘잘해야 본전’인 부담되는 자리일 수도 있어 쉽게 결정하진 못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부분에서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건가

마음 고생을 덜 한다(웃음). 물론, 학교는 그 나름대로 해야할 일이 많다. 지금까지 이 학교가 충분히 잘 해왔지만 더 좋게 고칠 부분은 있다. ‘일신우일신(날마다 새롭다는 뜻)’을 올해 경영방침으로 정했다.일신우일신. 학생도, 교사도 모두 마찬가지다. 교직사회의 변화가 약간은 느릴 수 있다. 그것도 일신우일신하면 해결될 문제다.

학교에 도전한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학교는 교장을 영어로 프린시펄(principal)이 아니라 프레지던트(president)라고 부른다. 학교를 (기업의) CEO처럼 운영하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돼 있다. 학교는 교육기관이지만 마이스터고는 학생을 좋은 기업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와 관련한 것들은 워낙 선생님들이 잘 하고 있으니까, 나의 역할은 학교에 기업가적 마인드를 연결하는 것이라고 본다. 학생을 새로운 산업변화에 맞게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하는 미션을 갖고 있다.

새로운 산업변화면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것일텐데. 교육현장에서는 소프트웨어 중심’ ‘코딩 교육등이 화두가 되어 있는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전문가가 많으니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서로 의견도 다를 수 있다. 이전의 산업혁명에는 각자 주류가 있지 않았나. 예를 들어, 인터넷이라고 하면 거기에 맞는 검색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식으로 해야 할 일이 명확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뭘 딱 어떤 과목을 배워야 한다는 것 보다는, ‘융합’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학생들이 해야 할 일은 서너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유연한 사고’다. 그 다음은 ‘자기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창의’와 ‘인간성’이다. 융합은 결국 사람을 연결하는 거다. 학교에선 유연성과 공부하는 습관, 창의, 그리고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결국 그런 사람들이 (잘) 살 수 있을 거다.

그런 면에서 이 교장이 학교에 줄 수 있는 역량은 무엇인가

학교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학교 평가나 취업률에선 지금 1등이지만 향후에 우리 학생들이 밖에 나가서 활동할 시기에도 우리가 1등일 수 있느냐에 대해선 의문이다. 글로벌 역량을 키워야 한다. 지금 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우리 학생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정하고, 키워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내가 상당히 보람있게 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마이스터고는 기술 쪽에 특화되어 있는 학교 아닌가

학교마다 가르치는 것이 조금씩 다르다. 우리학교는 전자와 메카트로닉스가 주요 과목이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총 824명의 학생이 있다. 이 학생들은 중학교 내신성적 평균 15% 내외에 드는 우수한 학생들이다. 여학생의 비중도 1/3 정도가 된다. 이 학생들이 와서, 이론과 실습을 동시에 배운다.

바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인가

그렇다. 기업과 연계되어 있기도 하고. 예전에는 대기업 취업률이 80%를 상회했다. 우리 학교는 더더욱 취업률이 좋았고. 그런데 최근엔 괜찮은 중소기업의 비중이 더 크고 있다. 일단, 대기업이 사람을 안 뽑기도 하고. 그런데 보면 정말 괜찮은 중소, 중견기업이 많다. 거기에 들어간 우리 학생들의 이직률이 매우 낮다. 이 얘기는 뭐냐면, 우리 학교 학생들이 회사가 원하는 인재이기도 한 거고, 또 중견기업도 괜찮은 곳이 많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팬택 얘기는 아직도 많이 부담스럽나

팬택에 관해서는, M&A 이후로는 별로 관여를 안 하고 있다.

팬택을 떠날 때, 기자들한테 ‘후련하다’고 표현하지 않았나. 근데 그 마음이 전부는 아니었을 것 같다

모두가 팬택은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포기했다. 끝가지 포기하지 않고 나랑 같이 한 친구가 몇 명 안됐다. 그런데 결국 회사를 M&A(팬택은 지난 2015년 쏠리드에 인수합병됐다) 시켰다. 팬택이 지속될 수 있게 된거니까, 거기까지가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회사는 마라톤이고, 이어달리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책임지는 구간에서 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바통을 내밀어야 한다. 내가 가다가 바통을 떨어뜨리거나 하면 편하게 떠날 수 없다. 일단 나는 뒷사람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나온거다. 나름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으니 후련하다고 표현한거다.

팬택이 어려워졌을 때 대표로 경영을 맡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있을 것도 같다

조금 더 선제적인 대처를 했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는 아쉬움은 있다. 자금 문제를 비롯해서 회사가 어려워지기 전에 큰 변화를 줄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런데 한 순간에 어쩔 수 없는 그런 상황까지 갔으니까. 우리가 2011년부터 2~3년간 스마트폰을 잘 했을 때 그때 변화를 줬어야 했다. 그런데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놓친 것 같다. 배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다. 그저 퍼낼 수밖에. 물이 들어오기 전에 짐을 덜어내든지, 아니면 다른데 안착을 시키든지 하는 계획을 세웠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팬택이 결국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유한 관련 특허 230건도 외국 회사에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하는데(해당 질문은, 인터뷰가 끝나고 난 이후 나온 보도에 근거한다. 전화로 추가 질문을 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지, 특허를 넘기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내가 명확히 파악하지 않았다. 그래서 거기에 코멘트를 하는게 어렵다. 어쨌든 아쉽다. 어떤식으로든지 팬택이라는 이름이 ICT 분야에 계속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은 있다.

향후 계획을 말해달라

37년 전, 내가 이 학교에 입학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먼 훗날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모교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루어 낸 성과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모교 발전을 위해 헌신을 다하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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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ies: 기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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