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10 업데이트 예고, 중심은 ‘클라우드와 머신러닝’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2017의 둘째날 키노트는 윈도우와 가상현실에 초점이 맞춰졌다. 윈도우는 그 동안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였고, 가상현실과 복합현실(MR, Mixed Reality) 역시 마이크로소프트가 PC와 모바일 다음 단계의 컴퓨팅 플랫폼으로 기대하는 환경이다.

이를 첫날 키노트 대신 둘째날로 미룬 것이 표현적으로는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전략은 머신러닝 기반의 클라우드 환경 위에서 서비스와 제품이 접점, 즉 엣지(edge)가 되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그리고 서비스들이 먼저 소개되는 것이 순서상으로 맞다. 윈도우로서는 서운할 수도 있지만 무게 중심의 변화라기보다 이야기의 흐름이 달라졌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 같다.

둘째날 무대는 윈도우를 총괄하는 테리 마이어슨 수석 부사장이 이끌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테리 마이어슨 부사장은 매년 몸집이 불어나는 것이 걱정스러울 정도였는데, 다이어트에 성공해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것도 인상적이었다.

테리 마이어슨 수석 부사장, 윈도우10의 변화만큼이나 그의 다이어트도 놀랍다.
테리 마이어슨 수석 부사장, 윈도우10의 변화만큼이나 그의 다이어트도 놀랍다.

윈도우10 가을 업데이트 예고, MS가 생각하는 콘텐츠의 가치

본격적으로 윈도우10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윈도우10에 메이저 업그레이드인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를 진행한 바 있다. 올 하반기에는 ‘가을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Fall Creator’s Update)’가 다시 이뤄진다. 여전히 윈도우10의 기본 틀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이용 환경부터 콘텐츠 제작, 앱 개발까지 큼직한 변화가 예고됐다.

테리 마이어슨은 먼저 머신러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시작은 사진 앱이었다. 사실 수 십년 동안 윈도우의 사진 관련 앱은 이렇다 할 변화도 없었고, 속도나 편의성 면에서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새 사진 앱은 디자인부터 달라졌고, 무엇보다 텍스트로 사진을 검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구글 포토를 비롯해 최근 사진 관련 서비스의 기본기다. 윈도우10도 아예 이를 기본으로 품었다. 또한 사진과 영상의 내용을 분석해 자동으로 콘텐츠를 묶어주는 ‘스토리 리믹스’ 기능도 들어간다. 기본적인 흐름은 콘텐츠의 내용을 읽어서 만들어내는데, 필요에 따라 특정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주는 부분도 재미있다.

새 윈도우10에 들어갈 사진 앱. 머신러닝으로 사진을 분석하고 특수 효과를 입힐 수 있다.
새 윈도우10에 들어갈 사진 앱. 머신러닝으로 사진을 분석하고 특수 효과를 입힐 수 있다.

여기까지는 여느 서비스들과 비슷한데, 마이크로소프트는 편집을 강화했다. 영상에 실시간으로 그림을 그려넣는 마크업(mark up)이나 특수 효과를 더할 수 있게 했다. 재미있는 것은 2D로 기록되는 영상을 분석해서 3D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모였다. 축구공에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불꽃 효과를 더하면 특수 효과가 공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이 3D 오브젝트는 표준 포맷으로 공개해 리믹스 3D 커뮤니티에 모인 것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필요하면 직접 만들어 쓰는 것도 된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앱 자체가 자마린 기반 유니버셜 앱으로 개발되어서 윈도우 뿐 아니라 iOS, 안드로이드에도 동시에 나오고, 앱에 관계 없이 콘텐츠와 편집 내용이 똑같이 공유된다.

이는 새로 발표된 ‘원드라이브 온 디맨드(One drive on demand)’와도 연결된다. 윈도우10는 기본적으로 원드라이브를 통해 오피스 파일과 사진을 온라인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원드라이브 온 디맨드는 이를 조금 더 확장한 개념이다. 각 폴더, 혹은 개별 파일의 보관을 클라우드와 동시에 하는 개념이다. 약간 헷갈릴 수 있는데, 파일을 여러 기기에 동기화한다고 보면 된다. 바탕화면을 원드라이브 온 디맨드로 동기화하고 사용자가 A PC에서 파일을 만들면 곧장 B PC의 바탕화면에도 똑같은 파일이 생기는 것이다.

파일이 클라우드를 통해 다양한 기기와 운영체제에 동기화된다. 윈도우 '서류가방'의 진화라고 보면 된다.
파일이 클라우드를 통해 다양한 기기와 운영체제에 동기화된다. 윈도우 ‘서류가방’의 진화라고 보면 된다.

또한 윈도우 탐색기에도 파일 동기화에 대한 정보가 생겨서 특정 파일, 혹은 폴더를 해당 PC에만 보관할지, 아니면 원드라이브에 보관할지, 혹은 여러대의 PC에 동기화할지를 정할 수도 있다. 이는 어떻게 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류가방’부터 수십년 동안 고민해 온 작업 파일의 이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풀어낸 기술이다. 또한 컴퓨팅의 흐름이 PC 하드웨어가 중심이 아니라 로그인하는 계정을 중심으로 작업 환경과 파일이 따라다니는 개념으로 바뀐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클라우드로 허무는 기기간 경계

기기간의 경계를 없애는 것은 클립보드에서도 나타난다. 데모에서는 안드로이드의 서드파티 키보드 앱인 ‘스위프트키(swiftkey)’를 이용해 문장을 복사하면 클라우드로 복사된 뒤 윈도우에서 붙여넣는 것을 보여주었다. 반대로도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식의 클립보드를 공유하는 API를 만들어 스위프트키를 비롯해 각 앱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다. 애플도 맥OS와 iOS 사이의 클립보드 공유를 내놓은 바 있는데, 이는 같은 운영체제 환경이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지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전혀 다른 운영체제, 혹은 다른 기기와 클립보드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하지만 API를 통해 풀어냈다.

클라우드를 이용해 클립보드를 통합한다. 다른 운영체제와 접점을 확대하는 것이다.
클라우드를 이용해 클립보드를 통합한다. 다른 운영체제와 접점을 확대하는 것이다.

테리 마이어슨은 이와 함께 “윈도우PC는 기기들을 사랑합니다(Windows PC loves Devices)”라는 말을 몇 차례 꺼냈는데 결국 윈도우를 중심으로 다른 운영체제 환경을 묶는 과정을 클라우드로 꾸리고 있었다.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운영체제에 대한 대한 아쉬움이 있겠지만 이번 빌드 키노트에서 공통적으로 비춰지는 것은 억지로 모바일 윈도우를 밀어부치기보다 iOS와 안드로이드 중심의 모바일 생태계를 인정하면서 클라우드를 이용해 윈도우와 접점을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리눅스에도 이어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부터 리눅스를 급격하게 끌어안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를 사랑합니다(Microsoft loves linux)’라는 말은 올해도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그리고 지난해 배시셸(Bash Shell)로 우분투를 끌어 안은 것처럼 올해는 수세(Suse)와 페도라(Fedora) 리눅스의 셸을 윈도우로 품었다. 셸을 열고 명령어를 입력하면 가상화나 에뮬레이션이 아니라 네이티브로 작동하는 식이다. 윈도우로 클라우드의 리눅스 시스템을 만질 수 있는 환경이 더 확장된 것이다. ‘윈도우는 개발자들의 고향(Windows is your home for development)’이라는 말도 빠지지 않았다.

우분투 외에 수세, 페도라 리눅스도 모두 윈도우 안으로 들어왔다.
우분투 외에 수세, 페도라 리눅스도 모두 윈도우 안으로 들어왔다.

디자인 가이드도 새로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플루언트 디자인 시스템(Fluent Design Syste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문자 그대로는 ‘유려한 디자인’이다. 요즘 디자인의 흐름인 플랫 디자인을 윈도우에도 입힌다고 보면 된다. 어떻게 보면 애플의 플랫 디자인, 구글의 머티리얼 디자인에 비해 가이드 제시가 조금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필요한 결정이었고, 그 결과물도 꽤 훌륭하다.

조 벨포어 수석 부사장은 새 디자인 가이드를 내놓으면서 윈도우의 UI에 ‘빛, 깊이, 움직임, 소재, 스케일’ 등 다섯가지 요소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앱 디자인은 더 플랫(Flat)해지고 그 심심함을 해소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레이어를 여러개 겹쳐 깊이를 만들어내는 식으로 멋을 내곤 한다. 윈도우10 역시 창이나 콘텐츠에 물리적 효과를 쉽게 주고, 소재감을 더한다거나, 깊이감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다른 디자인 가이드와 다른 점은 스케일 부분이다. 오브젝트를 주변 환경에 맞춰서 적절하게 크기가 조정되는 개념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동안 PC 속이 2차원으로 생각되던 것을 돌아보면 큰 변화다. 또한 이는 결과적으로 새 윈도우10 업데이트가 MR 등 가상현실 환경을 UX로 끌어들인다고 볼 수 있다. 앱에 깔끔하지만 화려한 효과를 코드 5줄로 입히는 데모는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머신러닝, 윈도우 사용 습관 분석까지 손 대

첫날 키노트를 통해서 비춰보면 윈도우10 역시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위에서 작동하는 ‘인텔리전트 엣지’의 한 부분이다. 인텔리전트, 그러니까 머신러닝이 확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몇 가지가 제시됐는데, 먼저 오피스365에 적용된 사용 분석 도구인 ‘그래프(Graph)’가 윈도우10으로도 확대된다. 먼저 윈도우의 사용 습관이 분석되고, 어떤 앱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분석이 타임라인으로 기록된다. 언제 어떤 앱으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이를 기반으로 코타나에게 “지난 주 수요일에 만든 엑셀 파일 열어줘”라고 명령하면 파일을 불러오는 식이다.

윈도우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이뤄진다. 물론 이는 프라이버시와 관련되기 때문에 남과 공유되지 않는다. ‘기기’가 아니라 ‘계정’의 중요성이 살아나는 것이다.

코타나 역시 이 사용 습관을 기억하고 있다. 아이폰의 코타나 앱을 열고 “아침에 읽던 뉴스 기사를 다시 열어줘”라고 말하면 윈도우에서 보던 뉴스 페이지를 연결해주는 식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클립보드나 원드라이브 온 디맨드처럼 기기간의 경계를 허물어내는 것이다.

윈도우10 가을 크리에이터 업데이트는 각 기능만으로도 주목받을만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업데이트의 방향성이다. 예전 같으면 ‘확장팩’이나 완전히 새로운 윈도우로 출시했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계속해서 메이저 업데이트를 통해 운영체제를 변화시켜가는 정책을 받아들였다. 살아있는 운영체제다. 경쟁사들이 운영체제를 다루는 방법을 따랐다고 말해도 할 말은 없겠지만 그 방법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새로 추가되는 요소들도 완전히 새롭다기보다 운영체제의 유행을 따른다고 볼 수 있다. 윈도우10은 변화에 유연하고, 아직 트렌드를 이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변화에 오랜 시간을 당연하듯 기다려야 했던 경험을 바꾸어놓았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이 한 장의 자료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 한 장의 자료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여기에 클라우드와 머신러닝을 접목하는 과정은 아주 흥미롭고, 다른 운영체제와 손잡는 과정도 파격적이고 세련됐다. 이날 키노트에서 가장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온 ‘아이튠즈’의 윈도우 스토어 입점은 그 변화의 직접적인 증거다. 애플의 무대에 오르는 오피스365,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무대에 오른 아이튠즈는 기업들이, 또 생태계가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다.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태계를 아우르고 다른 플랫폼을 받아들이는 관용이 윈도우 전반에 흐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변화하고 있다’는 말이 새 윈도우10도 빗겨가지 않았다.

“윈도우는 기기들을 사랑합니다”
“윈도우는 기기들을 사랑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호섭 기자>hs.choi@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