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네이버 김상헌 대표의 아름다운 퇴장

 

378456_20130111151114_842_0001지난 2009년부터 국내 최대 인터넷 업체 네이버를 이끌어왔던 김상헌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임으로는 네이버 서비스를 총괄하던 한성숙 대표가 이어받았다.

월급쟁이 CEO(?)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일이 뭔 뉴스거린가 싶지만, 많은 언론에서 김 전 대표의 퇴장을 보도했다. 그만큼 인상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김 전 대표가 회사를 떠나던 지난 17일, 네이버 본사 로비에는 김 전 대표에게 전하는 감사의 메시지를 담은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네이버는 회사 건물 외벽 조명을 이용해 ‘THX♥SH’라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땡쓰♥상헌’이라는 뜻이다.

17352548_10210276140354355_4688592142439501195_n이날은 김 대표가 떠나는 날이기도 하지만, 새 대표가 취임하는 날이기도 하다. 보통 떠나는 이보다는 새롭게 부임한 이가 주인공인 법인데, 이날은 떠나는 이가 주인공 같았다. 김 대표에 대한 회사와 직원들의 신뢰와 사랑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김 대표가 내부적으로 이런 평가를 받은 것은 스스로의 힘이 가장 클 것이다. 그는 네이버 최대 위기 시기에 회사를 이끌었다.

김 대표 취임 직후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되기 됐고, 모바일 광풍이 불었다. 변화는 포식자에게 가장 큰 위기다. PC 인터넷 시대의 포식자였던 네이버가 모바일 광풍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김 대표가 이끈 시기의 네이버는 살아남는 것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런 성과들이 오롯이 김 대표의 역량 덕분은 아니겠지만, 그가 부족했다면 네이버가 모바일 시대에도 이렇게 승승장구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 김 대표는 NHN의 성공적 인적분할, 정치권 및 언론과의 관계 정립 등 굵직한 이슈들을 부드럽게 처리해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아름다운 퇴장이 연출된 것은 이런 성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네이버라는 회사가 가진 기업문화가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날 퇴장한 것은 김 대표뿐만이 아니다. 네이버의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이해진 의장도 퇴장했다. 이 전 의장은 스스로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려놓았다. 이 의장은 회사 등기이사 중 한 명으로만 남는다.

nhn_leehaejin이 의장은 이제 유럽으로 갈 예정이다. 지난 10년 동안 직접 일본 시장 개척을 이끌었듯, 앞으로는 유럽 시장 개척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이 전 의장은 네이버의 대주주이긴 하지만 최대주주는 아니다. 그의 지분율은 겨우 4%대에 불과하다. 누군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뒤에 업고 쿠데타를 일으킨다면 언제든 팽당할지도 모른다. 네이버에는 이해진 의장의 친인척도 한 명 없다.

이런 리스크를 안고 있으면서 스스로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와서 유럽 시장 개척을 위해 최전선으로 간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런 모습은 다른 대기업에서 쉽사리 보기 힘든 광경이다. 편법 승계, 경영권 독식, 일감 몰아주기 등 국내 다른 대기업의 병폐를 네이버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해진 의장의 리더십은 위에서 지시하는 보스형 리더십이 아니라 앞에 나서서 개척해 나가는 리더십이었다. 이런 리더십이 김상헌 전 대표의 아름다운 퇴장을 연출시켰다.

네이버가 서비스 측면에서는 비판 받을 때도 있다. 그러나 경영적 측면으로 보면 가장 모범적인 모습을 보인다.

경쟁과 암투 끝에 패배해서 쫓겨나듯 떠나는 것이 아니라, 후배를 성장시켜 바통을 넘겨주고 떠나는 이런 모습이 다른 기업에서도 많이 연출될 때 한국의 기업들이 더 신뢰를 받을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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