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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옥션에서 장애용품 전용관을 탄생시킨 주역들

온라인 쇼핑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굴까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하겠지만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온라인 쇼핑이 무엇보다 유용할 것입니다. 온라인 쇼핑 기술의 발전은 장애인들도 일반인처럼 상품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줬습니다.

그런데 장애인을 위한 온라인 쇼핑 서비스는 별로 없습니다. 시장이 크지 않기도 하고, 각종 지원 제도가 오프라인 중심으로 만들어져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침에 클릭하면 오후에 집앞으로 물건이 배달되는 현 시대에 장애인들은 여전히 가족이나 친구에게 부탁해 오프라인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한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옥션에서 장애용품 전용관 ‘케어플러스’를 선보였습니다. 장애용품, 노인용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코너입니다.

이윤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기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이 불투명한 곳에 리소스를 투입하는 결정이 쉬운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직은 작은 코너에 불과하지만 장애인도 일반인과 같은 온라인 쇼핑 환경을 만들기 위해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옥션 홍보실의 홍윤희 이사, 자동차공구팀의 김순석 차장, 김정남 차장이 주인공입니다.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왼쪽부터 홍윤희 이사, 김순석 차장, 김정남 차장
왼쪽부터 홍윤희 이사, 김순석 차장, 김정남 차장

이 서비스의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은 홍 이사라고 합니다. 홍 이사는 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직접 경험한 것을 서비스에 반영하기 위해 사내에서 여러 사람을 설득했습니다. 홍 이사의 아이디어를 듣고 실행에 옮긴 것이 김순석, 김정남 차장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Q. 옥션 내에 전문관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순석 – 저희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이걸로 수익을 많이 얻거나 하겠다고 접근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애가 있는 분들도 온라인 쇼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진행했습니다

홍윤희 – 국내에 장애가 있는 분들이 250만 명입니다. 4인 가족이라고 계산하면 1000만명이 스스로 장애가 있거나 장애인 가족이라는 셈입니다. 여기에 노환이나 치매까지 합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납니다.

장애인 가족들은 걱정이 많지만 정보가 없습니다. 어떤 물품이 있는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 잘 알지 못합니다. 이런 점에서 케어플러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규모도 앞으로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욕구(니즈)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장애용품 시장의 규모가 작아보일 뿐입니다.

김정남 – 오프라인 장애용품 시장에 가격 왜곡 문제도 있습니다. 보청기 하나에 20~30만원에 살 수 있는데, 어떤 곳은 100만 원 넘게 팝니다. 장애인은 거동이 불편하니까 온라인 쇼핑이 꼭 필요합니다. 현재는 친구나 가족에게 부탁해서 구매를 하는데, 이들은 장애인이 원하는 상품이 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장애용품 전용관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회사 내에서 반대나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김순석 – 홍윤희 이사가 회사 내에서 처음 아이디어를 얘기했는데 여건이 잘 맞지 않았습니다. 의지가 있다고 해도 담당자가 변경되는 상황도 있었고, 기획만 하다가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작년에 제가 건강 카테고리를 맡게 되면서 홍윤희 이사가 아이디어를 줬고, 다시 시도하게 됐습니다.

홍윤희 – 4~5년 전부터 회사 내에서 이야기를 했어요. 사내 ‘모바일 아이디어 콘테스트’에 응모하기도 했죠.  2015년 말쯤에도 서비스 개발을 하려고 했었는데 조직개편 등이 맞물리면서 흐지부지 됐어요. 그러나다 작년 가을 옥션 구급함 코너가 생겼는데 여기서 시작했습니다.

김순석 – 밴드, 연고 등 약국에서 파는 이 잘 팔려서 그냥 파는 것보다 꾸며서 팔자고 해서 옥션 구급함을 만들었습니다. 이걸 보고 기능을 개발하고, 거창하게 시작하면 너무 오래걸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능을 넣고, 개발을 하려고 하면 수개월이나 1년씩 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단 코너로 시작부터 하자고 해서 케어플러스를 만들었습니다.

홍윤희 – 높은 분들은 이왕 할 거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그러나 그렇게 하면 개발 리소스를 투자해야 하는데, 케어플러스는 리소스 분배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요.

홍윤희 이사
홍윤희 이사

Q. 케어플러스를 운영할 때 애로사항이 있나요?

김정남 – 장애용품이라고 하면 막연합니다. 실제로 저희들은 장애인분들에게 필요한 물품이 뭔지 잘 모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휠체어나 욕창 방지용 물품 이런 거만 생각했는데 협회 등을 통해 장애인분들을 만나보니 훨씬 다양한 니즈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만 필요한 게 아니라 휠체어 악세사리도 필요로 합니다. 이런 물품을 구하기 어려워 해외에서 직구하기도 합니다. 저희가 조금만 노력을 하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첫 발을 뗐습니다.

홍윤희 – 청각장애인은 개를 키운다고 해요. 초인종 소리를 못 듣기 때문에 강아지의 반응을 보고 알기 위해서랍니다. 이런 점에서 케어플러스에서 애견용품을 판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손이 불편한 분들에게는 독서대나 빨대컵이 유용합니다. 휠체어에는 컵홀더나 거는 가방이 있으면 편리합니다.

이런 건 일반적인 물품이지만 케어플러스에도 필요한 제품이죠. 저희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장애용품이 많은데, 이런 정보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정남 – 상품이 많아야 하는데 지금 있는 상품은 장애인을 위한 것이 적고, 노인을 위한 상품이 많습니다. 장애용품을 판매하는 셀러들이 많아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김순석 – 장애용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장애가 몇 가지 있습니다. 물건을 파는 일은 원래 저희가 잘 하는 거니까 별 문제가 없는데, 장애용품 판매는 국가의 지원제도와 연계가 돼야 합니다. 장애인분들은 대부분 장애용품을 나라에서 지원금을 받아서 구매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상에서는 이런 프로세스가 없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증명서를 보여주면 되는데, 이것이 온라인화 돼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원금을 받기 위해 온라인에 상품이 있어도 오프라인에서 구매합니다.

김정남, 김순석 차장(왼쪽부터)
김정남, 김순석 차장(왼쪽부터)

Q. 그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마련 중인가요?

김순석 –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생각하고 있는 구상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건보공단이든 어디든 저희와 시스템을 연동해서 장애용품 구매자가 수급 대상인지 아닌지 인증해서 할인가에 판매하는 것입니다. 아니면 처방전 같은 것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올리는 방식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한두달 안에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고 다방면으로 고려 중입니다.

또 다양한 니즈를 듣기 위해 장애인 협단체 등 포커스 그룹하고 미팅을 하고 설문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어떤 용품 구매하는지, 어떤 상품이 필요한지 등 설문 진행했습니다.

Q. 앞으로 케어플러스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까요?

홍윤희 – 지금은 상품을 모아놓은 수준이에요. 저는 커뮤니티도 있으면 좋겠어요. 현재 장애인과 가족들은 복지관이나 병원 이외에 정보를 얻기 힘듭니다. 장애인 가족이 가장 불행하다고 느낄 때가 바로 정보의 부족으로 막막할 때 입니다.

예를 들어 밖에 나가면 어떤 장애물에 걸릴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이것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먼저 나가본 분이 경험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이 이를 보면 이런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습이다. 우리가 여행가기 전에 먼저 가본 사람의 블로그나 카페를 검색하는 것도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행동들이죠.

김순석 – 향후에는 서비스도 붙이고 콘텐츠도 넣고 온라인에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지금은 상품을 모아서 한 눈에 보여주는 수준에서 출시를 일단했습니다. ‘따뜻한 발명’과 같은 콘텐츠도 늘리고 각종 프로모션도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플러스, 펫플러스처럼 멤버십과 커뮤니티, 정보제공 기능이 담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플랫폼을 만들면 발전시켜서 정부지원금 문제 등까지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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