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직 데이터 가공·활용 후진국”

“데이터 활용 성숙도를 5단계로 나눈다면 한국은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사 데이터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엔코아컨설팅 김옥기 데이터 서비스 센터장의 말이다. 김 센터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엔코아컨설팅 본사에서 열린 ‘데이터 가공·융합·활용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kakaotalk_photo_2016-11-28-13-05-38_71김 센터장은 ‘데이터 과학, 어떻게 기업을 바꾸었나?’의 저자로 미국의 데이터 브로커 업체 액시엄(Acxiom) 출신이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2000년대 초반 미국 기업의 데이터 활용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사일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김 센터장은 지적했다.

‘사일로’란 곡식을 저장해 두는 원통형 창고를 가리키는 단어로, IT에서는 데이터가 회사 차원에서 통합되지 못하고 각 부서나 시스템에 각각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센터장은 기업의 사일로 구조 때문에 전사통합적 고객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빅데이터나 사물인터넷은 기업 전체의 데이터가 통합되는 4단계를 넘어, 산업간 데이터 통합이 가능한 5단계가 돼야 가능하다”면서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사상누각”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아울러 데이터 브로커 산업이 형성되지 않은 것이 ‘한국이 데이터 활용면에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브로커란, 각종 정보 소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보유하면서 고객기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가공해 공급하는 회사를 말한다. 김 센터장이 근무했던 액시엄은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 브로커 업체다.

액시엄은 세계인 7억명에 대한 포괄적인 소비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 데이터를 구매해 마케팅 등에 활용한다. 개인당 1500개의 가공정보와 1000여개의 추정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기반으로 액시엄은 지난해 약 10억달러(1조1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센터장이 데이터 브로커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런 기업들이 데이터 과학자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를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과학자의 역량이 중요한데, 각 기업 내부적으로 이런 데이터 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전사 데이터 통합은 몇 명이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전문회사가 필요한데, 한국의 경우 병목 현상이 여기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아울러 “미국 경제규모가 한국의 13배에 불과한데, 빅데이터 산업 규모는 150배에 달한다”면서 “(미국은) 데이터 가공 및 유통 산업에서 2020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97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한국에서는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데이터과학자가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데이터 관리자가 담당하고 있다보니 하둡 얘기만 하다가 분석으로 넘어가버렸다”면서 “개발자 위주의 빅데이터가 계속되면 현재 상태에서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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