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는 당신의 컴퓨터인가요?

애플이 최근 새로운 광고를 꺼내 놓았습니다. 오랜만에 아이패드가 중심에 올라 선 광고입니다. 내용은 평범해 보이지만 “당신의 컴퓨터가 아이패드 프로라면”이라는 메시지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보기에 따라 이 광고는 꽤나 흥미롭습니다. 애플은 이 광고를 통해서 우리의 컴퓨터에 대한 화두를 아주 가볍게 ‘툭’ 던졌습니다. ‘컴퓨터’라는 기계, 그리고 그 기기의 역할에 대해서 새로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10년 쯤 전에 모두가 입을 모았던 ‘포스트PC(post PC)’에 대한 조심스러운 메시지로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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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는 주인공 오베가 아이패드를 구입하러 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게 컴퓨터냐 아니냐를 놓고 점원이 진땀을 빼는 장면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좋은 컴퓨터냐”는 오베의 질문에 점원은 “좋긴 하지만 손님이 원하는 컴퓨터가 어떤 종류냐에 달린 문제”라고 답합니다. 이 챕터의 제목도 ‘컴퓨터가 아닌 컴퓨터를 사러 가다’입니다.

아이패드는 컴퓨터일까요? 컴퓨터는 뭘까요? 커다란 금속 상자 안에 빼곡한 부품들이 가득 차고,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통해 기기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전통적인 컴퓨터, 그 중에서도 윈도우 운영체제가 깔린 게 대표적인 PC였습니다. 이게 있어야 일이 됐고, 인터넷과 게임을 했습니다. 반도체 기술이 발전했고, 무선인터넷이 성장하면서 컴퓨터는 점차 크기를 줄였습니다. 전통적인 PC도 형태를 바꿔갔지만 휴대폰, PDA에서 시작한 손바닥 기기들도 급격하게 발전했습니다.

스마트폰은 컴퓨터일까요? 아이패드는 컴퓨터일까요? 머리는 컴퓨터라고 말하지만 가슴은 여전히 윈도우나 맥OS가 깔린 기기만을 컴퓨터로 받아들입니다. 자, 그럼 경험 면에서 맥북과 아이패드의 차이점은 뭘까요? 제 경우에는 상당 부분이 겹칩니다. 아이패드로 넷플릭스를 보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습니다. 또, 아이패드로 원고를 쓰고 사진과 영상을 편집하기도 합니다. 페이스북과 여러가지 메신저도 이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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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아이패드를 컴퓨터라고 부르기는 낯설지만 그 역할은 컴퓨터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굳이 전통적인 컴퓨터를 꼭 켜야 할 일이 아니라면 제가 쓰는 환경에서는 아이패드가 컴퓨터의 역할 중 상당 부분을 대체해 가고 있습니다. “이제 집에서 컴퓨터 켤 일이 없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컴퓨터를 켤 일이 없는 게 아니라 다른 형태의 컴퓨터로 대체되는 움직임이 있다는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를 내놨습니다. 무려 12.9인치 화면의 아이패드입니다. 애플은 이 아이패드에 ‘프로’라는 이름을 붙였고, 기존에 없던 펜과 전용 키보드를 함께 꺼내 놓습니다. 그리고 키노트에서는 ‘생산성’이라는 말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키보드와 애플 펜슬은 커다란 아이패드 화면에 대한 명분을 만들기 위한 도구였을지 모르겠습니다. 기존에도 있던 액세서리이기도 하죠. 하지만 애플이 공식적으로 이를 꺼내 놓으면서 그 환경은 미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새로운 컴퓨터를 이야기할 때가 됐다고 본 것일까요.

자, 생산성이라는 말이 뭘까요? 영어로는 Productivity입니다. 지금도 이 단어를 ‘생산성’이라는 말로 번역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보면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뭔가 만들 수 있는 기기와 그렇지 못한 기기의 차이는 뭘까요? 그저 입력 장치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왜 아이패드의 생산성을 논하는가

저는 맥이나 윈도우PC도 쓰지만 아이패드 프로를 꽤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노트북 대신 아이패드 프로로 일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그리고 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걸로 일이 되냐는 반문이 돌아옵니다. 억지로 써야 해서 쓰는 것도 아니고, 어떤 경우에서는 전통적인 컴퓨터보다 더 편리합니다. 물론 다른 컴퓨터 없이 이것만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아이패드만으로 부족함 없이 일할 수 있는 상황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패드 프로를 내놓으면서 ‘생산성’이라는 말을 상당히 강조했습니다. 생산성이라는 건 뭘까요?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기라는 말입니다. 아이패드는 생산성과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기기일까요? 아마 초기에 아이패드가 인기 있던 시절에 쓰다가 지금 쓰지 않으시는 분들은 ‘그걸로 뭘 할 수 있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는 대표적인 소비형 태블릿으로 꼽히는 기기입니다. 동영상을 보고, 웹 서핑과 게임을 즐기는 용도 말이지요. 사실 아이패드가 처음 소개됐을 때도 그 용도가 맞았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쇼파에 앉아서 소개한 이 태블릿은 PC와 스마트폰 사이를 메워줄 기기였습니다. 이때까지 그 자리는 키보드 달린 작은 노트북 형태의 ‘넷북’이었지요. 애플도 이때까지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전통적인 컴퓨터를 쓰고, 아이패드는 거실에서 책과 영상 등 콘텐츠를 소비하는 기기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술과 제품이 그렇듯 태어났을 때의 목적이 기기의 삶 전체를 결정하진 않습니다. 하드웨어 기술은 놀랍게 발전했습니다. 2010년 이후 아이패드는 무게를 절반 가까이 줄였고, 성능은 22배 좋아졌습니다. 컴퓨터가 세대를 바꾸며 뭔가를 할 수 있느냐를 가름 지을 때는 하드웨어의 성능과 소프트웨어의 다양성, 그리고 운영체제의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하드웨어의 발전이 아이패드를 또 다른 컴퓨터로 만들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소프트웨어와 업무 환경이 ‘이 기기로 일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결정한다고 봐야겠지요. 누군가에게는 윈도우 PC가 생산적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맥이, 또 어디선가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생산성에 최적화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하드웨어가 좋아지고, 그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나오고, 사용자가 늘어나는 플랫폼의 선순환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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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은 결국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출발

저는 아이패드2부터 태블릿을 업무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1세대 아이패드는 사실 너무 두껍고 무거웠지만 600g으로 가벼워진 아이패드2는 일단 노트북보다 갖고 다니기에 수월했습니다. 여기에 블루투스 키보드 하나를 준비하고 에버노트를 깔았더니 꽤 그럴싸한 문서 작성기가 됐습니다. 그게 벌써 2011년 이야기지만 에버노트의 녹음 기능과 카메라는 간단한 취재나 인터뷰에 꽤 쓸만 했습니다. 배터리는 한번 충전해서 며칠 동안 걱정없이 쓸 수 있었고 가볍기까지 했습니다. ‘이거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2년 3월에는 3세대 아이패드가 나옵니다. 이 기기에 들어간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지금까지도 그 해상도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고, 지금 봐도 좋습니다. 왠만한 PC도 이 정도의 화면을 만들어내지 못할만큼 화질이 좋았습니다. 마침 이때부터 아이워크 앱이 쓸 만해지기 시작했고, 한컴도 오피스 앱을 내놓습니다. 당시 제가 쓰던 노트북보다 아이패드가 훨씬 화질이 좋았기 때문에 저는 기본 원고는 아이패드로 즐겨 만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노트북을 대체할 수는 없었습니다. 은행이나 주식 거래 등 금융 거래는 오히려 PC보다 깔끔하게 처리됩니다. 실질적으로 어려운 건 기사를 직접 올릴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사 편집기에 액티브X가 쓰이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이때쯤 회사를 옮겼는데, 워드프레스를 쓰면서 브라우저를 가리지 않고 기사를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워드프레스 앱을 직접 쓸 수도 있었습니다. 워드프레스 편집기는 꼭 윈도우가 아니라 맥이든 아이패드든 어떤 것이라도 쓸 수 있었습니다. 꼭 아이패드를 쓸 수 있어서가 아니라 쉽고 어려움의 차이가 있을 뿐 ‘안 되는 것’은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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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늘 LTE가 따라 붙으니 클라우드로 문서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사실 맥북보다 더 편리하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왜 PC에는 LTE 모뎀이 안 붙는 걸까요. 다만 기기에 먼저 손이 가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마이크로소프트도 아이패드용 오피스를 만들었고, 어도비도 포토샵 앱을 내놓았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PC로 만든 문서가 아니라 오피스로 만든 문서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이패드, 안드로이드용 오피스 앱을 내놓은 이유도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라, 오피스 자체가 하나의 플랫폼이고 서비스다 보니 하드웨어나 운영체제를 가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업계의 인식 변화는 기기나 운영체제간의 장벽을 빠르게 허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업계가 꿈꿔오던 포스트PC와 유비쿼터스같은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도 컴퓨터고, 태블릿도 컴퓨터입니다. 물론 막강한 CPU와 GPU를 갖춘 워크스테이션같은 컴퓨터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컴퓨터’가 아니라 ‘컴퓨팅’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패드 프로의 핵심은 ‘펜슬’ 아닌 ‘생산성’

아이패드가 컴퓨팅을 논하게 된 건 결국 입력장치의 변화와 관계를 지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서드파티 액세서리로 키보드와 펜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애플이 액세서리들을 내놓자 생태계는 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앱들은 펜과 키보드를 더 열심히 쓰기 시작했고, 아이패드 프로 이전과 이후의 앱 경험을 돌아보면 꽤나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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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초기 아이패드 프로의 주인공은 애플 펜슬이었습니다. 잘 만든 펜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죠. 상대적으로 키보드는 가려졌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키보드가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줍니다. 블루투스를 이용한 서드파티 키보드도 있지만 한 덩어리로 붙는 키보드는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습니다. 충전이 필요 없고, 입력할 때 느낌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얇은 두께에 배선들이 오가고, 접히는 부분도 많은 이 키보드가 금세 고장나는 것 아닌가 걱정도 했는데 아직까지는 말썽부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애플이 직접 키보드를 내놓으면서 키보드 관련 앱들의 생태계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만 이제까지 아이패드에 거슬리던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한글 입력 버그입니다. 문장을 그대로 주욱 이어서 칠 때는 문제가 없지만, 중간에 커서키를 움직여서 다른 곳에 글자를 입력하면 이전에 입력하던 글자가 따라 붙는 묘한 버그입니다. 이 버그는 꽤 오랫동안 아이패드를 괴롭혀왔는데 iOS10의 최신 베타버전에는 이 문제가 싹 해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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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에 대한 화두는 아이패드 프로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기기들은 이미 충분한 생산성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기기 하나도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절히 사용하면 훌륭한 결과들을 내어줍니다.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액티브X와 플래시 등에 갇혀 있던 고정관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웹은 더 표준에 가까워지고 있고, 앱은 PC와 격차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급할 때는 아이폰에 롤리 키보드 하나 세워놓고도 아이디어를 쏟아놓을 수 있습니다. 기기와 앱, 서비스들은 더 쉽게 아이디어들을 구체화시켜줍니다. 꼭 자리를 잡고 앉아야 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신나는 변화입니다.

맥이나 리눅스를 쓰는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늘어나는 것처럼 이제 중요한 건 기기나 운영체제가 아니라 ‘기기로 뭘 할 것인가’입니다. 발전하는 기기들의 목적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들을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멋지게 끌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기술은 모두 준비되어 있습니다. 세상이 PC 아닌 기기를 업무에 선입견 없이 얼마나 받아들여 줄 것인지에 대한 문제만 남았습니다. 여러분의 컴퓨터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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