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과 우버의 합병, 그리고 우리의 O2O

지난 8월1일, 중국 1위의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디디추싱이 우버차이나와 합병을 발표했다. 사실상 중국 내 우버의 시장 점유율을 집어 삼키겠다는 발표다. 하지만 우버차이나는 사업을 접는 것이 아니라 합병 기업의 지분 5.7%를 갖고 기존처럼 지속해서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로서 중국은 하나의 거대한 차량 공유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그 저력은 내수에 있지만 그 뒤에는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내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숨어 있다. 이 인수건 자체도 중국 내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90~95%를 넘나들기 때문에 수치만으로는 독과점 논란을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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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인수 건이 반독점에 걸릴 것이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이미 중국 정부는 두 회사의 합병 발표 4일 전인 7월28일,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합법으로 규정했다. 중국 역시 교통 관련 법규로 사제 택시를 규제하고 있고, 디디추싱과 우버 역시 불법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규제보다, 형식적인 규제로 뒷짐을 지고 일단 시장이 만들어지길 기다려 왔다. 그리고 전격적으로 이 서비스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서비스의 발목을 잡던 가장 큰 문제가 단숨에 해결된 셈이다.

그리고 주말이 지난 뒤 곧바로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의 합병 소식이 전해진다.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 우연으로 보는 사람은 또 얼마나 있을까? 결국 중국은 우버도 완전히 점령하지 못한 완전한 내수 생태계를 갖게 됐다. 그렇다고 우버를 완전히 내치지도 않았다. 여전히 우버의 브랜드 가치는 높고, 중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디디추싱보다 기존에 쓰던 것처럼 우버를 쓰는 게 훨씬 편하다. 그냥 집어삼키는 것보다 주식 교환 형태의 합자 회사는 그야 말로 신의 한 수다.

디디추싱의 매출과 수익 구조. 중국 시장의 위력이 한 눈에 보인다.
디디추싱의 매출과 수익 구조. 중국 시장의 위력이 한 눈에 보인다.

우버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논란을 빚고 있지만 그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IT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미국이나 중국에서 우버를 타고 나면 뭔가 택시와 다른 새로운 경험이라고 평한다. 개인적으로 이제 미국에 가서 택시나 리무진 서비스 대신 우버를 타고 이동하는 게 더 편하고 저렴하다.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도 이제 우버와 리프트는 당연한 서비스가 됐다.

우리는 우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단 우버를 차량 공유 서비스나 공유경제 등으로 부르는 것은 이제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물론 여전히 남는 시간에 차량을 운행하는 경우도 많지만 기업형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만만치 않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결국 택시와 맞부딪칠 수밖에 없다.

묘한 것은 이용자들은 우버와 택시를 분명 다른 서비스로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명확하게 짚어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버를 설명하자면 앱으로 차량을 부르고 목적지까지 타고 가는 것, 그러니까 콜택시나 속칭 ‘콜뛰기’, ‘나라시’ 같은 서비스를 표현하는 것과 거의 똑같다. 하지만 이 앱이 만들어낸 차량 환경의 변화는 꽤 공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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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나라 시장은 우버를 불법 콜택시 사업으로 규정하고 사실상 내쫒다시피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우버가 국내 시장에 감정적인 대응을 하면서 그나마 우호적이던 여론을 돌린 바 있지만 어떻게 보면 시장이 이 서비스를 이해하기도 전에 법이 먼저 움직였고, 가차없이 내몰아버린 경향도 없지 않다. 그리고 그 경험을 한국적으로 풀어낸 카카오택시가 그 자리를 꿰찬 셈이 됐다. 하지만 우버와 카카오택시는 전혀 다른 서비스다. 우버 자체가 그저 택시를 대신 불러주는 앱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우버를 응용한 콜버스나 벅시 등의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서비스들 역시 기존 택시와 버스 업계의 반발이 일어났고, 우여곡절 끝에 콜버스는 8월1일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여기까지 1년이 걸렸다. 그나마 사회적 분위기가 기존 사업 환경에 대한 고정 관념이 새로운 아이디어 스타트업의 싹을 잘라버리지 말자는 쪽으로 흐른 덕에 사업을 시작할 수는 있었지만 사업자들은 아이디어와 서비스에 대한 고민보다 정부를 설득하고 법을 해석하는 데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했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보자. 중국은 이제 택시 외에 차량 공유 서비스가 하나의 정식 교통 수단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중국에서 우버를 탄 뒤에 느꼈던 감정은 묘했다. 중국에서 택시를 탈 때마다 두려웠던 안전 문제와 목적지에 제대로 된 경로로 찾아가는지에 대한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됐고, 목적지를 설명하는 의사 소통과 거스름돈에 대한 실랑이도 없다. 이는 비단 외국인으로서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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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흐름을 막을 수 있다면 막았을 것이다. 그리고 막아서 얻는 효과가 크다면 중국의 경우 더 치밀하게 서비스를 규제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과 우버를 가만히 두었다. 그리고 그 경제적인 가치, 사회적인 가치를 더 높게 봤다. 그리고 중국은 이제 우버에 맞설만한 국가대표 선수를 본격적으로 키운다. 우리에게 여전히 우버는 미운 존재지만 우버를 내몬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운 일이다. 과연 그 앞에서 “우리에게는 카카오택시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호섭 기자> hs.choi@byline.network

※이 기사는 동아사이언스와의 제휴에 의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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