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의 변신, 중심은 ‘플랫폼’

‘플랫폼’이라는 단어는 거의 만능처럼 쓰인다. 반가운 일이다. ‘아래아한글’로 모두의 머릿속에 새겨진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도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고 발표했다. 따지고 보면 한컴에게는 만능이라기보다 만병통치약에 가깝겠다.

한컴은 지난 15일 미래 전략 발표 행사를 열었다. 규모가 크든 작든 한컴은 미래 계획을 세우는 행사를 꾸준히 한다. 기자들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컴의 김상철 회장, 이원필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매출 1천 억 원을 돌파하고, 해외 전체 매출액 중 해외 수출 비중이 15%를 넘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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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은 이제 보통 회사가 아니라 그룹사 형태가 됐다. 물론 매출은 일반적인 대기업 그룹과 비교할 수 없지만 기본적인 조직도 자체는 그룹 형태를 갖추고 있다. 특성에 따라 사업을 잘게 쪼개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업을 발굴해서 회사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택한다. 모기업인 한컴시큐어(전 소프트포럼)처럼 기업의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다. 이날도 김상철 회장은 “인수와 합병에 아낌없지만 돈을 보고 회사를 사지는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여전히 남아 있는 한컴 인수 목적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했다.

전략 발표의 목적 역시 장기적인 사업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글과 여러 사업들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전략을 두었다.

“한글의 세계화, 반미와 보안 열쇠”

한컴의 주력제품은 여전히 한글이고, 그 영향력을 기반으로 한 오피스다. MS가 오피스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때도 한컴은 워드프로세서만 만들었다. 대신 오피스의 대응에는 늦은 감이 있었다. 한컴은 초기에 엑셀에 대응할 수 있는 로터스 1-2-3를 비롯한 패키지로 오피스를 구성했고, ‘한글 워디안’과 함께 한컴 브랜드의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 등이 함께 포함됐다. 사실 이때도 로터스가 기반이었고, 2003년 넥스소프트가 만들던 넥셀로 슬슬 자체 오피스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 흐름이 지금 한글/한셀/한쇼를 기반으로 한 한컴오피스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 사이에 오피스 시장은 MS가 주도권을 쥐게 됐다. 물론 여전히 한컴은 30% 정도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전의 압도적인 위치는 내려 놓은 상황이다.

이원필 대표는 국내 시장 점유율 51%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언급했다. 2015년 점유율은 28.7%였다. 김상철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서 세계 시장 점유율 5%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세계 오피스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90.8%를 차지하고 있고, 아크로뱃을 쥐고 있는 어도비가 3.8%, 웹 문서도구를 갖고 있는 구글이 2.6%다. 한컴 오피스는 0.4%다. 이를 10배 높이겠다는 목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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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해외 시장으로 넓혀야 한다. 지난해 한컴의 전체 매출 중 15%는 해외에서 나왔고, 이 역시 계속해서 성장세다. 한컴의 기본 전략은 틈새 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이게 처음에는 잘 와닿지는 않는다. 여전히 한글은 HWP 문서 파일을 중심에 놓고 있기 때문에 문서를 종이보다 온라인으로 주고 받는 환경에서는 점유율만큼 유불리가 갈릴 수밖에 없다. 김상철 회장의 설명은 미국과 관계에 중심을 두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남미, 중동 등이 우리의 5대 핵심 시장이다. 이 시장이 다 미국과 관계가 불편한 국가다. 기업과 영업은 냉정하다. 불편한 부분이 생기면 이탈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한컴이 보는 주요 시장의 틈새는 바로 보안이었다. 오피스 환경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고, 미국의 서비스 안에 문서가 담기는 게 보안상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컴은 프라이빗 클라우드부터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방식으로 연결해주고 각 기업 플랫폼에 한글을 녹여주는 것으로 보안 우려를 없앤다는 전략이다. 묘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시장을 잘 읽고 있고, 현재 상황에서는 절묘한 판단을 내렸다는 생각이 든다. 이원필 대표 역시 이 시장만 파고 들어도 5%를 만들어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예 이 시장을 위한 전진 기지도 준비하고 있다. 한컴은 인도에 R&D 센터를 짓고 전체 개발 인력의 20%를 인도에 배치할 계획이다. 시장에 맞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현지화하고, 협력사나 조인트 벤처를 통해 자리를 잡는 방안을 내놓았다.

갖고 있는 기술 기반으로 사업 확장하는 플랫폼

한컴은 플랫폼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꺼내 들었다. 사실 한컴이 이야기하는 플랫폼은 뭔가를 개방해서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형식의 것은 아니고 내부에서 한글을 기반으로 사업을 플랫폼처럼 확장하는 것에 가깝다. 회사로서의 한컴은 그룹의 형태를 갖추고 있고, 각 기업들은 연합 형태로 운영된다. 사내 벤처를 통해서 새 사업을 육성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난 임원들이 사업을 하나씩 맡아 대표, 혹은 주요 경영진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한컴은 관련 서비스들을 소개했다. 위퍼블은 전자책을 직접 출판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다. 워드와 이지포토를 기반으로 한 사업이다. 글과 사진, 영상을 직접 편집해서 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책은 임베디드 형태로 제공돼서 유튜브처럼 블로그나 웹페이지에 붙일 수도 있다.

이 역시 해외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중국처럼 출판 검열이 심한 국가에서 현지 사업자가 이 플랫폼을 이용해 시장에 맞는 서점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프리카처럼 종이 출판이 쉽지 않은 국가에서는 교과서처럼 쓰이는 것을 협의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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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관련해서는 ‘플렉슬’이라는 노트 서비스도 준비했다. 태블릿과 펜 기반의 노트 앱이라고 보면 된다. 위퍼브와 더불어 교과서 위에 직접 손필기를 할 수 있다.

위퍼블은 번역 서비스도 함께 한다. 고성서 상무는 “한중일, 사이에는 기계적으로 책 내용의 80% 정도는 번역할 수 있다. 시장의 반응을 본 뒤에 전문 번역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고, 중국과 일본의 콘텐츠 기업들과 곧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번역 기술은 전문 통역으로도 연결된다. 한컴이 올 초 출시한 지니톡은 음성 인식과 다국어 번역, 이미지 분석 등을 두루 섞은 서비스다. 현재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가 서비스되고 있고, 러시아어와 독일어, 아랍어를 2018년 동계 올림픽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지니톡은 구글 번역처과 달리 기본 엔진에 기계 학습을 더한 방식이다. 신소우 대표는 “번역과 통역은 다르다”며 “두 언어를 직접 매칭하고, 문법에 기반한 분석에 통계 번역을 더해서 통역을 완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서비스는 다시 오피스 네오에 더해져서 문서를 번역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미있는 건 오피스 네오의 문서 번역 서비스에 사람이 직접 번역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컴이 최근 발표하는 서비스는 가짓수도 많고, 여러 분야에 걸쳐 있기도 하다. 그 대부분은 갖고 있는 사업을 새로운 사업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원필 대표의 “못이나 망치를 만들어 파는게 아니라 철물점을 차려서 각 시장으로 진출할 것”이라는 말이 한컴의 전략을 설명하는 한 마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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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본인들 플랫폼 점유율만 너무 고집하지말고, 다른 플랫폼과의 융합과 통합을 좀 더 생각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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