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16] 이름 바꾼 맥OS, 연결성의 완성
매킨토시는 애플의 뿌리다. PC 시장의 정체기임에도 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애플의 중심 플랫폼이기도 하다. 당연히 WWDC16에서 새 운영체제의 버전이 공개됐다. ‘맥OS 시에라(MacOS Sierra)’다.
일단 상징적으로 큼직한 변화가 있다. 바로 이름이다. 소문처럼 매킨토시용 운영체제의 이름은 ‘맥OS’로 바뀌었다. 10번째 맥의 시스템OS라는 의미에서 쓰였던 ‘맥OS X’이 ‘OS X’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았었다. 하지만 그 세부 버전이 10.10을 넘기면서 10을 의미하는 X의 의미가 애매해진 부분이 있었다. 애플은 10.10 요세미티와 10.11 엘 캐피탄을 내놓으면서 OS X이라는 이름을 유지했지만 결국 본래의 맥OS라는 이름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tvOS와 워치OS, 그리고 i 디바이스를 위한 iOS와 균형을 맞추려면 OS X보다는 맥OS쪽이 더 맞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13번째 맥OS는 맥 OS 시에라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시에라는 캘리포니아에서 네바다로 이어지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 따온 이름이다. 애플은 매버릭스부터 캘리포니아를 상징하는 코드명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요세미티나 엘 캐피탄에 이어 캘리포니아의 산 위주로 이름이 지어지는 듯한 느낌도 있다.
iOS와 더 끈끈해진 연결성, 완성 단계 올라
맥OS의 변화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iOS와 더 끈끈한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맥OS와 iOS의 통합은 이른바 ‘WWDC의 오래된 떡밥’으로 통한다. 하지만 실제로 두 운영체제가 하나로 합쳐지지는 않는다. 각각의 기기에 맞는 운영체제 성격을 유지하되, 아이클라우드 계정을 통해 기기간의 연속성(continuity)을 높이고 ‘내 기기’라는 끈끈함을 다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에라 역시 그 흐름을 한층 더 탄탄하게 다지는 기능들이 추가됐다.
대표적인 것이 ‘시리’와 ‘애플페이’다. 이 두 가지 요소는 iOS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잡았지만 그동안 맥에는 빠져 있었다. 시리는 이제 하나의 서비스로 맥OS에 녹아 들어간다. 기존 iOS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맥으로 옮겼다고 보면 된다. 언제든 시리를 불러서 앱을 실행하거나 메시지에 답장을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시리가 파일 인덱스를 쥐면서 ‘지난주에 만든 문서 파일들을 찾아줘’라던가 ‘켄이 보낸 파일만 골라줘’처럼 필요한 파일을 말로 골라낼 수 있다. 시리가 운영체제와 파인더에 얼마나 유기적으로 붙어 있냐면, ‘지난주에 찍은 사진을 찾아줘’라고 말하면 사진 파일의 목록을 만들어주고, 이를 바로 문서에 붙이거나 메일에 첨부하는 등 파인더의 기능을 더 확장할 수 있게 됐다.
기기간에 붙는 연속성은 더 끈끈해졌다. 애플페이도 그 중 하나다. 맥에서 애플페이를 쓸 수 있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게 크레이그 페더리기 수석 부사장의 농담처럼 맥을 결제기에 찍는 방식은 아니고, 웹과 서비스에서 결제하는 것을 애플페이로 처리하는 것이다. 결제 옵션에 페이팔이나 신용카드 번호를 넣듯, 애플 페이 버튼을 누르면 아이폰에 결제 인증 화면이 뜨고, 터치ID에 지문을 찍으면 결제가 완료되는 식이다. 블루투스를 이용한 연속성이 결제에 붙으면서 맥과 아이폰이 가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보안 장치가 되는 셈이다.
기기 쥐고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보안
비슷한 것은 맥의 잠금 해제 부분인데, 애플워치나 아이폰을 가까이에 두고 맥을 켜면 따로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잠금이 풀린다. 이미 개인화된 기기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인증 요소라고 보는 것이다. ‘맥ID’ 앱으로 이미 구현됐던 부분인데 애플은 이를 아예 운영체제에 품어 버렸다.
맥OS와 iOS의 연결은 다른 곳에서도 눈에 띈다. 복사와 붙여넣기가 연결된다. 그러니까 iOS에서 이미지나 텍스트를 복사해서 맥으로 옮기려면 문서를 만들거나 메모에 먼저 붙여넣어야 했다. 이제는 한쪽 기기에서 ‘복사’를 누르면 클립보드가 아이클라우드로 동기화돼서 다른 기기에서 ‘붙여넣기’를 누르면 저절로 당겨서 붙는다. 여러 기기를 쓴다면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바탕화면도 동기화된다. 이미 맥OS와 iOS 사이에는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를 이용해서 문서를 동기화하는 기능이 오래 전에 더해졌다. 하지만 사람들이 맥에서 문서 작업을 할 때 바탕화면에 파일을 막 늘어놓곤 한다. 맥OS 시에라는 아예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에 바탕화면의 파일들도 동기화해준다.
저장공간 관리도 눈에 띈다. 시에라에는 스토리지 최적화 프로그램이 더해진다. 잘 쓰지 않는 파일을 아이클라우드에 보관하고, 중복된 파일과 쓰지 않는 임시 파일을 정리해주는 것으로 하드디스크나 SSD의 낭비되는 공간을 줄이는 것이다. 극단적일 수 있지만 키노트에서는 250GB SSD에서 여유공간이 20GB였던 것을 최적화 이후 150GB로 늘려주는 예를 보여주기도 했다.
자잘하지만 유용한 기능들도 많다. 사파리와 파인더에서 여러개의 창을 탭으로 묶어주던 기능은 모든 앱에 적용된다. 앱 개발사가 별다른 개발을 하지 않아도 된다. PIP(Picture in Picture)도 있다. 웹브라우저나 아이튠즈 안에서 재생되는 여상을 자그마한 별도 창으로 끄집어내는 기능이다. 아이패드에 있던 기능이 맥OS에도 더해진 것이다.
맥OS 시에라는 당장 깜짝 놀랄 기능보다는 iOS기기, 그리고 애플워치와 더 끈끈하게 연결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통합하는 데에 중심을 두었다. OS X 10.9 매버릭스부터 시작했던 OS 통합과 연속성에 대한 부분은 이제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든다고 봐도 충분해 보인다. 특히 시에라는 기기가 가까이 있는 것 자체를 하나의 인증 형태로 해석하면서, 기기간의 거리 자체도 하나의 보안 요소로 인정받게 됐다. 또한 시리와 애플페이처럼 맥에서 빠져 있던 연결고리가 채워졌다. 수 년째 그려 오던 맥OS가 드디어 완성되는 듯하다.
맥OS 시에라의 개발자 베타 버전은 키노트 직후 곧장 공개됐고, 일반 이용자들이 미리 써볼 수 있는 공개 베타 버전은 7월에 배포한다. 정식 배포는 가을부터 시작되고, 2009년 이후 출시된 맥에는 모두 무료로 업데이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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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섭 기자> hs.choi@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