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오라클의 승리를 막아야 한다

당신이 인터넷 신문 기사를 보다가 마음에 들어서 페이스북에 공유하려고 뉴스 페이지에 있는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을 클릭했다고 하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신은 클릭 한 번 했을 뿐이지만, 당신이 본 인터넷 뉴스 사이트의 서버와 페이스북 서버는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뉴스 사이트의 서버는 페이스북 서버에 정보 게재를 요청하고, 페이스북 서버는 로그인 정보에 따라 당신의 담벼락에 기사 링크를 게재한다.

뉴스 사이트와 페이스북은 어떻게 소통할까? 바로 API(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다. 당신이 본 뉴스 사이트는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API를 이용해 좀더 뉴스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api-services이처럼 API 는 서로 다른 프로그램(서비스, 데이터) 등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창구다. API를 마음 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서로 이질적인 프로그램이나 서비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줄어들고 각 서비스는 단절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IT 세계의 상호운용성을 축소시키고, 결과적으로 혁신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동시에 API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본적이고,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API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나 인터넷.모바일 서비스를 개발하는 개발자는 없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소프트웨어의 파일 메뉴를 클릭했다고 하자. 파일 메뉴 안에 있는 불러오기 저장 인쇄 등의 세부 메뉴가 나타날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파일 버튼을 클릭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운영체제가 API를 통해 알려주기 때문이다. 개발자는 일일이 사용자의 마우스의 위치를 추적하지 않아도 운영체제가 파일메뉴가 클릭됐다는 것을 알려주면, 그 이후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만 정하면 된다. API가 없다면 소프트웨어 개발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됐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API는 IT산업의 공기와 같은 존재다.

API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번 주 미국에서 다시 시작된 오라클의 구글의 자바 저작권 법정 분쟁 때문이다. 오라클은 자바 저작권 침해에 대한 대가로 구글에 88억 달러을 요구하고 있다. 역대 저작권 소송 규모 중 최대액이라고 한다.

art_1423528082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자바의 PC용 버전인 자바 스탠다드에디션(SE) 기반으로 만들었다. 자바SE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였기 때문에 누구나 가져다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용한 자바API 중 일부(37개)에 오픈소스가 아닌 선언 코드가 포함돼 있었다. 오라클은 이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API를 어떻게 볼 것이냐다. 이전까지 최종 저작물이 아니라 저작물을 연계하는 수단인 API는 저작권의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API도 저작권의 대상임을 인정했다. 오라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대로라면 API는 완전히 저작권의 영역으로 들어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API를 만들 때 혹시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는지 걱정해야 한다. 기존의 많은 API 사용 사례가 불법이 될 수도 있다.

어렇게 되면 IT업계의 상호운용성은 줄어들고 혁신은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 IT기술과 서비스는 서로 연동되지 않고, 파편화 돼 IT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이번 분쟁을 오라클 vs 구글의 이권다툼으로 보면 안된다. IT산업의 생태계를 담보로 오라클이 벌이고 있는 거대한 도박판이나 마찬가지다.

오라클은 썬마이크로시스템을 74얼 달러에 인수하면서 자바를 소유하게 됐다. 오라클은 74억 달러에 인수한 회사가 보유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88억 달러의 소송을 벌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대댈 것은 ‘공정 사용’이다. 구글은 API가 공정사용의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사용이란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이라고 할지라도, 학술연구, 개인적 용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미국 법원은 API의 저작권을 인정하면서도 공정사용의 대상인지 여부는 판단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새롭게 지방법원에서부터 다시 공정사용 여부를 가리게 됐다.

만약 미국 법원이 공정사용마저 인정하지 않는다면 IT업계는 적지 않는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는 오라클에도 긍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오라클도 API를 통한 상호운용성 없이 혼자만 독야청청할 수 있는 회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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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plies

  1. 중간에 88억원이 아니라 88억 달러인 듯 합니다~ 기사 잘 봤습니다^^

  2. 이번 소송의 핵심은 API 사용 자체가 아니라 상업적이라고 분명히 명시된 API를 무단 사용한 것에 대한 것 아닌가요?
    저작권 표기가 분명히 되어 있는 API를 알면서도 무단 사용했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되는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걱정하는 것은 알겠지만 이 소송의 결과가 마치 모든 API 사용에 제한이 생길것이라는 것과 같은 ‘기우’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은 이제 API 도 저작권 표시에 신경쓰고 사용자는 그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죠.
    API 자체도 심사숙고한 설계의 결과물이고 거기에 상업적이용에 대한 제한을 명기했다면 그 API 제작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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