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자료, 포털은 안 주고 이통사는 주는 이유
SKT, KT, LG U+ 같은 이동통신사와 네이버, 카카오(다음) 등 인터넷 회사들은 전기통신사업법(전통법)의 지휘를 받는다.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와 부가통신사업자(인터넷 회사)라는 법적인 지위는 다르지만, 둘 다 이 법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같은 법을 따라야 하는 두 종류의 사업자가 정반대의 행보를 걸을 때가 있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해지일 등에 대한 자료) 요청에 대한 대응이 엇갈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통사들은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요청하면, 요청에 따라 전달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반면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회사들은 법원의 영장이 없는 통신자료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전통법에는 수사기관이 영장없이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이 문구에 대해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사업자가 재량껏 판단하라는 것이다.
이런 법률의 모호성 때문에 이통사와 포털의 행보가 엇갈리게 됐다.
통신사는 지금까지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통신자료를 제공해왔고, 앞으로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통3사는 “정부의 지침이 있을 때까지는 통신자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인터넷 업체들은 2013년 이후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요청해도 응하지 않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통신자료를 제공한 것이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앞으로도 계속 통신자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네이버 “앞으로도 수사기관의 사용자 정보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
같은 법률을 두고 통신업계와 인터넷업계는 왜 이렇게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일까?
시장의 경쟁구도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인터넷 업계는 사용자들이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무한 경쟁 안에 있기 때문이다. 또 클릭이나 터치 몇 번만으로 경쟁사로 떠날 수 있어, 이동장벽도 매우 낮다.
검찰이 카카오톡을 감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용자들이 텔레그램으로 대거 이동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카카오는 가입자 탈퇴 러시를 막기 위해 대표가 나서 “(이용자 개인정보를 지키기 위해) 감옥이라도 가겠다”고 선언했던 적이 있는데, 이용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자칫 한 순간 훅 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극단적인 발언을 했던 것이다.
미국 애플-FBI의 논쟁에서 애플이 물러서지 않는 이유도 이용자들이 등을 돌릴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구글, 페이스북이 애플에 동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반면 이동통신사업은 경쟁이 제한돼 있다. 이들은 기간통신사업으로 정부로부터 공공재인 주파수 등을 할당받아 제공하기 때문에 진입에 허가가 필요하며, 이로 인해 기본적으로 독과점 형태를 띠고 있다. 정부의 허가 아래 제한된 경쟁이 벌어지는 영역이다.
해외업체의 진입도 제한돼 있다. 통신사의 프라이버시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 AT&T나 일본의 NTT도코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정리하면, 인터넷 업체들이 제일 두려워 하는 것은 사용자들이 떠나는 것이다. 인터넷의 특성상 경쟁사로 언제든 쉽게 떠날 수 있다.
반면 통신사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이용자가 아니라 정부다. 정부에 잘못 보이면, 허가가 철회되거나 주파수 경매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있다.
경쟁이 제한된 시장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쉽게 떠나지 못한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다. 이통사가 아무리 개인정보를 쉽게 수사기관에 넘긴다고 해도 휴대폰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화가 나는 일이지만 이런 구조 아래에서 통신사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법원의 영장이 없는 수사기관의 요청에 통신사업자가 응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이다.
글. 바이라인 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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