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도메인(line.co.kr) 분쟁, 법원 판결문 살펴보니…

 

art_1455006811.jpg설날 연휴 동안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관련된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네요. 연합뉴스가 ‘네이버 라인, ‘line.co.kr’ 도메인 등록보유자에 승소’ 라는 기사를 송고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연합뉴스는 보도에서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과 이름이 같은 영문 인터넷 도메인(www.line.co.kr)을 먼저 등록한 사람이 있더라도 네이버가 이를 사용하도록 무상으로 넘겨주는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얼핏 보도 내용을 보면 법원의 판결이 매우 이상합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 사용자가 아무리 많더라고 하더라도 정당하게 사용하던 도메인을 빼앗긴다면 매우 화가 날 것 같습니다.

법원은 왜 이런 판단을 내렸을까요? 네이버의 로비에 굴복한 것일까요? 판결문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죠.

본격적으로 판결문을 살펴보기 전에 지적할 점은 이번 판결이 ‘도메인(line.co.kr)을 네이버에 넘겨주라’고 명시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번 소송은 ‘도메인이름 말소의무 부존재 확인’에 대한 것입니다. 판결에서 확인 된 것은 원래 도메인을 소유하고 있던 유 모씨의 line.co.kr 소유권이 말소된다는 점입니다. 말소된 도메인을 누가 가져갈지를 이번 재판에서 정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판결의 근거가 된 법률은 ‘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입니다. 이 법에는 아래와 같은 조항이 있습니다.

제12조(부정한 목적의 도메인이름등의 등록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도메인이름등의 등록을 방해하거나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는 제1항을 위반하여 도메인이름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한 자가 있으면 법원에 그 도메인이름등의 등록말소 또는 등록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

이 법에 따라 핵심 쟁점은 원고 유모 씨가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등을 등록·보유·사용했는가’입니다. 부정한 목적이 있다면 아무리 먼저 등록했어도 도메인이 말소 되거나 이전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유모 씨가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을 사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판단을 한 근거로 몇 가지 사실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원고 유모 씨는 line.co.kr을 차선도색협회 주소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차선도색협회 인터넷 카페 주소는 ‘cafe.naver.com/roadmarking’으로 ‘line’과 관계가 없고, 2014년 12월경 line.co.kr을 다음카카오, 비투엘쇼핑몰 등에 연결한 점 등을 근거로 line.co.kr이 차선도색협회의 주소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또 유모 씨는 2013년 12월 24일 도메인을 이전 받았고(그 전에는 유모 씨의 아버지 회사가 도메인 소유), 2014년 12월 29일 ‘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는데 당시에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이미 널리 알려진 때여서 유모 씨가 이를 이용하려고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네이버의 경쟁사인 다음카카오 웹사이트로 line.co.kr을 연결해 사용자들에게 혼동을 준 것도 재판부는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 네이버 측이 도메인을 넘겨 받고 싶다고 요청을 하자 돈(미화 10만 달러)를 요구하고, 변리사에게 15%의 수수료를 약속하는 등 도메인 이름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한 것도 법원은 문제를 삼았습니다.

법원은 “피고(네이버)가 LINE 서비스를 제공하기 이전에 line.co.kr이 등록됐다 하더라도 원고(유모 씨)가 2013년 12월 24일 도메인 소유권을 이전받아 사용하면서 부정한 목적이 인정된다”면서 “원고에게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말소할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유사한 도메인 분쟁이 지난 해 말에도 있었습니다. ‘starwars.co.kr’ ‘starwars.kr’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 주소를 먼저 등록한 사람이 있었지만 법원은 이 사람의 권리를 말소했습니다. 스타워즈의 명성을 이용한 부당한 사용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starwars.co.kr 도메인 소유자가 확보한 도메인으로 별다른 사업활동을 펼치지 않았다는 점이 법원 판단의 근거였습니다.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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