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앱 ‘비트’가 ‘멜론’보다 저작권료 두 배 더 내는 이유

스크린샷 2015-12-14 15.27.16만약 당신이 스마트폰 무료 음악 앱 ‘비트’에서 아이유의 히트곡 <스무살>을 들었다고 가정하자. 비트는 저작(인접)권자들에게 음원 사용료로 얼마를 내게 될까? 정답은 7.2원이다.

반면 당신이 월정액 상품에 가입돼 있는 ‘멜론’에서 같은 노래를 들었다면 얼마를 내게 될까? 3.6원이다.

비트는 무료로 음악을 제공하고, 멜론은 월 6000원(스트리밍 요금제의 경우)을 받는다. 하지만 저작권료는 비트가 두 배 더 많이 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광고 기반 무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오랫동안 논의를 하면서도 규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지는 못할 망정, 변화에 제때 대처하지 못해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이란

국내 음원 서비스 사업자들은 문체부의 ‘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이하 규정)’에 따라 저작권료를 배분한다. 이 규정이 제정될 때는 불법 음원 다운로드가 난무하던 시기였다. 이같은 규정을 통해 온라인에서 음원 시장을 만들고 저작의욕을 고취시키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규정’에는 스트리밍, 다운로드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저작권료 배분 비율이 정해져 있는데, 논란이 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종량제 스트리밍 방식과 월정액 스트리밍이다.

종량제 스트리밍 방식은 사용자가 음원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재생할 때마다 비용을 내는 경우에 적용된다. 앞서 언급했듯 이 경우 음악 서비스 업체는 한 곡당 7.2원의 저작권료를 낸다. 이를 각 저작주체들이 나눠갖는다. 저작권자(작사.작곡.편곡)들이 1.2원, 실연권자(가수.연주자)가 0.72원, 음반사(제작사)가 5.28원이다.

월정액 스트리밍 방식은 종량제의 딱 절반의 금액을 낸다. 전체 저작(인접)권자들에게 3.6원이 지불되는데, 저작권자 0.6원, 실연권자 0.36원, 음반사 2.64원으로 배분된다.

하지만 국내 스트리밍 음원 시장은 거의 모두 정액제 방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종량제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국내 1위 음원 사이트인 멜론에서는 종량제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문제는 비트와 같은 광고 기반의 무료 음원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종량제 스트리밍도 아니고 정액제도 아니다. 사용자들에게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되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 모델이다.

하지만 국내 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에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기준이 없다.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비트는 가장 비싼 기준인 종량제 스트리밍 과금 체계에 따라 저작권료를 내고 있다. 멜론의 두 배다. 비트 측이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음저협의 딴지(?)

광고 기반 무료 음원 서비스에 대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은 정부도 동의하고 있다. 국내에서 비트가 이미 600만 사용자를 확보했고, 해외에서도 스포티파이 같은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초부터 이에 대한 규정 마련을 위해 업계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어느 정도 금액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다. 저작권 4개 단체 중 3개는 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최대 음악 저작권 단체인 음저협(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이견을 표하면서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한국음반산업협회 등 나머지 3개 단체는 광고기반 무료 서비스에 월정액 방식과 같은 3.6원의 저작권료를 내는 받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음저협은 현재처럼 종량제 방식으로 7.2원의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렵사리 유료 음원 시장이 형성됐는데, 광고 기반 무료 앱으로 인해 ‘음악은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비트패킹컴퍼니 관계자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월정액 스트리밍과 광고 기반 스트리밍으로 구분되고, 두 시장이 동반 성장한다는 사실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이라며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한 벤처기업의 노력으로 국내에서도 대중화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관련 규정을 뒷받침하지 않는 것은 세계 시장의 트렌드를 외면하고 대한민국만 뒤쳐지겠다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전 세계 음원 다운로드 시장은 8% 감소한 반면 월정액 스트리밍과 광고 기반 스트리밍 시장은 각각 39%씩 고성장을 이어갔다.

screen322x572국내에는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없다가 2014년 3월 비트패킹컴퍼니가 ‘비트’를 출시하며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이 서비스는 출시 20개월 만에 600만 회원을 돌파하는 등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저작권 사용료 지급 방식을 결정하는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에 광고 기반 스트리밍에 대한 조항이 없어 사용료 지급 근거 규정도 없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계속해 왔다.

특히 벤처기업이 멜론 등 다른 대형 서비스 서비스에 비해 두 배 이상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점은 빠른 시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광고 기반 스트리밍의 곡당 단가에 대한 이견이 있어 아직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빠른 시일 안에 광고기반 무료 서비스에 대해서도 규정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라인 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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