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시대의 종말이 온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시대의 종말이 온다

지난 30년 간 소프트웨어 산업은 찬란했다. 소프트웨어는 정보화 시대의 핵심적인 요소였고, 이에 힘 입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표 기업들은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반도체 산업의 세 배, 휴대폰 시장의 2.8배에 달하는 대규모 산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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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포털

 

이 같은 찬란한 소프트웨어 산업은 ‘라이선스’라는 수익모델 기반 위에서 가능했다. 라이선스란, 제품 자체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사용권(사용허락)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는 실체가 없는 가상의 상품인데다가 복제가 쉽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품판매 방식을 적용할 수 없었다. 제품이 아닌 사용권을 팔기 시작한 이유다. 라이선스를 구매한 사람들은 그 제품을 소유하지 못하고 사용할 수 있는 권리만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남에게 빌려주거나 복사해 주는 것, 중고 판매 등은 허락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의 역사

소프트웨어의 역사는 1935년 앨런 튜링이 ‘계산 가능한 수와 결정문제의 응용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이 등장한 것은 한참 후다. 1980년대 이전까지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하드웨어를 사면 주는 번들과 같은 것었기 때문이다. 이 때는 소프트웨어를 따로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지금 보면 재미있는 일들도 있었다. 디그다인(Digidyne)이라는 회사는 데이터제너럴의(Data General)의 데이터제너럴 노바라는 컴퓨터의 운영체제를 자기네 하드웨어에도 설치해 판매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데이터제너럴 노바를 구매할 의사를 데이터제너럴에 밝혔다. 하지만 데이터제너럴은 자신의 운영체제를 판매하지 않았다. 아니, 판매할 수가 없었다. 데이터제너럴 노바의 운영체제는 회계장부에 자산으로 올라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노바의 운영체제는 회계적으로 볼 때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 때문에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현재 애플이 iOS나 맥OS를 판매하지 않는 것은 회사의 정책이지만, 당시는 소프트웨어로 돈을 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데이터제너럴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IBM이다. IBM은 1970년대 반독점위반으로 기소된 적이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긴밀한 결합이었다. 결과적으로 IBM은 이 재판에서 이겼지만, 이후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등장하면서 소프트웨어라는 산업이 본격적으로 형성됐고,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후 30년간 급성장을 계속했다.

오픈소스와 클라우드가 가져온 라이선스의 종말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프트웨어저작권침해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회사는 마이크소프트, 어도비, 오토데스크다. 이들은 기업 업무에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인 동시에 PC에 설치돼 불법복제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특성이 있다.

이 ‘불법복제 피해 삼총사’는 최근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모델 대신 ‘서브스크립션’이라는 새로운 과금체계를 도입했다는 특징이 있다. 서브스크립션이란,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듯 매달(또는 매년) 요금을 내는 방식이다.

이를 처음 전면적으로 도입한 것은 어도비다.  어도비는 지난 2013년 “더 이상의 크리에이티브 스위트(CS)는 없다”고 선언했다.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C)’로 과금체계를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CC는 온라인에 접속해 로그인한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다.

AutoCAD-LT_main_02_02.jpg오토데스크도 내년부터는 자사의 오토캐드를 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오피스365라는 이름으로 자사의 오피스 제품군을 서브스크립션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매달 5만개의 기업이 새로 오피스365에 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서브스크립션 수익모델은 오픈소스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컴퓨팅 덕분에 보편화 된 모델이다.

오픈소스소프트웨어(OSS)는 소스코드가 공개돼 있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OSS를 유료로 판매하는 것이 어려웠다. 초기 리눅스 기업들이 유료 판매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반면 레드햇은 제품 대신 기술지원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서브스크립션이라는 수익모델을 안착시켰다. 레드햇은 이를 기반으로 10억 달러 매출을 일으키는 회사로 성장했고, 서브스크립션은 오픈소스 비즈니스의 기본이 됐다.

클라우드 컴퓨팅도 서브스크립션의 확산에 큰 기여를 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용량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서브스크립션 과금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클라우드가 확산되면서 월정액이라는 방식에 기업들이 익숙해졌고, 이는 곧 MS 어도비 오토데스크와 같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의 과금체계 전환에 반감을 줄이는 요소가 됐다.

앞으로 서브스크립션 과금체계는 소프트웨어 업계에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이 방식이 꾸준한 매출을 보장하고, 저작권 보호에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한글과컴퓨터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클라우드를 앞세워 서브스크립션 과금체계를 조금씩 실험하고 있다. 오픈소스, 클라우드와 함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시대는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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