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메타도 포기하게 만든 유럽 AI 법은 무엇일까
2026년 전면 시행되는 EU의 ‘AI 법(AI Acts)’은 EU가 2024년 3월 제정한 AI 관련 법 조항이다. 9월부터 일부 조항이 시행되며 2026년부터는 전면 시행된다.
AI 법은 총 네단계의 위험 등급으로 나눠 차등 규제한다. 특히 고위험 AI에 대해서는 원천 차단을 시행한다. 개인의 특성이나 행동을 데이터로 만들어 개별 점수를 매기는 사회적 스코어링(Social Scoring), 구직자 순위를 매기는 이력서 스캐닝 도구 등은 원천 차단된다.
높은 수준의 모니터링이 요구되는 AI도 있다. 의료나 교육 등 공공 서비스, 자율주행, 핵심 인프라 등에 AI를 사용할 때는 사람이 반드시 감독하고 위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범용 AI(AGI)를 사용할 경우 ‘투명성 의무’가 동반된다. AI 학습 시 EU 저작권법을 준수해야 하며, 학습 과정에 사용된 콘텐츠를 명시해야 한다.
또한 가짜뉴스 등 광범위한 사이버 공격과 유해한 선입견 전파 등 EU가 위협이라고 지정한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U는 법 제정과 더불어 기존에 있던 디지털 시장법을 함께 적용해 각 기업의 반독점 혐의 혹은 AI의 위험도를 조사하고 있다. 현재는 대부분 DMA에 대한 내용으로 규제를 하고 있지만, AI 법이 시행되는 9월부터는 AI 법으로도 같은 혐의를 내릴 수 있다.
EU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는 MS가 오픈 AI에 대한 지분 투자가 기업결합 규정에 따라 검토될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고 했으나 지난 4월 혐의 없음 판단을 내렸다. MS는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 AI 파트너십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MS가 미스트랄 AI에 1500만유로(약 216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히자, 같은 이유로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MS는 오픈 AI나 미스트랄 AI 투자가 지분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회사를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추후 MS와 애플은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오픈 AI의 이사회에서 빠지기도 했다.
AI 법과 DMA로 인해 AI 적용 이슈 문제가 불거지자, 애플은 아이폰에 탑재될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당분간 유럽에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DMA가 자사 제품의 서비스와 보안을 저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애플 인텔리전스, 아이폰 미러링, 화면 공유 기능 출시를 보류했다. AI법을 위반할 경우 전체 매출의 7%, DMA를 위반할 경우 전체 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우선은 출시를 보류한 것에 해당한다.
메타 역시 오폰 소스 LLM인 라마 3를 유럽에서 배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라마는 변수 크기가 각각 80억개, 700억개, 4000억개에 달하는 오픈 소스 모델로, 라마를 활용해 누구나 AI를 개발할 수 있는 제품이다. 그러나 메타가 라마 3 유럽 출시를 포기하면서, 유럽 스타트업들은 유럽 내에서 사업을 할 때 라마 3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EU는 구글과 삼성의 파트너십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EU 당국은 제미나이의 갤럭시 S24 사전 설치로 인해 다른 챗봇과 앱 간 상호운용성이 제한되는지 파악하고 있다. 즉, 제미나이 기본 탑재가 끼워팔기로 인한 독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를 조사한다. EC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챗봇 기본 탑재를 위한 계약을 체결하려 노력했는지 설문지를 배포하 반경쟁적 관행이 발견되면 EC가 반독점법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경쟁당국은 구글과 앤트로픽의 AI 협력을 조사 중이다. 영국 경쟁시장청(CMA)는 현지시각 7월 30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앤트로픽 대규모 투자가 합병에 해당하는지 검토한다. 이에 대해 앤트로픽은 “우리는 독립적 회사이고, 전략적 파트너나 투자자와의 관계로 인해 기업지배구조 독립성을 침해받거나 다른 파트너십 체결의 자유를 잃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EU의 AI 법 제정으로 인해 개인정보보호규정(GDPR)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AI 법의 뼈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브라질의 AI 법 역시 유럽 AI 법을 토대로 작성됐다.
국내에서는 AI 기본법이 유럽식의 규제보다는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AI기본법 제정 및 전망 방향 세미나(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에서 전문가들은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미스트랄 AI의 사례를 소개하며 학계와 정부가 AI 생태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