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진짜 변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

2~3년 전부터 IT업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M$’라는 비아냥을 듣던 MS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진영에 적극적인 구애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MS는 자사 제품의 소스코드를 공개하거나, 기존 제품을 오픈소스와 연동한다는 발표를 수차례 이어왔다. 최근에도 핵심 서버군 제품 중 하나인 ‘SQL 서버’를 리눅스와 연동한다고 발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티야 나델라 회장은 “리눅스를 사랑한다”며 공공연한 구애를 펼치고 있다.Microsoft_LOVES_Linux.jpg

하지만 사람들은 의혹의 눈길을 쉽게 놓지 않았다. MS는 “오픈소스는 암덩어리”라고 주장하던 회사가 아닌가. 어느 날 갑자기 ‘암덩어리’를 사랑한다고 외쳐대는 MS의 모습에 뭔가 숨은 꼼수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런데 MS의 변심은 정말인 듯 하다. 최근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 장면 하나가 또 등장했다.

한국MS는 오는 25일 ‘이매진컵(Imagine Cup) 2016’ 한국대표 최종선발전을 펼치는데, 개발 플랫폼과 운영체제에 대한 기준을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매진컵 참가자들이 비주얼 스튜디오로 개발하지 않아도 되고, 윈도가 아닌 리눅스용으로 서비스를 만들어도 된다는 의미다.

사본-2013-이매진컵-월드-파이널_전체사진이매진컵은 전세계 학생들의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로, 16세 이상의 학생들이 참가해 프로그래밍 실력을 겨눈다. 전 세계 많은 학생 개발자들이 이매진컵에서의 입상을 꿈꾸며,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MS는 이매진컵에서 “세상의 난제를 해결할 방안을 기술을 제시하라”는 난제(?)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대학생들의 도전의식과 창업정신을 고취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MS가 이매진컵을 주최하는 배경에는 이런 심오한 이유 말고, 비즈니스 전략도 숨어있다. 학생 개발자들에게 자사의 기술과 플랫폼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학생 개발자들이 이매진컵에 참가하려면 닷넷과 윈도 API, 비주얼스튜디오 등을 배워야 했고, 이들은 미래에 MS의 우군이자 중요한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배경 속에서 MS가 이매진컵 2016에서 개발 플랫폼과 운영체제의 제한을 풀었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오픈소스에 대한 MS의 모습이 단순히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MS는 오픈소스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MS는 갑자기 암덩어리를 사랑하게 됐을까? 이것은 소프트웨어 산업 변화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MS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창조한 회사다. MS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사면 주는 번들이었다. 그러다가 빌 게이츠가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회사 알테어에 베이직 이용권(라이선스)를 팔면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시작됐다. MS는 IBM에도 베이직과 MS-DOS를 팔면서 소스코드를 넘기지 않았다. MS가 이용권 판매모델을 선보인 이후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이용권 판매를 수익모델로 삼았다.

이용권 판매라는 비즈니스 모델은 지적재산권(저작권)에 근간을 둔 것이었다. 컴퓨터는 구매한 사람이 소유권을 갖지만, 소프트웨어는 구매한 사람에게 소유권이 없다. 이용할 권리만 있을 뿐이다. 때문에 중고로 팔아도 안되고 다른 컴퓨터에 깔아도 안된다.

MS가 자신이 창조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이런 철학에 반하는 오픈소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MS가 태도를 변경한 가장 큰 이유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있다. 이용권을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유틸리티 산업인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IT업계 전문가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지배자가 미래 IT산업의 지배자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까지 MS는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MS 생태계에 들어오는 개발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이런 개발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이매진컵 같은 행사도 진행해왔다.

스크린샷 2016-03-20 14.12.27.png하지만 클라우드 세상은 ‘생태계 VS 생태계’ 싸움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기존에는 ‘윈도 vs 리눅스’, ‘닷넷 VS 자바’ 등의 대립 구도로 경쟁이 진행됐지만,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최강자인 AWS에서는 이 모든 기술을 다 이용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AWS에 맞서는 MS가 윈도와 닷넷, 비주얼 스튜디오 등 자체 기술만을 고집해서는 도저히 그 벽을 넘을 수 없는 것이다.

MS가 오픈소스를 사랑하게 된 것은 애정이 넘쳐서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클라우드 산업으로 전환되면서 경쟁에 참여하기 위한 필요조건을 갖추기 위해 오픈소스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글. 바이라인 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Facebook Comments


Categories: 기사

Tags: , , , , , ,

댓글 남기기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