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AI 시대, 보안·네트워크 조직 한 팀 돼야”
“현장의 보안 담당자들은 보안 솔루션이나 기술보다 조직 간 협업이 되지 않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특히 AI가 공격하는 시대에는 보안과 네트워크 조직이 서로 다른 데이터를 보는 데서 벗어나, 가시성과 도구를 공유하며 한 팀으로 움직여야 막을 수 있습니다.”
황성규 시스코코리아 보안사업 총괄 상무는 13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사이버보안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이같이 말했다. 두 조직이 서로 다른 화면을 보고 사고 대응의 책임과 의사결정 권한도 불명확하면, 공격 흔적을 찾고도 대응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시스코는 우선 조직 내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고, 각 조직이 같은 데이터를 공유하는 운영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뒷받침할 기술적 기반으로는 네트워크와 보안을 통합한 보안 액세스 서비스 엣지(SASE)를 내세웠다. 사용자 뿐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 외부 도구에 접근하는 경로를 네트워크에서 파악하고 일관된 보안 정책을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최상위 방어자 1% 수준…“조직 단절이 걸림돌”
시스코는 지난 4~5월 30개국 보안 전문가 8000명을 설문해 보호 범위와 대응 속도, 조직 내 마찰을 기준으로 방어 역량을 평가했다. 응답자의 27%는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였고, 60% 이상은 현재 조직에서 6년 이상 일한 보안 실무자였다. 조직 내 마찰에는 전체 점수의 50%를 배정했다.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사고 대응을 어렵게 한 원인으로 기술보다 협업과 의사결정 구조를 꼽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평균은 64점, 한국은 58점이었다. 시스코가 보호 범위와 대응 속도, 협업 체계를 두루 갖췄다고 분류한 ‘최상위 방어자’는 글로벌에서 8%였지만 한국에서는 1%에 그쳤다.
국내 응답자의 24%만 보안·네트워크·IT 조직이 가시성과 도구를 공유하며 하나의 팀처럼 움직인다고 답했다. 40%는 보안 지표가 지나치게 기술적이어서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봤다. 44%는 위협을 추적하는 시간보다 흩어진 데이터를 모으고 연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AI를 방어에 적용한 효과와 침해된 AI 에이전트에 대응할 자신감 사이에도 간극이 있었다. 글로벌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은 AI 활용 이후 위협 탐지와 대응 속도가 25% 이상 향상됐다고 답했다. 반면 침해된 AI 에이전트를 탐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한 비율은 글로벌 54%, 한국 37%였다.
시스코가 분류한 ‘최상위 방어자’는 AI 활용을 확대하기에 앞서 조직 간 역할과 책임을 정하는 보안 거버넌스부터 갖췄다. 이 가운데 86%는 AI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거버넌스를 마련했고, 83%는 보안·네트워크·인프라 조직이 가시성을 공유하며 하나의 팀처럼 움직였다. 보안 투자를 늘린 뒤 사고가 줄었다는 응답도 71%로, 나머지 기업의 41%보다 높았다.

시스코는 도구를 추가하기 전에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정하고 나뉜 데이터와 운영 체계를 통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전 훈련, 사고 초기 분석의 AI 활용, 따르기 쉬운 보안 절차도 과제로 꼽았다.
최지희 시스코코리아 대표는 “AI가 공격을 가속한 것은 맞지만 기본적인 조치를 지켰다면 피해가 이렇게 커졌을지 살펴봐야 한다”며 “전체 자산을 식별해 가시성을 갖추고, 네트워크를 구간별로 나누는 세그멘테이션을 적용하는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앱에서 에이전트 행동까지 통제, ‘네트워크를 집행 지점’으로
시스코가 제시한 AI 시대의 보안 전략은 ‘흩어진 가시성’을 네트워크에서 모으는 데 있다. SASE는 지점과 클라우드를 잇는 소프트웨어 정의 광역망(SD-WAN)과 클라우드 보안 기능인 보안 서비스 엣지(SSE)를 결합한 구조다. 시스코는 머라키(Meraki) SD-WAN과 시스코 시큐어 액세스(Cisco Secure Access)를 연결해 지점의 접근 정책을 클라우드까지 이어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무케시 찬드 탭리얄 시스코 아시아태평양·일본·중국(APJC) 지역 SASE 비즈니스 리더는 “AI 에이전트가 같은 작업에서 사람보다 450% 많은 트래픽을 만들 수 있다”며 “에이전트가 여러 모델과 데이터베이스,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 MCP)’ 서버에 연속 요청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과 비슷하게 넓은 범위의 데이터에 접근하면서 기계의 속도로 움직이지만, 사람과 같은 상식이나 판단력은 없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았다.
통제는 단계별로 이뤄진다. 시스코 AI 액세스(Cisco AI Access)는 4000개가 넘는 AI 애플리케이션을 식별해 허가하지 않은 ‘섀도우 AI’를 찾는다. 사용자와 단말기, 위치, 네트워크 상태를 토대로 위험을 평가하고, 민감한 정보가 프롬프트나 파일로 나가면 차단한다. 위험한 서비스는 막거나 승인한 서비스로 돌리고, 외부 AI 모델은 악성코드와 출처, 라이선스 위반 여부를 점검한다.
AI 에이전트 통제에는 신원과 행동 정보를 더한다. 시스코 듀오(Cisco Duo) 기반 신원 인텔리전스는 에이전트와 MCP 서버·도구를 찾고 이를 만든 사람과 연결한다. 시큐어 액세스는 데이터나 도구를 호출할 때 신원과 작업 의도를 확인해 필요한 범위에서만 짧게 권한을 준다. 접근 토큰은 게이트웨이에서 관리한다. 시스코 AI 디펜스(Cisco AI Defense)는 실행 중인 에이전트의 프롬프트 주입과 비정상 출력을 감시하고 위험이 커지면 접근을 제한한다.
시스코는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AI 보안 솔루션들과의 차별점으로 ‘같은 정책과 같은 화면’을 들었다. 네트워크 지점에서 식별한 사용자·단말기·에이전트 정보가 보안 클라우드까지 이어지고, 사고 때 네트워크와 보안 중 어느 구간이 문제인지 한 흐름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스코의 ‘사우전드아이즈(ThousandEyes)’는 사용자에서 애플리케이션까지 연결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탭리얄 리더는 최근에 만난 한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사례를 들었다. 이 CIO는 약 50개의 보안 제품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제품마다 패치와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고 담당자도 별도로 교육해야 해 운영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탭리얄 리더는 “네트워크와 보안 정책을 한 관리 체계에 묶으면 여러 제품 사이에서 책임을 떠넘기거나 장애 원인을 찾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라키와 시큐어 액세스를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로 연결하면, 지점과 라우팅 정보를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무조건 차단하지 않고 사용은 허용하되, 개인정보나 카드정보, 민감 정보가 프롬프트에 포함되면 ‘AI 가드레일’ 정책으로 전송을 막는다. 관리자는 대시보드에서 어떤 정보가 어떤 정책에 따라 차단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시스코는 지난 7월 29일부터 시큐어 액세스 서울 리전에서 국내 트래픽을 처리하고 있다. 국내 다중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지연 시간을 줄이고 데이터 저장 요건과 규제 준수를 지원한다. 기존 가상사설망(VPN)을 한 번에 없애기 어려운 기업은 이를 유지하면서 ‘제로 트러스트 네트워크 접근(ZTNA)’을 통해 단계적으로 옮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다만 네트워크 가시성이 애플리케이션의 인증·인가 결함까지 자동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자틴 사치데바 시스코 아시아태평양·일본·중국(APJC) 최고 보안 아키텍트는 최근 연쇄적으로 발생한 국내 금융권 사고와 관련해 “AI가 공격을 가속했지만 공격자가 악용한 취약점은 이미 알려진 경로였다”며 “다중요소인증(MFA)과 신원 인텔리전스, 시큐어 액세스를 함께 적용하고 세그멘테이션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치데바 아키텍트는 단말기 자체가 침해됐다면 그 단말기가 보내는 보안 신호도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에이전트가 평소와 다른 서버에 접근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많은 트래픽을 만드는지를 네트워크 신호와 대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보안 가시성은 SSE나 방화벽, 엔드포인트 탐지·대응(EDR) 로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엔드포인트와 네트워크에서 나온 신호를 함께 봐야 AI 에이전트가 어디에서 어떤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에 접근하는지 종단 간으로 파악하고 이상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곽중희 기자>god8889@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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