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다 하는 시대, 마케터는 뭘 해야 하나
“AI는 기술을 더 똑똑하게 만들지만, 차이를 만드는 건 어떤 오디언스가 중요한지, 어떤 성과를 만들 건지 결정하는 마케터의 몫입니다. AI가 똑똑해지면 마케터 판단의 중요성이 더 커집니다.”
17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더 트레이드 데스크 오픈 포럼’에서 방종환 더 트레이드 데스크(TTD) 한국 지사장은 이 같이 말했다. AI가 광고 구매와 타기팅, 최적화를 자동화할수록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날 포럼 참석자들이 제시한 방향은 반대다. 수많은 광고 기회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고 최적화할지는 AI가 도울 수 있지만, 어떤 소비자를 만나고 어떤 성과를 목표로 삼을지는 결국 사람이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이미 여러 미디어를 하나의 흐름처럼 이용한다. 출근길에는 스마트폰으로 소셜미디어를 보고 음악을 듣고, 저녁에는 TV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한다. 반면 광고는 여전히 검색은 검색대로, 소셜은 소셜대로, TV는 TV대로 각각 계획·구매되고 성과도 따로 측정되는 경우가 많다. 방 지사장은 “각 채널에서 잘하는 것과 그 모든 것을 연결해서 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미디어 시장도 같은 변화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 지사장은 “소비자는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왜 우리의 미디어 전략은 채널 안에 갇혀 있어야 하느냐”며 “앞으로 중요한 것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얼마나 잘 최적화되는지가 아니라 전체 미디어 환경에서 얼마나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느냐”라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자 접점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할수록 마케터가 고려해야 할 변수도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누구에게 광고할지뿐만 아니라 어느 채널에서 어떤 순간에, 몇 차례 노출하고 어떤 성과를 기준으로 다음 광고를 집행할지까지 함께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실행과 최적화에서 AI의 역할이 커지는 반면, AI가 무엇을 목표로 판단할지 기준을 세우는 일은 마케터의 몫이 된다.
마케터의 역할 1: 플랫폼에서 오디언스 중심으로
이날 포럼 참가자들은 소비자의 미디어 사용 행태 변화에 따라 마케터의 미디어 플래닝의 출발점도 플랫폼에서 오디언스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어떤 플랫폼에 광고할 것인가’를 먼저 정했다면, 이제는 광고를 집행하기 앞서 ‘만나야 할 고객은 누구인가’와 ‘그 고객을 어디에서 만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 지사장은 이를 ‘플랫폼 퍼스트’에서 ‘오디언스 퍼스트’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TTD가 내세우는 개념은 ‘옴니채널’이다. 단순히 여러 채널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만으로 옴니채널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시각이다. 김유진 TTD 상무는 멀티채널과 옴니채널의 차이를 ‘단절과 연결’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멀티채널이 여러 채널에서 광고를 각각 운영하고 최적화하는 방식이라면, 옴니채널은 동일한 오디언스를 중심으로 여러 채널의 광고를 하나의 캠페인으로 연결해 운영하고 측정하는 방식이다.
일시 : 2026년 9월 30일 (수) 14:00 ~ 15:00
장소 : 온라인 웨비나
◈ 금융 테크 컨퍼런스 2026 – AI × Security × Finance
일시 : 9월 22일 (화) 09:00 ~ 17:30
장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대로 24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1층 그랜드볼룸
채널이 분절되면 같은 소비자에게 광고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TTD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명 중 2명가량은 같은 광고가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6.8% 통계가 같은 맥락이면 → “반면 지난 한 달간 본 특정 브랜드의 광고를 기억한다고 답한 소비자는 6.8%에 그쳐, 반복 노출이 오히려 브랜드 각인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TTD는 이를 두고 단순히 광고 노출을 늘리는 것보다 소비자별 노출 빈도와 접점을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광고를 집행할 채널을 고르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등장한 배준수 WPP 미디어 부사장은 “옴니채널에서는 채널이 중심이 아니라 오디언스가 중심”이라며 “나의 잠재 고객이 누구인지 먼저 정의하고 그 사람의 미디어 이용 행태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순간을 고려해 플래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발견하는 장소가 소셜미디어에만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출근길 지하철의 디지털 옥외광고(DOOH)에서 브랜드를 발견할 수도 있고, 이동하면서 음악을 듣거나 퇴근 후 OTT 콘텐츠를 시청하는 과정에서 광고와 만날 수도 있다. 이날 스포티파이 측 관계자 또한 사용자가 이미 옴니채널화됐지만, 미디어 플랜이 이를 아직 따라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마케터의 역할 2: 각 채널에 어떤 역할을 맡길 건가
같은 소비자를 만나는 여러 채널에 각각 어떤 역할을 맡길지에 대한 판단도 마케터의 몫이다. 옴니채널은 모든 매체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 여정의 서로 다른 순간에 각기 다른 역할을 하도록 연결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박영선 넷플릭스 인더스트리 리드는 커넥티드TV의 강점으로 몰입과 주목을 들었다. 큰 화면과 사운드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환경에서 브랜드에 대한 주목을 끌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포티파이는 이동이나 운동 등 화면을 보기 어려운 순간에도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DOOH는 디지털 광고의 접점을 온라인 밖의 이동 공간까지 넓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스텔라 렁 TTD 북아시아 지역 비즈니스 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SVP)은 “CTV는 인지도 구축과 정서적 유대감 형성에 도움을 주며, 프리미엄 비디오는 시청자의 브랜드 이해도를 심화하고, 고객이 집중할 때 오디오는 메시지를 강조할 수 있다”며 “모든 채널에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순간에 고객 참여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채널을 통해 고객과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이 현재 미디어 전략에서 놓치고 있는 소비자의 순간을 찾고, 그 순간에 필요한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채널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브랜드를 처음 알리는 단계와 이해를 높이는 단계, 행동을 유도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채널과 메시지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디언스와 채널별 역할을 먼저 정하면, 뒤이어 AI가 무엇을 최적화해야 할지도 구체화된다.
마케터의 역할 3: 무엇을 최적화하고,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가
AI와 옴니채널 시대, 마케터의 역할 중 하나는 AI에 무엇을 최적화하도록 할지, 그리고 그 결과를 무엇으로 평가할지 정하는 일이다. 광고 기회가 늘어날수록 마케터가 직접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고 광고 집행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워진다. 이 지점에서 AI가 역할을 한다.
방 지사장은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먼저 우리가 마케터로서 무엇을 원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며 “AI의 역할은 더 많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마케터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치 워터스 TTD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수석 부사장(SVP)은 AI의 역할을 마케터의 경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기회를 빠르게 찾아내는 작업은 AI가 맡되, 이를 통해 마케터가 실제 사업 성과를 좌우하는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과 기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며 “AI로 사람의 경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TTD는 자체 AI 엔진 ‘KOA’를 통해 이 같은 최적화를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CTV와 디스플레이 광고에는 노출됐지만 오디오 광고에는 노출되지 않은 소비자가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AI가 이 소비자에게 오디오 광고를 추가로 노출했을 때 고객획득비용(CPA)이 낮아졌다고 판단하면, 비슷한 여정을 거치는 다른 소비자에게도 오디오 광고를 우선 노출하는 식이다. 이때 어느 소비자에게 다음 광고를 노출할지는 AI가 판단하지만,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 목표를 세우는 것은 마케터다.
워터스 SVP는 마케터가 AI를 활용할 때 양보해선 안 될 조건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먼저 AI가 광고주의 목표에 맞춰 움직여야 하고, 또 마케터가 AI의 판단 과정을 확인하고 필요할 때 개입할 수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AI가 판단할 수 있도록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AI의 판단을 그대로 믿기는 아직 이르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워터스 SVP에 따르면 AI를 쓰는 사람 가운데 사람의 개입 없이 AI가 낸 결과를 신뢰한다는 비율은 10%에 못 미친다. 그는 AI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블랙박스가 돼서는 안 된다며, 수십만달러가 오가는 캠페인에서 AI의 오류는 곧바로 비용이 된다고 짚었다.
AI 시대 마케터의 판단이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위해 최적화할 것인가’를 정하는 데 더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같은 AI를 활용하더라도 어떤 오디언스를 우선할지, 비용과 도달, 인지, 구매 가운데 무엇을 주요 성과로 삼을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 지사장은 “이제 중요한 질문은 알고리즘이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이 알고리즘이 누구의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가”라고 말했다.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도 넓어지고 있다. 박영선 리드는 과거 미디어 지표가 도달에서 조회로 확대됐다면 이제는 ‘주목’이 새로운 지표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목을 어떻게 캠페인에 반영하고 전체 전략에 녹여낼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여러 채널이 소비자 여정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다면 마지막 행동 하나만으로 모든 채널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도 한계가 생긴다. 현재 많은 광고 캠페인은 소비자가 구매 직전에 클릭한 광고에 성과를 귀속시키는 ‘라스트 클릭’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는 구매 전 CTV에서 브랜드 광고를 보고, 오디오 광고를 듣거나 DOOH를 본 뒤 검색을 통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김대원 포도미디어 네트워크 CEO는 “DOOH에 노출된 오디언스가 검색을 했을 때 그 크레딧을 라스트 터치인 검색이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도 이를 보완하기 위한 표준 측정 체계를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AI가 광고 집행의 더 많은 부분을 자동화하더라도 전략 자체까지 대신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날 참석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어떤 소비자를 만날지, 각 채널에 어떤 역할을 맡길지, 무엇을 성과로 삼을지와 함께 자신의 사업에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맥락까지 마케터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 AI는 그 기준 안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행을 최적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방 지사장은 “앞으로 중요한 것은 AI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AI를 얼마나 현명하게 활용하느냐”라며 “모든 채널이 하나의 오디언스를 중심으로 함께 작동하고 하나의 전략, 하나의 비즈니스 목표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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