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웅 카카오벤처스 이사 (출처=카카오벤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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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은 게임일까 웹소설일까” 카카오벤처스는 질문 자체가 틀렸다고 본다

AI가 콘텐츠 산업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장르나 매체 같은 기존 분류로는 설명되지 않는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무엇이 이용자를 붙잡아두는지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카카오벤처스는 이 변화의 최전선에서 AI 콘텐츠 스타트업을 시드 단계부터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 아직 지도가 그려지지 않은 이 시장에서, AI 네이티브 세대를 사로잡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카카오벤처스 X AI 콘텐츠 스타트업 ①] 김지웅 카카오벤처스 이사

“이제는 콘텐츠의 포맷이 아닌 메커니즘에 주목해야 합니다.”

김지웅 카카오벤처스 이사

최근 국내 AI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평가받는 유니콘의 지위에 올랐다. 뤼튼테크놀로지스의 ‘크랙’이라는 AI 캐릭터챗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이같은 평가의 배경이었다.

그런데 AI 캐릭터챗이라는 포맷은 정의내리기가 어렵다. 이걸 게임이라고 봐야 할지, 웹소설이라고 봐야 할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게임이냐 텍스트 콘텐츠냐를 가르던 포맷의 경계 자체가 흐려졌다는 뜻이다.

대신 봐야 할 건 이용자를 붙잡아두는 장치다. 중간중간 이벤트를 배치하고, 보상을 주고, 전환점을 만드는 메커니즘이 콘텐츠의 포맷과 무관하게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 김지웅 카카오벤처스 이사의 진단이다. 그는 지난 8월 28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벤처스 사무실에서 바이라인네트워크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 이사는 이를 ‘어텐션 경제’ 관점으로 설명한다. 게임이든 OTT든 소설책이든, 결국 이용자의 한정된 시간과 집중력을 놓고 경쟁한다는 것이다. 경쟁의 축이 카테고리가 아니라 시간·집중력 자체이기 때문에, 무엇으로 분류되느냐보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붙잡아두느냐, 즉 메커니즘이 승부를 가른다는 논리다.

[행사 안내]

◈ AI 해커가 움직인다, 지금 보안팀이 알아야 할 것(온라인)

일시 : 2026년 9월 15일 (화) 14:00 ~ 15:00
장소 : 온라인 웨비나

◈ 금융 테크 컨퍼런스 2026 – AI × Security × Finance

일시 : 2026년 9월 22일 (화) 오전 8시 30분 ~ 오후 5시 30
장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대로 24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1층 그랜드볼룸

카카오벤처스는 이 메커니즘을 갖춘 팀을 어떻게 알아보고, 어떤 팀에 베팅하고 있을까. 김지웅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지웅 이사는 카카오벤처스에서 게임 분야에 투자해왔다. 시프트업에 초기 투자했고, 이후 크래프톤·넵튠에 인수된 회사들에도 투자해 인수합병(M&A)을 이끌어냈다. 카카오성장나눔게임펀드의 대표 펀드 매니저를 거쳐, 현재는 신한캐피탈과 공동 결성한 ‘카카오-신한 제1호 트나이트 투자조합’의 대표 펀드 매니저를 맡고 있다.

AI 콘텐츠는 새로운 시장인데, 심사할 때 주로 어떤 것을 중요하게 보시나요?

첫 번째는 콘텐츠 산업에서의 경험입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는 상황에서, 경험 속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아는 팀이 AI도 제일 잘 활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두 번째는 크리에이터 DNA입니다. 이용자들과 함께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해졌어요.

예를 들어 요즘 게임은 팬덤 비즈니스가 되고 있습니다. 퍼블리셔들도 유튜브 구독자 수, 디스코드 참여자 수, 스팀 위시리스트 등록 수 같은 사전 지표를 보고 투자·유통 여부를 판단하는 추세예요. 그러다 보니 특히 소규모 팀일수록 처음부터 직접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개발 초기 단계의 스크린샷이나 콘셉트 아트를 공개하면서 이용자와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식이죠. AI로 만든 결과물일지라도 이렇게 이용자와 교류하는 과정에서 서사가 쌓이고 팬덤이 축적되거든요.

AI 콘텐츠를 만드는 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용자의 피드백을 수용해서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거기에 열광한 초기 이용자들이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가 되면 생태계가 형성되거든요. 그런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커뮤니티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반대로 가장 경계하는 건 “개발은 내가 하고 팬덤과 커뮤니티는 퍼블리셔(유통사)가”라는 분리된 사고방식입니다. 창작과 팬덤 조성은 하나의 주체가 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감도’입니다. 자기만의 인사이트로 깊이 고민했던 분들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좋은 이유를 유창하게 설명하실 수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카카오벤처스에서 투자한 AI 콘텐츠 스타트업들에는 각각 어떤 이유로 투자했나요?

언엑스는 김광민 대표님이 틱톡에 계실 때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틱톡코리아에서 ‘챌린지’를 만드셨거든요. 이 정도의 감도로 영향력을 발휘하시는 분이라면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알고 계신 것 같다고 생각해서 눈여겨보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AI 크리에이터 방송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투자 미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딥그로브에는 크랙 출신이신 대표님과 제타 출신이신 CPO님 두 분이 다 계세요. AI 캐릭터챗 이후의 단계를 실험하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AI 컴패니언(이용자와 지속적 관계를 맺는 AI)이 주로 텍스트로 진행되는 캐릭터챗 방식이잖아요. 이 형식을 사진 혹은 영상, 음성 등을 이용해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아폴로스튜디오는 이용자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AI 게임 엔진을 개발하는 회사예요. 그래픽이 좋아 무거워 보이는 게임도 웹 스트리밍으로 하드웨어 장벽 없이 누구에게나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품고 있는데, 스킬이 굉장히 좋은 팀입니다.

23세기아이들은 버추얼 아티스트 엔터테인먼트 회사인데, 김형민 대표님은 팬덤을 만들어나가는 기술력이 좋은 분 같았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크리에이터 DNA가 있으셔서 팬덤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계시고, 팬과 관련한 디테일한 요소들을 서사로 풀어내서 배치해두시는 능력이 있으십니다. 현재 트래픽이 좋기도 하고요.

김지웅 카카오벤처스 이사 (출처=카카오벤처스)

이런 AI 콘텐츠 스타트업들의 성장,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고 보시나요?

사실 이런 현상은 8년 전부터 예고됐습니다. 2018년에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 개편이 있었습니다. 개편을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제공하는 메타, 유튜브·검색 서비스를 하는 구글, OTT 사업 선도주자 넷플릭스, 게임 개발사 액티비전블리자드가 전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분야에 함께 묶였거든요.

이때부터 투자 분야를 확장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동시에 국내 게임 회사들도 이 변화를 조금 늦게 인식했던 것 같아요. 이용자의 수요는 다변화되고 있었지만,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은 여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초기 투자 시장에서 투자할 만한 게임이나 콘텐츠 회사는 씨가 마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관계 중심의 콘텐츠들이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분야에서 수익화를 실현한 첫 번째 섹터가 AI 캐릭터챗이었고요.

이 과정에서 게임을 다른 관점에서 정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용자들이 능동적으로 초개인화된 콘텐츠를 스스로 이끌어가는 일에 돈·시간·에너지를 쏟고 있는데, 이것도 ‘게임’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임이라는 포맷 자체는 이제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AI 패러다임을 거치면서 포맷보다는 메커니즘이 중요해졌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메커니즘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예를 들어 기존의 게임에는 정해져 있는 전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이용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사실 이용자들은 무제한적인 자유도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캐릭터챗은 게임에서 해온 방식을 이용합니다. 중간마다 이벤트를 설정한다든지, 보상을 준다든지, 전환점을 만든다든지 하는 식으로 내러티브를 설정해요.

이렇게 내러티브만 설정해놓으면 이용자들은 그 안에서 주어진 자유도를 활용해 리텐션을 늘립니다. 원래는 일대일 관계를 형성하는 채팅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그 관계가 1대N까지 늘어나는 형태로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럼 콘텐츠 유형에 따라 이 메커니즘은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나요?

콘텐츠는 루프형, 서사형, 실시간형, 관계형, 정보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루프형은 가챠와 SNS 개인화 추천 피드처럼, 정해진 결말 없이 이용자가 반복해서 다시 누르게 만드는 콘텐츠를 의미하고, 서사형은 드라마, 웹소설, 스토리 RPG를 의미합니다. 실시간형은 라이브 스트리밍 같은 서비스고, 관계형은 이용자가 애착과 소속감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AI 컴패니언과 팬덤 플랫폼 같은 서비스를 뜻합니다. 정보형은 뉴스 피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 중에 관계형 콘텐츠들은 이용자층의 리텐션(재방문율)이 유독 높습니다. 웬만한 게임보다 리텐션이 좋아요.

이용자가 한 달에 2만원씩 결제하면서 하루 3시간씩 하게 만드는 게임을 만들려면, 예전에는 6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300명 규모의 제작진이 5년 이상 개발해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캐릭터챗은 두세 명이 만들 수도 있어요.

저는 이 시장이 커질 거라고 봐요. 카카오벤처스에서는 캐릭터챗 이후의 콘텐츠 방향성을 모색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고, 이 지점이 현재 게임 업계가 고민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제품이 완성되지 않은 창업 초기 단계에서는 무엇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시나요?

회사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놓고 말하자면, 카카오벤처스는 시드부터 프리 A 라운드에 해당하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제품보다 대표님을 믿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야만 투자사와 피투자사의 관계를 뛰어넘는 라포를 형성할 수 있거든요.

카카오벤처스의 핵심 가치는 ‘패밀리 퍼스트’입니다. 그만큼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고 첫 기관투자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요. 카카오벤처스 입장에서도 패밀리사의 추천을 받아 투자하는 편이 제일 좋아요. 패밀리사 대표님들이 좋은 회사를 추천해주니까요.

향후 발굴하고 싶은 AI 콘텐츠 분야가 더 있으신가요?

아티스트 IP를 지닌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도 사람이다 보니 나이가 들어갈 수 있는데, 가장 멋있고 아름다운 시절을 오리지널리티로 간직할 수 있도록 이질감 없는 CF와 뮤직비디오를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초상권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으니 수요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여전히 AI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이용자들이 있어 수작업을 하는 콘텐츠 기업들도 존재하는데, 향후 AI 콘텐츠 산업은 어떤 형태로 발전하게 될까요?

이용자들은 점차 적응해나간다고 생각해요. 만화책도 원래는 전부 손으로 그렸어요. 하지만 요즘은 다 태블릿으로 그리고 있고, 이제는 AI로도 찍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임도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클라이언트를 한 땀 한 땀 만들었는데, 지금은 언리얼 엔진으로 만들 수 있거든요.

물론 일부 이용자분들은 클릭 한 번에 생긴 창작물에 거부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 콘텐츠가 발전해서 더 재밌어지고, 충분히 감동을 주고, 내가 AI 캐릭터랑 눈맞춤을 했는데 어색하지 않다면 바라보는 시선도 성숙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AI 콘텐츠에 만족해서 시간과 돈을 쓰면 끝입니다. 익숙해지고 그 소비가 학습되면 그것으로 된 겁니다.

카카오벤처스의 투자를 희망하는 AI 콘텐츠 스타트업 대표님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우선 가장 중요한 점은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도 캐릭터챗 사업으로 투자받으시려는 대표님들이 많이 찾아 오세요.

하지만 시장에서 포지셔닝을 확실하게 정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캐릭터챗만 놓고 보면 현재는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것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파고들 틈새시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자신들에게 어떤 강점이 있는지 확실하게 인지한 팀이 투자 검토를 받을 확률이 높아질 거라고 봅니다.

또한 CEO의 애티튜드 역시 중요합니다. 가끔 수줍은 대표님들을 만날 때도 있거든요. 이미 투자사에서 거절을 많이 당할 때도 있겠지만 CEO라면 위축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어느 때나 자신감 있게 비전을 보여주실 수 있는 대표님이 크리에이티브 DNA를 지녔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 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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