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포칼립스 공포, 실적으로 반전 맞나
지난 2월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워크데이 등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의 시가총액이 약 3000억달러 증발했다. 주가는 10% 내외로 수일에 걸쳐 급락했다. 원인은 1월 30일 출시된 앤트로픽의 업무용 AI 에이전트 서비스 ‘클로드 코워크’와 ‘클로드 리걸’이었다. AI가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며 결재 문서를 작성하고, 계약서를 작성해 검토하며, 문서 저장 관리 시스템에 저장까지 해주는 완성도 높은 AI 에이전트의 등장에 소프트웨어의 종말론이 퍼진 탓이다. 그리고 200일 지난 현재 반전의 기미가 보인다.
시장은 이 현상에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란 이름을 붙였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아포칼립스(Apocalypse)의 합성어다. 이전에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AI 에이전트 시대에 SaaS가 붕괴할 것이라고 했던 말이 조기에 현실화되는 듯 했다.
여러 사람의 협업으로 이뤄지는 일련의 업무 워크플로우를 AI 에이전트로 대체하는 게 SaaS의 생존과 무슨 관계일까. 이는 기존 SaaS 기업의 성장 공식 때문이다. 보통 SaaS 기업의 수익원은 소프트웨어 구독자다. 구독자 수가 늘어나면 매출도 늘어난다. 기업 업무용 SaaS 구독자는 곧 조직의 직원 수다. 고객사의 직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SaaS 기업의 매출도 늘어난다. AI 에이전트가 인간을 대체하면 직원 수가 줄고, SaaS 매출의 기반이 무너진다. 또 AI 에이전트와 코딩 에이전트는 비싸고 복잡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빠르게 복제·대체할 수 있어 SaaS 수요 자체를 없앨 수 있다. 지난 2월 나스닥 소프트웨어 업종 평균 선행 PER은 수개월 만에 약 39배에서 21배로 압축됐다. SaaS의 미래 이익 기대가 반토막났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약 200일이 지났다. 서비스나우, 세일즈포스, 워크데이 등 사스포칼립스 대상이었던 3개의 대표 기업 2분기 실적 발표가 나왔다.
서비스나우는 7월 22일 2026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39억8700만달러로 전년보다 24.5% 성장했고 구독 매출은 38억7700만달러로 23% 증가했다. 현재잔여수행의무(CRPO)는 21.5% 성장했고 영업 마진이 29.5%로 늘었다. 모든 상위 지표에서 가이던스 상단을 초과하는 완벽한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서비스나우 주가는 6% 급등했다. 이를 계기로 소프트웨어 전체 업종이 동반 상승했다. 서비스나우의 주가는 실적 발표 전까지 올해만 35%, 작년 28% 하락했었다.
서비스나우는 AI 기반 플랫폼 채택을 성장의 엔진으로 제시하고, 연간 구독 매출 가이던스도 상향 조정했다. 서비스나우는 IT 워크플로우란 ‘시스템오브레코드(SOR)’ 위에 AI 에이전트를 얹으면 ‘AI 워크플로우’ 계층을 형성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AI의 피해주에서 최대 수혜주로 180도 평가가 뒤집힌 것이다.
세일즈포스는 지난달 26일 2027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113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 성장해 시장 예상치를 소폭 상회했다. 구독 및 지원 매출은 108억2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영업마진은 34.1%로 전년보다 조금 줄었지만, 주당순이익(EPS)은 5.90달러로 예상치 3.27달러를 대폭 상회했다. 세일즈포스는 2027 회계연도의 매출 가이던스를 당초보다 300만달러 상향한 461억~464억달러로 제시했다.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장중 18% 폭등했고, 다음 날에도 8.7% 더 오르며 시가총액 2120억달러에 복귀했다.
세일즈포스는 기업용 에이전트 플랫폼 ‘에이전트포스’와 데이터 플랫폼 ‘데이터360’의 성장 가속을 강조했다. AI가 매출의 드라이버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전트포스와 데이터360의 연간 반복 매출(ARR)은 40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에이전트포스는 올해 약 15억달러의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AI 관련 신규 예약은 세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고 한다. 또한 투자자들은 세일즈포스와 앤트로픽의 구체적 관계에 환호했다. 세일즈포스는 앤트로픽과 제휴를 확장해 클로드 안에서 세일즈포스의 데이터와 워크플로우를 바로 불러오는 ‘클로드포스’를 출시했다. 앤트로픽을 세일즈포스의 고객 유입 채널로 만든 것이다. 또한 세일즈포스는 조정 EPS 5.90달러 가운데 주당 2.53달러가 전략투자 평가이익에서 나왔다고 밝혔는데, 앤트로픽과 관계된 부분이다. 이를 시장은 ‘AI 연구소와 동맹’으로 받아들였다.
[행사 안내]
◈ AI 해커가 움직인다, 지금 보안팀이 알아야 할 것(온라인)
일시 : 2026년 9월 15일 (화) 14:00 ~ 15:00
장소 : 온라인 웨비나
◈ 금융 테크 컨퍼런스 2026 – AI × Security × Finance
일시 : 2026년 9월 22일 (화) 오전 8시 30분 ~ 오후 5시 30
장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대로 24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1층 그랜드볼룸
회사는 과금 모델의 재설계도 공개했다. 사용자 단위, 에이전트 단위, 소비량, 성과 중 고객이 고르는 유연한 과금 체계를 도입했고, 에이전트가 실제로 완료한 작업 단위(Agentic Work Units, AWU)로 AI 가치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에이전트포스 예약의 50%가 ‘플렉스 크레딧’ 재충전 형태였다. 고객이 크레딧을 소진한 뒤 다시 사는 순환 구조로, 구독 직원 수 대신 ‘일하는 양’으로 돈을 버는 모델로 전환했다.
하루 뒤인 8월 27일 워크데이가 2027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총매출 26억4900만 달러로 12.8% 성장했고, 구독 매출은 24억7100만달러로 13.9% 늘었다. 비GAAP 영업마진은 31.1%, 총고객 유지율(GRR)은 97%를 기록했다. 신규 매출의 25%가 AI 관련이라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HR·재무 시스템 위에서 AI가 현금 흐름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워크데이의 주가는 실적에 앞서 이미 상승하고 있었다. 8월13일 로이터의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워크데이 간 인수 협상 보도 때문이었다. 주가는 장중 25%까지 치솟으며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고, 10년 만의 최대 상승일을 기록했다. 투자시장의 반응은 장중 보합으로 차분했다. 이미 인수설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2월 최악의 시기를 지나 3개 기업의 주가는 여름 내 실적 발표로 반등됐다. 세 기업 모두 52주 저점 대비 70% 이상 주가를 회복했다. 세일즈포스는 52주 고점 회복도 머지 않아 보인다. iShares의 소프트웨어 기업 ETF IGV 지수는 연초 -24%에서 -3%로 회복됐다.
사스포칼립스에 대한 시장의 의견은 7개월 사이 달라졌다. ‘모든 SaaS는 죽을 것’이라는 종말론은 사실상 사라졌다. 소프트웨어 특화 사모펀드 토마브라보의 볼랜도 브라보는 “사스포칼립스는 끝났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사스포칼립스의 공황 상태가 투자 시장에 퍼져 있을 때 일부 분석가는 SaaS 카테고리를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SaaS와 껍데기만 있는 SaaS로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AI 에이전트가 아무리 좋아져도 그 스스로 회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고객 데이터와 인사 기록을 만들 수 없다. ERP·CRM·HR 시스템 등에서 데이터를 가져오지 못하면 AI 에이전트는 아무 일도 못한다. 앤트로픽조차 내부에서 워크데이·세일즈포스·넷스위트 등의 SaaS를 계속 사용중이며, 고객 서비스 영역은 인터컴 같은 SaaS 파트너와 협력한다. 기업의 모든 활동을 담고 있는 데이터 ‘시스템 오브 레코드’는 AI 시대에 이르러 오히려 더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객 직원 수 기반으로 라이선스를 매기는 좌석 기반 과금은 AI 에이전트 시대를 만나면서 사용량 기반 과금으로 전환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에이전트의 실제 완료 작업량을 단위(AWU) 로 가치를 매겨 과금한다. 사용자·에이전트·소비·성과 중 고객이 선택하는 유연한 과금을 도입했다. 크레딧 구매 소진 후 재충전의 흐름을 형성하면서,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게 됐다. AI 에이전트가 기존 SaaS의 기능을 복제하고 대체하더라도, 데이터를 조회할 때마다 업무의 결과를 생성해 보여주면 매출이 더 증가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대표 SaaS 기업은 유명 AI 회사와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클라우드 같은 클라우드 플랫폼 회사를 통해 AI 모델을 활용하던 세일즈포스는 앤트로픽에 직접 투자하고 제휴 협력을 강화했다. 클로드포스는 세일즈포스의 데이터와 거버넌스를 유지하고 사용자 기반을 앤트로픽에 뺏기지 않으면서 함께 수익을 거두게 해준다.
아직 사스포칼립스의 종결은 일러보인다. 이달 들어 세 SaaS 기업의 주가는 다시 출렁이고 있다. AI 에이전트의 증가가 언제까지 기업의 감당가능한 구매력 한도 안에 있을 지도 불확실하다. AI 사용량 과금을 소화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비용이 늘어난다면, 그와 연관된 SaaS 기업의 매출도 정체될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