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신용정보원, 금융권 AI 문턱을 낮추는 법
금융사 고객상담원 A씨는 상담 중 AI에게 “차주 정보를 알려줘”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AI가 차량 등록증에 기재된 자동차 소유자와 차종을 검색해 보여줬다. 금융권에서 ‘차주’라는 단어는 자동차 주인이 아니라 돈을 빌린 사람, 즉 대출자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맥락을 모르는 AI가 착각을 한 것이다.
이 같은 착각은 AI 탓이라기보다 데이터 탓에 가깝다. 인터넷에 널린 일반 데이터로 학습한 AI는 금융권 특유의 용어와 맥락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사에 특화된 데이터로 AI를 학습시켜야 하는데, 국내 금융사 상당수는 이런 활동을 할 여력이 없다. 이 때문에 한국신용정보원(신정원)이 빈틈을 메우기 위해 나섰다. 신정원은 전 금융권의 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하는 국내 유일의 기관이다.
이를 위해 신정원은 금융권에 특화된 AI 모델과 데이터를 직접 검증해 제공한다. ‘금융권 AI 플랫폼’을 구축해 금융사에 검증된 오픈소스 AI 모델과 인프라를 공급하고, 일반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는 ‘모두의 금융 AI 러닝 플랫폼’이라는 데이터 분석 환경을 운용한다.
금융권 AI 플랫폼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신정원이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한 오픈소스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제공한다. 현재 약 230건의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금융사가 이 중 원하는 모델과 데이터를 골라 금융보안원이 운영하는 개념검증(PoC) 환경으로 바로 전송해 실제로 테스트해 볼 수 있다.
5대 금융지주를 비롯해 보험사, 증권사, 저축은행, 핀테크 기업 등 160여개 기관이 이용 중이다. 특히 자체적으로 AI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운 중소형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들의 활용도가 높다.
모두의 금융 AI 러닝 플랫폼은 올해 1월 운영을 시작했다. 2019년부터 운영해 온 ‘금융 빅데이터 개방 시스템’을 AI 활용에 맞게 고도화한 것으로, 금융소비자와 AI·데이터 입문자를 겨냥한다. 가명처리와 샘플링을 거친 신용정보 데이터셋과 활용 안내서를 제공하며, 이용자는 원격분석 환경에서 직접 AI 분석과 모델링을 수행하거나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다. 데이터를 이용자에게 직접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신정원이 마련한 원격 환경에서 분석한 뒤 승인된 결과물만 외부로 가져갈 수 있다.
금융권의 AI 도입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과 신정원의 역할에 대해 이철흠 신정원 본부장과 최성민 금융AI데이터부 AI전략팀 팀장에게 들어봤다.
–금융권 AI 플랫폼을 구축하게 된 배경은
[행사 안내]
◈ 포스트 미토스 시대, 기업의 능동적인 AI 적용 전략 및 방안
일시 : 2026년 9월 15일 (화) 14:00 ~ 15:00
장소 : 온라인 웨비나
◈ 금융 테크 컨퍼런스 2026 – AI × Security × Finance
일시 : 2026년 9월 22일 (화) 오전 8시 30분 ~ 오후 5시 30
장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대로 24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1층 그랜드볼룸
금융위원회와 함께 금융권 AI 활성화를 위한 ‘금융권 AI 협의회’를 운영하면서 금융사들의 애로사항을 들은 것이 출발점이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챗GPT와 같은 상용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망분리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다만 금융사는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신용정보나 내부 비밀 등 민감한 정보를 다뤄야 한다. 외부 사업자가 운영하는 상용 AI만으로는 이런 정보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사 내부에서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오픈소스 AI를 함께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오픈소스 AI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장애물을 줄이고자 플랫폼 구축을 추진했다.(이철흠)
–금융사가 AI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나
가장 큰 어려움은 비용이다. 금융사가 상용 AI를 쓰려면 개인이 챗GPT를 이용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별도의 전용 클라우드 환경을 확보하고 내부 시스템과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토큰 사용료도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이 이용하는 것과는 비용 구조가 크게 다르다.
오픈소스 AI도 마찬가지다. 모델을 직접 운영하려면 이를 구동할 수 있는 클라우드 환경이나 인프라가 필요하고, 특히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를 갖춰야 한다. 실제로 한 증권사는 내부 직원용 서비스를 하나 만드는 데 GPU 서버 여러 대를 구축하는 데 수억원이 들어가는 사례도 있었다. 겉으로는 단순한 서비스처럼 보여도 내부에서 AI를 학습하고 추론하기 위한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이)
투자가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사들이 내부 업무 효율화를 위해 AI를 도입하더라도 그 효과를 바로 비용이나 수익으로 환산하기는 쉽지 않다.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AI를 구축하려면 AI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외부에 맡길 경우 금융 도메인 지식과 AI 기술 사이에 괴리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오픈소스 AI를 도입하려는 금융사가 내부 검토를 할 때 신용정보원의 검증 결과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신용정보원이 해당 모델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했다는 보고서를 내부 보고나 도입 검토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어 금융사가 모델을 선택하고 도입하는 과정의 부담을 줄이는 데 의미가 있다.(최성민)
–금융권 AI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건 무엇인가
금융권이 AI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크게 세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수많은 오픈소스 AI 모델 가운데 어떤 모델을 선택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고, 망분리 환경에서 오픈소스 AI 모델을 내려받아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금융권에 특화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였다.
먼저 금융권에 적합한 오픈소스 AI 모델을 선별해 제공한다. 오픈소스 AI 모델을 공유·개발하는 플랫폼인 허깅페이스만 보더라도 수많은 모델이 올라와 있다. 금융사가 수많은 모델을 직접 가져와 테스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신용정보원이 먼저 탐색하고 검증한 뒤 금융권에 적합한 모델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모델 선별은 크게 네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금융·AI 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후보 콘텐츠를 발굴하고, 안전성과 신뢰성을 점검한다. 이후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위원회에서 심의해 최종 모델을 결정하고, 이를 플랫폼에 게시해 금융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이)
–모델 선별 기준은
금융권과 AI 분야에 실제 종사하는 약 100명 규모의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후보 모델을 발굴한다. 전문가들이 직접 사용했거나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한 모델 가운데 금융권에 적합한 모델을 수시로 추천받는다. 기술적인 성능뿐 아니라 실제 사용 경험과 금융권의 수요까지 함께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후보 모델이 정해지면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한다. 안전성 검증에서는 오픈소스 모델이나 소프트웨어 구성요소에 취약점이 포함돼 있거나 개인정보가 들어 있을 가능성 등을 확인한다. 오픈소스는 누구나 수정할 수 있는 만큼 모델과 구성요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취약점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신뢰성 검증에서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환각이나 탈옥, 편향 등을 살펴본다. 가령 폭탄을 만드는 방법이나 보이스피싱 하는 법처럼 답변해서는 안 되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거부하는지 확인한다. 특정 집단에 대해 편향된 답변을 내놓는지 등도 검증 프롬프트를 통해 확인한다.
이 같은 전문가 추천과 안전성·신뢰성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위원회에서 최종 모델을 결정한다. 선정위원회는 산업계·학계·금융계 전문가 7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최종 선정된 콘텐츠는 플랫폼에 게시해 금융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AI 모델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로 구성된다. 현재 플랫폼에는 약 230건의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최)
–이 외에 금융권 AI 플랫폼에서 또 제공하고 있는 건
오픈소스 AI 모델을 금융사가 실제로 테스트하고 운영해 볼 수 있는 개념검증(PoC) 환경도 제공하고 있다. 금융사는 플랫폼에서 모델과 데이터를 PoC 환경으로 바로 전송해 금융보안원이 운영하는 환경에서 직접 모델을 테스트하고 운영할 수 있다. 별도의 환경을 구축하지 않고도 검증된 AI 모델을 실제로 활용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금융권에 필요한 데이터도 제공한다. 금융권 특화 말뭉치는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표현을 모아놓은 데이터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금융 특화 한글 데이터 집합이다. 금융결제원이 구축한 이 말뭉치를 신정원 AI 플랫폼을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가령 ‘차주’라는 단어를 일반적인 데이터만으로 학습하면 자동차 주인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돈을 빌린 사람을 뜻한다. 금융 AI가 금융권의 용어와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런 특화 데이터가 필요하다.(이)
–일반 국민을 위한 ‘모두의 금융 AI 러닝 플랫폼’을 제공하게 된 배경은
기존에 운영하던 ‘금융 빅데이터 개방 시스템’을 AI 활용에 맞게 고도화한 것이다. 2019년부터 금융사를 대상으로 금융 데이터를 제공해 왔고, 이를 일반 국민도 활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 올해부터 ‘모두의 금융 AI 러닝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다.
신용정보원은 종합 신용정보집중기관으로 금융권의 다양한 신용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AI 모델을 학습하려면 개별 정보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정보가 모인 데이터 집합이 필요하다. 이에 가명처리와 샘플링을 거친 데이터를 제공해 연구·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는 통계적 목적, 연구 목적, 공익 목적 등 정해진 목적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 데이터를 이용자에게 직접 보내는 방식도 아니다. 신용정보원이 마련한 원격분석 환경에서 이용자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승인된 결과물만 외부로 반출할 수 있도록 했다.(이)
–러닝 플랫폼 구체적 사례는
AI 러닝 플랫폼은 올해 7월 초까지 약 200명이 이용했으며, 이용자들이 분석한 결과물이 논문이나 연구 등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A생명보험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플랫폼을 이용해 가명정보를 바탕으로 업권별 보험계약 현황을 분석했다. 최근 보험시장과 외국인 시장 등 신규 시장 확보를 위해 보험계약 패턴을 분석했다.
B핀테크기업은 2024년 개인신용 가명정보를 활용해 개인신용정보 분석 알고리즘과 신용평가 서비스를 개발했다. 양자 기계학습을 기반으로 대출·연체 모델을 개발하고 모델 학습과 성능 평가를 진행했다.
교육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C대학교는 올해 상반기 대학원 석·박사 과정 교육에서 ‘인공지능 플레이 디비(AI Play DB)’를 활용해 데이터 분석과 실습을 진행했다. 금융연수원도 같은 기간 강사를 대상으로 인공지능 플레이 디비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실습 교육을 실시했다.(최)
–금융 AI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 측면의 과제를 무엇이라 보나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가 가장 큰 과제라고 본다. 특히 개인신용정보를 AI에 활용하려면 정보주체의 동의가 필요한데, 동의를 받지 않으면 해당 데이터를 AI를 비롯한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이용자에게 충분한 편익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동의 절차를 일부 완화하거나, 보다 포괄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려면 동의 제도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이)
–두 플랫폼에 대한 신용정보원의 향후 계획은
금융권 AI 플랫폼은 현재 주로 언어모델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만, 앞으로는 멀티모달 모델 등 다양한 AI 모델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 데이터를 학습한 금융 특화 모델처럼 금융권에서 보다 활용도가 높은 모델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용정보원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대규모언어모델(LLM)과 머신러닝 모델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공개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이나 솔루션을 직접 개발해 제공하는 것이 신용정보원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공개된 모델도 있으며, 앞으로 공개할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
모두의 금융 AI 러닝 플랫폼 역시 금융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연구자와 교육 현장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활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최)
–신용정보원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금융사에서는 신용정보원이 단순히 모델을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인증해 주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인증을 위해서는 충분한 평가 사례와 검증 경험이 축적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추천 방식에서 나아가 금융사가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원의 인증을 부여하는 수준까지 역할을 확대하고 싶다. 이를 위해 현재 검증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새로운 검증 방식과 국제적 기준을 반영하면서 관련 전문성과 경험을 쌓아갈 계획이다.(최)
금융 AI 도입의 모든 단계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되는 것도 목표다. 금융권의 종합적인 AI 전환(AX)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AI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은 데이터 수집, 데이터 결합·가공, 분석·학습 및 개발, 서비스 구축 등 크게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신용정보원은 데이터 제공부터 결합·가공, 분석·개발, 컴플라이언스까지 각 단계별 지원 기능을 갖추고 있다. 종합 신용정보집중기관으로서 금융 데이터를 제공하고, 데이터 전문기관과 ‘금융 AI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통해 데이터 결합·가공을 지원한다.
AI 러닝 플랫폼과 금융권 AI 플랫폼을 통해 분석·학습과 개발 환경도 제공하고 있으며, AI 가이드라인 헬프데스크를 통해 관련 규제와 컴플라이언스 대응도 돕고 있다. 향후 각각의 지원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금융권이 AI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이)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