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DSRV 글로벌사업 실장. (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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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SRV가 그리는 마다가스카르 금융의 미래…“웹3.0 은행 도전”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정부가 농민들에게 지급한 바우처가 실제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일이 반복됐다. 종이로 발급된 바우처는 사이클론(열대성 폭풍)​과 같은 자연재해에 쉽게 훼손됐고, 누가 몇 장을 받았고 어디에 사용했는지 추적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일부 관계자가 지인이나 친척에게 바우처를 중복 지급하는 등 부정 수급 가능성도 존재했다.

이 같은 문제를 디지털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인프라 기술 기업 DSRV는 마다가스카르 정부의 디지털 농업 바우처 시스템(Agri-eVoucher) 실증에 나섰다. 한국-월드뱅크 협력기금(KWPF)의 지원을 받아 약 90만달러(약 12억7400만원) 규모로 진행된 이번 실증에서 DSRV는 농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신원 등록부터 바우처 지급·사용, 가맹점 정산까지 전 과정을 검증했다.

DSRV는 농민의 신원을 근거리무선통신(NFC) 카드​와 연계하고 바우처의 지급·사용·정산 이력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 다중인증(MFA)​을 적용해 지문과 얼굴 인식 등 생체인증으로 사용자를 확인하도록 했다. 누가 바우처를 지급받고 사용했는지 이력을 남겨 실제 수혜자에게 지원금이 전달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지의 낮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제한적인 통신 인프라도 시스템 설계에 반영했다. 별도의 스마트폰 사용을 전제로 하기보다 근거리무선통신 카드를 활용해 현지 환경에서도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실증은 다음 달 본사업으로 확대된다. 파일럿 대상은 1000여명에서 13만명으로 늘어나며, 주요 쌀 생산지인 알라오트라망고에서 소피아 지역으로 사업 범위도 확대된다. 두 지역은 마다가스카르 전체 쌀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주요 농업 지역이다. 본사업 규모 역시 약 2300만달러(약 325억6000만원)​로 확대된다.

이번 사업의 총괄은 정호성 DSRV 글로벌사업 실장이 맡았다. 정 실장은 BC카드, OK저축은행, 교보증권 등을 거쳐 지난해 9월 DSRV에 합류해 바우처 사업 초기부터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정 실장을 만나 마다가스카르 농업 바우처 사업의 추진 배경과 실증 과정, 본사업 확대 계획을 들어봤다.

마다가스카르 농업 바우처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2024년 7월 마다가스카르 농업·축산 관련 부처와 월드뱅크 관계자들이 농업 바우처 사업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국에서 사업 수행사를 찾기 위한 방문이었고, 당시 방한단은 선불금융사와 결제대행(PG)사 등을 만나고 있었다. DSRV도 이 과정에서 발표 기회를 얻어 마다가스카르의 현지 환경에 맞는 바우처 시스템과 기술을 제안했다.

무엇보다 DSRV가 추구해 온 포용금융의 방향성과 사업 취지가 잘 맞았다. DSRV가 바라보는 대상은 은행을 이용해 본 경험이 없고, 제대로 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금융 소외계층이다. 회사가 가진 기술과 비전을 아프리카 현장에서 구현하기에 적합한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포용금융을 실현하는 것은 창업 단계부터 가져온 방향성이기도 했다.

사업 제안 과정에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당시에는 마다가스카르에 직접 가보지 않았지만 현지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농민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바우처 사업을 통해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를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지 환경에 맞는 솔루션을 만들고 발표 자료를 준비했으며, 실제 구현 방식까지 보여줄 수 있도록 시연도 준비했다.

마다가스카르 방문단이 일주일 넘게 여러 업체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DSRV가 제안한 내용과 준비 과정에 만족하고 신뢰를 보여줬고, 이를 계기로 최종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디지털자산 시장 침체에 따른 신사업 진출로 봐야 하나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2024년은 DSRV의 재무제표도 굉장히 좋았고, 이번 사업은 공동창업자들이 오래전부터 구상해 온 사업이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누구나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향에서 시작했다.

다만 DSRV의 본업인 밸리데이터(검증인) 사업 역시 웹3.0 시장의 상승장과 하락장에 영향을 받는다. 상승장에서는 다양한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시장도 빠르게 활성화되지만, 하락장에서는 대부분의 사업이 침체된다. 201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코인과 웹3 시장을 보면 이런 흐름이 반복됐고, 하락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수익성과 생산성을 검증한 사업 모델은 아직 많지 않다고 본다.

밸리데이터 사업 자체가 시장 상황의 영향을 받다 보니 DSRV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이번 사업이 본업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뒤늦게 시작한 신사업은 아니다. DSRV가 생각하는 방향은 웹2.0과 웹3.0을 결합해 포용금융과 글로벌 공공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블록체인과 현실의 금융 서비스는 완전히 동떨어진 모델이 아니다. 두 영역을 어떤 방식과 비율로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향후 업계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DSRV도 밸리데이터라는 본업을 기반으로 웹3.0 기술을 현실의 금융·공공 영역에 접목하는 사례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실증 과정은 어땠는지

DSRV가 현장형 기술 기업이라는 점이 이번 실증에서 중요하게 작용했다. 기술에만 집중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를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실증 과정의 90% 이상을 현장에 집중했다고 생각한다.

월드뱅크나 마다가스카르 농업부에서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직접 출장을 가 농민과 상점을 만나고, 파일럿에 앞서 약 한 달 동안 농민과 상점을 대상으로 현황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파일럿 방법론을 구체화한 뒤 실증에 들어갔다. 이런 과정을 월드뱅크와 농업부에서도 모두 알고 있었고, 한국 기업 가운데 이렇게 현장에 직접 들어가 사업을 준비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현지 파트너 업체와도 협력했다. DSRV 직원 5명이 출장을 가면 현지 파트너 측에서도 약 20명이 함께 현장을 뛰도록 인력을 구성했다. 다만 현지 파트너의 진행 상황을 그대로 믿고 맡기지는 않았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화상회의를 하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트너 측에서는 준비가 됐다고 계속 보고했지만 현장에 가보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DSRV 직원들이 매일 오전과 오후 여러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무엇이 준비되지 않았는지 하나씩 확인하고 바로잡았다. 현지 파트너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부분을 직접 찾아내 수정하면서 겨우 파일럿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현지 파트너의 보고만 믿었다면 결과가 좋지 않았을 수 있다. 동남아시아 은행에서 5년 정도 근무하고 출장도 많이 다녀본 경험이 있어 현장은 책상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경험도 현지 실증 과정에서 직접 확인하고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

아프리카 내에서 확장을 검토하는 국가는

에티오피아와 세네갈을 검토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마다가스카르보다 디지털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디지털 신원체계는 물론 금융결제망도 상당 부분 마련돼 있어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동아프리카의 허브 국가로 평가받고 있어 주변 탄자니아, 케냐 등 인접 국가로 사업을 확장하기에 적합하다. 세네갈 역시 서아프리카에서 허브 역할을 하고 있어 주변 국가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있다.

구체적인 진출 방식은 현재 월드뱅크와 논의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구축한 사업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지 환경에 맞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 아프리카 내 다른 국가로 확장할 계획이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사업 확장 계획은 

마다가스카르의 인구는 약 3300만명이고 이 가운데 70%가 농업에 종사한다. 하지만 농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아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에 그친다. 많은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는 만큼 농업 생산성이 높아지고 시장이 안정돼야 국가 경제도 함께 안정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월드뱅크를 통한 무상 지원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오는 9월 시작하는 본사업은 2028년까지 진행되는 2개년 사업으로, 이 기간 축적되는 데이터와 성과를 바탕으로 이후 사업 방향이 결정될 예정이다. 월드뱅크와 마다가스카르 정부 역시 2029년 이후의 지원 계획을 이 결과를 기반으로 수립하게 된다.

향후에는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금융)나 저금리 대출 등을 활용해 농민들이 농업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출형 보조금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DSRV의 역할도 현재의 바우처 시스템 구축과 실증 중심에서 금융 지원과 연계된 형태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DSRV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나

DSRV도 다음 사업(2029년 이후)에 선정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이번 실증과 본사업을 통해 농민이 바우처를 언제, 얼마나 받았고 어떻게 사용했는지, 어떤 작물을 재배하는지, 생산량과 소득은 어느 정도인지 등의 데이터를 축적하게 된다.

마다가스카르 농민들은 담보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축적한 농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농민별 신용점수와 대출 한도, 작물의 재배 주기에 따른 대출 기간 등을 산출할 수 있는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구축하고 2028년도에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향후 사업에 대한 신뢰도와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소액금융과 전자화폐(e머니) 관련 라이선스 취득을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이후 3~4년 정도 사업 경험을 쌓으면서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고객을 확대하고, 5~6년 안에는 은행 라이선스 취득까지 협의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웹3.0 기반 네오뱅크(디지털은행)​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인프라를 직접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현지에서 은행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성장해나가려고 한다.

외국계 기업의 은행 라이선스 취득이 가능한가

쉽지는 않다. 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하려면 자본금 요건을 비롯해 여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마다가스카르의 금융시장에서는 통신과 은행이 주요 사업 분야이고, 이 시장에 진출한 사업자 상당수가 프랑스나 유럽계 외국 기업이다.

마다가스카르 자체적으로 충분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외국 자본을 유치해 통신과 금융 같은 주요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 같은 시장 구조를 고려해 시중 금리나 금융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의 불편을 개선하고, 현지 금융 환경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는 점을 보여주면서 정부와 협의해 나가려고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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