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BN] 쿠팡이 자신하는 것과 자신하지 못하는 것
쿠팡Inc가 상장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지난해 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영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만 1조1895억원이고, 로켓배송과 마켓플레이스 등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의 고정환율 기준 매출 성장률은 1년 새 26%에서 8%로 내려앉았습니다.
그럼에도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자신이 있습니다. 그가 내세운 숫자는 8%가 아니라 16%입니다. 이탈해 돌아오지 않은 고객을 뺀 나머지 고객들의 지출 성장률입니다. 게다가 대만 사업과 쿠팡이츠가 로켓배송 같은 공식을 따라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내비쳤고요. 내년 2분기면 성장률과 프로덕트 커머스 사업 마진도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쿠팡의 발목을 잡는 건 사업이 아닙니다. 이번 분기 영업손실 8351억원 중 6247억원이 개인정보위원회 과징금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포함해 쿠팡이 사회논란 등으로 인해 여러 규제당국과 빚는 갈등의 비용은 1조원이 넘습니다. 경쟁력은 회복됐는데, 각종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습니다. 쿠팡의 지금을 사업과 대외 환경 두 가지로 살펴봅니다.
‘8%vs 16%’ 쿠팡이 보여준 숫자의 간극
대규모 유출 사태 이후 확 줄어들었던 쿠팡의 매출이 반등했습니다. 지난 1분기 매출 성장률은 8%, 이번 분기에는 10%입니다.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8%성장)입니다. 쿠팡이츠, 대만, 일본 배달 사업 로켓나우 등을 포함한 신성장 사업 부문은 1분기 25%에서 2분기 24%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요.

김범석 의장은 “고객의 절대 다수는 이탈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고 기간 중 이탈해 돌아오지 않은 고객을 제외한 전체 고객의 지출은 전년 대비 약 16%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사고 이전인 작년 2분기에 프로덕트 커머스가 기록한 지출 성장률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가장 큰 집단은 한 번도 떠나지 않은 고객들입니다. 저희 역사상 어느 시점보다 많이 지출하고 있고 예전 속도로 복리 성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떠났다가 돌아온 집단으로, 기록적인 수준으로 지출하고 있으며 복귀자들이 고지출 고객 쪽에 쏠려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신규 고객으로, 오히려 사고 이전보다 더 빠르게 유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은 고객의 규모가 작다고만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탈한 이들의 거래액은 수조원에 달하며, 이들의 비중 또한 수백만명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왜 돌아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의장이 내놓은 답은 “남아 있는 감정과 신뢰 요인”이었습니다.
대신 김 의장이 자신하는 건 돌아온 고객들이 다수이며 이전 지출 수준을 ‘온전히’ 회복했다는 겁니다. 와우 멤버십 회원도 사고 전보다 늘었다고 강조했고요. 그는 로켓배송에 상품을 하나씩 더할 때마다 고객이 쿠팡에서 찾는 물건이 늘고, 가격과 속도의 상충관계도 함께 깨진다며 취급 상품군과 물류 네트워크를 자신감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일부 고객이 돌아오지 않은 이유를 절대적인 확신을 갖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데이터를 통해 몇 가지는 배제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가치 제안의 변화나 시장의 구조적 변화 때문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 집단에서 몇 달이 지나 돌아온 고객들조차 이전 지출 수준을 온전히 회복하고 거기서 더 늘렸기 때문입니다.
복귀 고객들은 지금 기록적인 수준으로 지출하며 사고 이전과 같은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들에게 가치 제안이나 상대적 가치 제안이 약해졌다면 그런 행동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쿠팡이 회계적으로 회복을 기대하는 건 내년 2분기입니다. 돌아오지 않은 회원의 이탈세가 지난 1분기까지 주효했던 만큼, 내년 2분기에는 YoY에서 이들의 이탈세가 사라지면서 다시 한 번 성장률 등 숫자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겁니다.
더해 주문 물량이 늘어나면서 마련해둔 재고 계약과 물류네트워크가 효율화되고, 개인정보 유출 이후 회원을 유지하기 위한 마케팅 지출 또한 내년에 서서히 줄어들면서 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김 의장은 “회복 모양새가 일직선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고요. 아난드 CFO 또한 추석 연휴 시점 조정으로 3분기 매출 성장률이 8~9%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대만은 한국보다 빠르고, 쿠팡이츠는 ‘졸업’했다
쿠팡은 사업을 진행할 때 초기 투자를 시도한 후 결과가 나타나면 이를 계속해 키우는 식으로 나아갑니다. 김 의장은 쿠팡이츠와 대만 사업도 같은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신성장 사업 부문을 들여다 보면, 계속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이미 쿠팡이 한국 시장에서 4년 동안 진행한 ‘물류 투자’ 전략이 1년 만에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고요, 쿠팡이츠는 이제 퀵커머스 사업까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쿠팡은 대만에서 자체 풀필먼트·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해 배송 물량의 절대다수를 주7일 익일배송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네트워크를 갖춘 뒤 취급 상품을 늘려가는 단계입니다.
한국에서 고객 경험의 핵심 요소가 되었던 새벽배송을 대만의 첫 지역들에 도입하고 있으며, 처음 한국에서 했던 때보다 더 빠르게 구축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한국 사업에서 축적한 10년 이상의 기술과 프로세스 혁신, 즉 설계와 시스템, 배송 한 건 한 건을 통해 정교해진 운영 플라이휠을 물려받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물류 여정을 시작한 지 4년이 지나서야 새벽배송을 출시할 수 있었는데, 대만에서는 단 1년 만에 해냈습니다.
특히 쿠팡의 대만 사업 내 성장이 슬슬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 합니다. 이번 분기 신성장 사업 부문의 매출은 2조14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났고요. 신성장 사업 부문의 조정 EBITDA 손실은 3289억원(2억1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 직전 분기 대비로는 1억1000만달러 줄었습니다. 지난 1분기 손실이 전년 대비 96% 불어났던 부문이 한 분기 만에 축소로 돌아선 겁니다. 물론 여기에는 지난해 1분기 기저효과가 깔려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하지만요. 전 분기와 비교해도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아난드 CFO는 “신성장 사업의 분기 매출총이익은 2억 2600만 달러, 매출총이익률은 15.8%로 전년 대비, 전분기 대비 모두 개선됐다”고 말했는데요. 쿠팡의 실적 보고서에도 매출원가율이 개선된 데 대해 “대만을 필두로 한 개선”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쿠팡이츠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의장은 쿠팡이츠 출시 이후 처음으로 긴 시간을 할애해 쿠팡이츠의 성과를 강조했습니다, 기존 성장 공식에 발맞춰 완성됐다는 겁니다. 이렇게 구축한 쿠팡이츠의 성장 방식은 이제 비식품 중심 퀵커머스까지 확대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고객은 모든 단계에서 반응했고, 저희는 그 반응에 맞춰 투자했습니다. 오늘날 쿠팡이츠는 수백만 고객에게 서비스할 만큼 성장했고, 카테고리 자체도 저희와 함께 커졌습니다. 한국의 음식 배달 시장은 저희가 진출한 이후 4배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쿠팡이츠는 진입 당시보다 전체 음식점 지출에서 의미 있게 더 높은 점유율에 도달하고 있으며, 저희는 그 시장 확대의 중요한 동인이 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사업은 (사이클을) 한 바퀴를 돌아 완성됐습니다.
김 의장은 “쿠팡이츠가 구축한 것을 확장해 비식품 즉시 배달을 시작했다”며 “고객이 신뢰하는 같은 네트워크와 속도를 새로운 용도에 적용해, 고객이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운영하는 한국, 대만, 음식배달 모두가 초기 투자-상황 검증-투자 확대 순서의 같은 사업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는 게 쿠팡의 판단입니다. 김 의장은 프로덕트 커머스와 쿠팡이츠, 대만을 두고 “같은 곡선 위의 서로 다른 세 지점에 있는 동일한 플라이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다만 이 모델이 한국에서 제대로 다시 돌아가려면, 되찾아야 할 게 하나 더 있어 보입니다.
보이는 비용과 보이지 않는 비용
쿠팡은 사업 성장 전략이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고 자부했지만,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규제 당국과의 갈등입니다. 2024년부터 지금까지, 쿠팡은 1조원을 넘나드는 과징금과 추징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 중 주목할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 와우멤버십 끼워팔기 심의입니다. 공정위는 쿠팡이 와우멤버십에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를 혜택으로 제공한 데 대해 온라인쇼핑 시장의 지배력을 다른 산업으로 확대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쿠팡의 성장 플라이휠을 이끈 와우 멤버십이 걸려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과 끼워팔기 등으로 인한 과징금은 내면 그만일 수 있지만, 바뀐 멤버십과 떠나간 고객 중 끝내 신뢰를 잃은 이들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죠.
게다가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더욱 무거운 책임을 지게 하려는 점도 난관입니다. 오는 3분기 내 끼워팔기 제재를 결정할 예정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플랫폼법도 추진하고 있고요. 중소벤처기업부가 송재봉 의원과 추진한 ‘온라인 플랫폼 상생협력 촉진법’은 입점 업체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을 묻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시작으로 여러 난관을 마주한 쿠팡의 숫자 한편은 망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분기부터 매출원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 2%포인트씩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고요. 경영진이 신사업의 성장이 긍정적이라고 하지만, 프로덕트 커머스의 5분의 1도 채 되지 못하는 매출 규모와 여전히 큰 조정 EBITDA 손실은 본체의 낮아진 성장세를 보완하기에는 턱없는 수준입니다. 지갑도 얇아지고 있습니다. 2분기 영업현금흐름 또한 전년 동기 대비 33%, 잉여현금흐름은 79% 급감했습니다. 상반기로 보면, 잉여현금흐름이 아예 적자전환했습니다.
현 시점이 쿠팡에 좋은 시기는 아닙니다. 이번 분기 쿠팡의 활성고객 수는 2470만명으로 이미 한국 경제인구 2900만명대에 가깝습니다. 더 이상 한국에서 고객을 늘리기 어려우니, 쿠팡이 몇 년 전부터 취급 상품을 늘려 고객이 지갑을 더 열도록 노력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개인정보유출로 일부 고객이 이탈했죠. 기존 사업이 버텨주며 신사업이 성장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은 고객들과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신사업을 보면, 쿠팡의 성장에 이상이 생겼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쿠팡이 지난 1년간 마주한 건, 이용자를 앗아갈 만큼 강력한 상대와의 경쟁이 아니라 규제 당국과의 싸움입니다. 현 시점에 이르러 쿠팡은 자사의 플라이휠이 복제 가능한 모델이 되었다며 여러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모델이 계속 가려면 회사가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쿠팡은 그렇지 못합니다”
아마 내년 2분기까지 쿠팡은 보이는 숫자에서 회복세를 자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즈니스를 잘하는 회사니까요. 하지만 핵심 시장인 한국 고객들과 시장의 신뢰를 찾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과징금은 표면적일 뿐,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의 값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올해 남은 하반기를 계속 주시해볼 만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