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거 먹을까” 한마디에…카톡이 곧 주문창 된다
퇴근길, 가족 단톡방에서 저녁 메뉴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오늘 그냥 배달 시켜 먹을까?” “ㅇㅇ 콜, 뭐 먹지?” “매운거 땡기는데” 대화가 몇 마디 오가자, 채팅방 안에 AI가 끼어들어 근처 마라탕집 몇 곳을 추천한다. 메뉴를 고르고 “이걸로 시켜줘”라고 답하면, 앱을 따로 켤 필요 없이 카톡 안에서 주문과 결제가 끝난다. 배달앱을 열고, 검색하고, 장바구니에 담는 과정 없이 대화가 곧 주문이 되는 셈이다.
카카오가 그리는 일상의 AI 활용은 이런 모습이다. 카카오톡 안에서 AI가 대화 맥락을 읽고 필요한 것을 먼저 제시하고 실행까지 하는 것이다. 카카오는 이 그림을 함께 완성하기 위해 여러 독립 서비스 파트너와 제휴를 맺을 계획이다.
첫 파트너는 쿠팡이츠다. 서두에 제시된 가상 시나리오를 현실화하기 위해 쿠팡이츠와 제휴를 맺었다.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에이전틱 AI’ 전략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서비스 형태를 드러낸 사례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6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 대화 속에서 AI가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메뉴 추천부터 주문·결제까지 채팅방 안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며 “빠른 시일 내 실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용자가 카톡 안에서 AI와 대화하다가 쿠팡이츠 앱으로 넘어갈 필요 없이 바로 주문과 결제를 끝낼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AI 서비스의 창구로 만드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현재 서비스 중인 카나나 인 카카오톡(대화 맥락을 이해해 일정 관리·선물 추천·정보 검색을 제안)과 챗GPT 포 카카오(카톡 내 챗GPT 이용)가 그 기반이다. 하지만 이 두 서비스만으로는 카카오톡이 AI 생태계의 중심이 되기 어렵다는 게 카카오의 판단이다. 실제 행동(주문, 예약, 결제 등)으로 이어지는 버티컬 서비스와의 결합이 필요했고, 그 첫 타자로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를 택한 것이다.
정 대표는 카카오가 그리는 에이전틱 AI를 “외부 API를 연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화 맥락을 바탕으로 AI가 적절한 서비스를 제안하고, 인증부터 주문, 결제까지 하나의 사용자 흐름 안에서 완결하는 새로운 이용자 경험”이라고 정의했다. 단순 연동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이를 위해 “파트너가 기존 서비스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AI 에이전트가 자연스럽게 개입할 수 있도록 서비스 구조와 이용자 경험을 다시 설계하고, 거래 과정에서 양사의 역할과 책임, 사업 모델, 운영 기준까지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와의 협업이 단순 제휴가 아니라 서비스 구조 자체를 함께 재설계하는 작업이라는 의미다.
다만 실행 속도는 카카오가 당초 예고한 것보다 늦다. 앞서 밝혔던 일정에 비해 에이전트 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에 정 대표는 “글로벌 시장도 아직은 비슷하다”고 답했다. 에이전틱 AI를 실제 커머스 흐름에 붙이는 작업이 카카오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의 난제라는 취지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왜 늦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위에서 그려본 시나리오가 실제로 언제 카톡 안에 구현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카카오는 쿠팡이츠를 시작으로 예약, 여행, 결제 등 이용자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버티컬로 에이전틱 AI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이츠 외 다른 파트너와의 협업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전략을 뒷받침하는 인프라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개발자들이 만든 MCP(Model Context Protocol) 툴을 등록·테스트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 ‘플레이MCP’를 선보였다. 일종의 MCP용 앱스토어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MCP 툴은 3400개 이상, 하루 호출 건수는 10만 회를 넘는다. 카카오는 이 중 유용한 툴을 카나나 인 카카오톡에 연동해 AI 에이전트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하반기 목표 중 하나는 카카오톡 내 에이전트용 인터페이스(AUI) 적용이다. 텍스트뿐 아니라 음성 기반으로도 AI를 이용할 수 있게 다양화한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모바일 시대 문법이 고정된 화면에서 직접 버튼을 찾아서 누르는 GUI였다면, AI 시대로 들어서면서 텍스트와 음성 같은 언어를 통해 에이전트와 소통할 수 있는 AUI로 전환되고 있다”며 “카카오톡에는 대화방이라는 소통 창구가 존재하는 만큼, AI 에이전트에게 단순한 요청을 보내거나 자신만의 AI 스킬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프롬프트 창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쿠팡이츠와의 결합은 카카오톡을 대화형 AI 에이전트의 관문으로 재편하려는 시도의 첫 실증 사례인 셈이다. 앞서 그려본 저녁 배달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느냐는, 결국 카카오가 얼마나 빨리, 얼마나 자연스러운 사용자 경험으로 이를 실제 서비스에 옮기느냐에 달려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