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레로보틱스, 로봇으로 건설 기간을 단축하는 방법은
야심한 밤, 로봇이 공사 현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축 자재를 부지런히 실어 나른다. 타일, 벽돌, 석고보드 같은 무거운 건축 자재를 옮기는 바퀴 달린 로봇은 주로 사람이 드문 야간 시간대에 일한다. 해가 뜨면 인부들은 건물 아래에서부터 무거운 자재를 짊어지고 올라올 필요 없이 준비된 자재를 쓰기만 하면 된다. 로봇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건설 현장에 생겨날 변화다.
건설 현장에서는 기계로 자재를 운반하는 작업을 ‘양중’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직접 자재를 짊어지고 운반할 경우 ‘곰방’이 된다. 곰방은 인당 하루 15만원 이상을 줘야 하는 극한 노동이다. 사람이 직접 하기에는 위험할 뿐만 아니라 허리와 무릎에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워낙 힘든 노동이다 보니 안전상의 이유로 낮에만 하고 있다.
아직 조명이 설치되지 않은 건설 현장은 밤이 되면 작업을 멈춘다. 현장이 멈춘 만큼 공사 기간은 늘어진다. 현장에서 시간은 돈이다. 현장이 지체되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대출받은 건설사의 고민은 깊어진다. 매달 이자비용이 쌓이기 때문이다.
고레로보틱스는 자재 운반 자동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동민 고레로보틱스 대표는 현재 약 650가지인 공종(공사의 종류)에 모두 자재 운반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포착해 야간 양중 로봇을 선보였다. 공사 비용 절감 효과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건설사가 지불하는 로봇 비용에 대해 “인력 비용의 절반 정도로 단가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 계기가 있나요
원래 창업을 계속 생각하고 있긴 했습니다. 포스코이앤씨에서 공무팀장을 지내다가 사내벤처 프로그램 ‘포벤처스’를 통해 창업하게 됐어요. 그룹사를 통틀어 보통 1년에 60여개 팀이 지원하는데, 선발되면 1년간 급여가 그대로 나오고 2억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습니다.
공무팀장을 맡으면서 다양한 건설사 협력업체를 만났는데, 그때의 경험이 창업에 도움이 됐습니다. 협력업체가 갖춰야 하는 애티튜드와 건설사에서 좋아할 만한 포인트를 알게 됐거든요.
그래서 현장에 나갈 때는 제 배경을 모르시는 분도 있을 수 있으니 건설 용어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현장에 계신 분들과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서요.
로봇 개발 과정에서도 뜻이 맞는 팀원들이 잘 꾸려졌습니다. 로봇 분야에는 ‘상용화에 성공한 로봇은 로봇청소기밖에 없다’는 말이 있거든요. 그 말처럼 목적이 분명한 상업용 로봇을 만들고 싶어 하는 개발진이 모이게 됐습니다. 현재 개발진은 로보틱스 분야 10명, 자율주행 분야 10명 정도로 구성돼 있습니다.
건설사가 좋아할 만한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우선 건설 현장의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살펴보고 산업을 이해해야 합니다. 건설 현장의 첫 번째 의사결정권자는 현장소장이고, 두 번째는 안전관리자입니다.
건설업은 안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은 산업이에요. 우리나라 중대재해의 50%는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거든요.
건설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반적인 피지컬 AI 회사들은 보통 로봇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복잡한 기능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이런 로봇들이 건설사 입장에서는 ‘목줄 없는 개’로 보일 수 있어요. 견주들이 “우리 개는 교육을 잘 받아서 안 물어요”라고 말해도 보는 사람은 위협을 느낄 수 있잖아요.
건설사는 “저 로봇이 주행하다가 사람을 치면 어떻게 돼요?”라고 묻습니다. 그때 “저희 로봇은 교육을 잘 받아서 사고를 안 칩니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건설사는 절대 안심할 수 없어요. 이 로봇이 사고를 하나라도 낸다면 안전관리자는 일자리를 잃거든요.
고레로보틱스는 의사결정권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역으로 로봇에 넣을 수 있는 기능을 제외했습니다. 예를 들면 회피 기능 같은 것들이요. 보통 자율주행 로봇에는 사람과 마주하면 회피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건설 현장에서 회피 기능은 통제 가능한 동선에서 벗어나는 일이거든요.
고레로보티스는 아예 로봇의 회피 기능을 껐습니다. 로봇이 가는 동선은 일정하게 정해져 있고, 동적 장애물이든 정적 장애물이든 장애물을 만나면 멈춥니다.
양중 특화 로봇을 만든 이유가 있나요
다른 공종의 작업은 로봇으로 대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건설은 품질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요소도 충족해야 합니다. 품질 기준은 통과해도 해 질 녘에 봤을 때 벽의 마감이 울퉁불퉁해 보이는 문제는 로봇이 처리하기 어렵잖아요.
현재 공종만 해도 650개가 되는데, 작업마다 특징이 모두 다르거든요. 650개의 특화 로봇을 따로 만들기보다는 그 안의 공통 과정에 집중했어요. 650개 공종에는 모두 자재 운반이 포함되잖아요. 따라서 적은 인풋으로도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물류 자동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건설사가 고레로보틱스와의 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안전사고 예방, 두 번째는 공사 기간 단축, 세 번째는 건설 현장의 디지털 전환(DX)입니다.
안전사고 예방은 야간 양중에 사람이 투입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고요. 공사 기간 단축 효과는 부천에 있는 재개발 현장의 요청에 따라 추정해본 적이 있습니다. 자재 운반 과정은 1.6개월 단축됐고, 철거 자동화 과정은 3개월 단축됐습니다. 회사의 추정으로는 총 4.6개월 정도 단축된 셈인데, 건설사가 누리는 경제적 효과는 약 500억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건설사가 직접 아낀 비용은 10억원 정도인 것 같지만, 고레로보틱스는 공사 기간을 줄여주는 업체거든요. 저희가 봤을 때 해당 현장에서 공사 기간을 1개월 줄이면 약 100억원이 절약됩니다. 따라서 공사 기간이 4.6개월 단축된다는 말은 PF 금융비용을 약 500억원 절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간을 아낄수록 PF 이자비용이 줄어들거든요.

고레로보틱스의 로봇에 대해 알려주세요
야간 양중 자율주행 로봇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들어가는 GL 시리즈와 플랜트(산업시설)에 투입되는 ND 시리즈·GT 시리즈로 구성됩니다.
GL과 GT는 기본적으로 로버라는 동일한 모빌리티를 공유합니다. 로버 위에 모듈을 얹어 공동주택형 자재를 내려놓는 방식이면 GL이 되고, 롤테이너를 연결하는 형태면 GT가 됩니다.
공동주택과 플랜트에 투입되는 로봇의 종류가 다른 이유는 현장의 운반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공동주택 건설 현장은 엘리베이터 폭이 좁고 적재중량에도 제한이 있어 자재를 소분해 운반해야 합니다. 그에 비해 플랜트 현장은 파레트(짐을 옮길 때 쓰는 커다란 받침대)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재를 최대한 적재한 채 넓은 화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어요.
ND는 스타크래프트의 ‘드라군’에서 이름을 따 ‘나이트 드라군’이라고 지은 제품입니다. 결과적으로 ND가 가장 핵심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카메라의 위치 때문입니다. 기존 자율이동로봇(AMR)은 무거운 자재를 실어야 하기 때문에 차체를 낮게 설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카메라로 시야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생기거든요. ND는 카메라 위치가 사람의 시야와 일치하기 때문에 사각지대 없이 볼 수 있고, 학습용 데이터도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카메라는 앞뒤로 하나씩 붙어 있고, 라이다도 좌우로 하나씩 붙어 있어요. 올해 말까지 10대 정도를 추가 양산할 예정입니다. 추가 양산분의 마지막 대수에서는 현재 6000만원 정도인 로봇 가격을 3000만원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학습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우선 엔비디아 아이작 심 기반으로 건설 현장을 시뮬레이션합니다.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엔진이다 보니 로봇에 자재를 적재하면 무게가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해 시뮬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건설사에서 받은 도면을 3D로 변환해 아이작 심 환경에서 자율주행을 학습하고요. 현장에 가서 3D 스캐닝을 한 뒤에 얻은 데이터로도 자율주행 환경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본사 1층 드라이빙센터에 스티로폼으로 건설 현장을 모사한 뒤 연습시킵니다. 로봇의 가상학습을 현실에 적용하는 심투리얼(Sim-to-Real) 과정이죠. 이렇게 학습시킨 뒤 현장에 가면 첫 시도 만에 모두 성공했습니다.
핵심 기술은 무엇일까요
네트워크 비의존 자율주행, 비전 기반 AI, 엔비디아 풀스택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는 네트워크가 없거나 전화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보니 네트워크 의존도를 완전히 배제한 독립형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했어요.
또한 비전 기반 AI로 건설 현장의 DX를 시도했습니다. 로봇에 건설 자재를 전부 비전 학습시켰거든요. 로봇이 자재를 운반하면서 해당 자재가 시멘트인지 강마루인지 모두 구분합니다. 이에 건설사는 자재가 어느 정도 올라갔는지 스마트 건설 플랫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재 운반 현황에 따라 공정률을 확인할 수도 있고요.
엔비디아 풀스택 기반 시뮬레이션을 위해 강남 본사에 자체 마이크로 데이터센터도 구축했습니다. 아이작 심으로 디지털트윈 환경에서 자율주행을 사전 검증하고, 아이작 랩으로 대규모 로봇 군집 강화학습을 수행합니다. 코스모스로는 합성 학습데이터를 생성합니다.
현재 실증은 어디까지 진행 되었나요
올해만 해도 8곳이 됩니다. 오는 8월에는 광명과 두산 현장에도 갈 예정이고요. 거제 조선소와도 개념증명(PoC)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건설 현장의 경우 매년 참가해온 스마트건설 엑스포에서 인연이 닿아 이달 PoC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PoC에서 파일럿으로 넘어가는 단계입니다. 아마 내년에는 건설사 전사 차원에서 도입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상용화 이전 단계이지만 실제 건설 자재를 운반하는 비용을 받고 있어 지난해 약 6억원의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창업하고 나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인재 채용이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얼마나 잘 습득할 수 있는지가 이제는 정말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신에게 익숙한 툴이라고 해도 새로운 툴이 등장하면 빠르게 바꾸고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수라고 봅니다.
고레로보틱스는 새로운 기술과 툴을 조사하고 먼저 시도해보는 팀이 따로 있을 정도예요. 기획팀이 그런 업무를 수행하는데, 기획팀 내부 평가가 좋으면 엔지니어들도 모두 함께 사용해보고 있습니다.
확장하고 싶은 영역이 있나요
연말에 공사 기간 단축 이행보증보험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8월 초에는 초안을 만들 예정이고요. 공사 기간을 단축했을 때 발생하는 PF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가정하고, 신탁사·금융사와 협력해 금융상품으로 출시하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무인 철거와 조선소 현장에 진출하려고 합니다. 조선소도 건설업처럼 자재 운반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큰 상태입니다. 현장에 가서 보니 고레로보틱스만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산업인 것 같아요.
해외 진출 계획이 있나요
빠르면 올해 10월부터 미국에서 데이터센터를 짓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 같습니다. 국내 주요 PoC가 상반기에 대부분 끝났기 때문에 이제 미국 PoC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시에 싱가포르에도 진출할 예정입니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주택청의 초청을 받아 현장에 다녀왔거든요. 당시 반응이 좋아 오는 10월 추가 PoC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고레로보틱스의 솔루션을 적용하면 공사 기간이 단축될 테니 한국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해외 곳곳에서 데이터센터를 자체적으로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한국 건설사들이 더 많은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omsoms94@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