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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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수매하듯, 정부가 데이터 수매하자”

제조업 현장에서 쏟아지는 피지컬 AI 데이터를 정부가 직접 사들이는 공공수매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과거 식량 안보와 농민 보호를 위해 쌀을 등급별로 수매했던 것처럼,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제조 현장의 물리 데이터를 등급을 매겨 사들이고 자산화하자는 제안이다.

이두희 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대한민국 전략경제 포럼’ 피지컬 AI 세션 토론에서 “산업혁명의 쌀은 시대마다 달랐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1차 산업혁명 시기 철과 나프타가, 2차 산업혁명 시기 석유화학이 산업의 핵심 자원이었다면, 이번 산업혁명에서는 데이터, 그중에서도 피지컬 데이터가 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원장은 과거 정부가 쌀을 1등급부터 3등급까지 나눠 수매하면서 등급별 가격 차이를 뒀고, 이것이 농가의 품질 개선 노력을 이끌어내며 이른바 ‘녹색혁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도 피지컬 데이터를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나눠 수매하는 제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며 “청년들을 데이터 분류 인력으로 고용해 등급을 매기고 정제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원으로는 최근 반도체 업황 호조로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한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이 부원장은 “펀드 규모가 수십조 원대로 예상되는데, 그 용처 중 하나로 좋은 피지컬 AI 데이터를 등록·관리해 국가 자산으로 만드는 데 1조 원 정도만 배정돼도 의미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원장은 수매를 통해 잘 정제된 데이터가 국가 자산으로 축적되면, 한국형 데이터 통합 시스템, 이른바 ‘K-팔란티어’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토론의 좌장을 맡은 김준하 지스트 AI정책전략대학원장도 공공수매제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실행을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하나는 데이터 등급을 매길 표준화된 절차이고, 다른 하나는 등급별 보상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다. 그는 “골드·실버·브론즈로 나누든 10단계로 나누든, 등급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보상할지, 아니면 일자리 창출 방식으로 관리 체계를 가져갈지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공공수매제를 가장 먼저 실증해볼 지역으로 전북·창원·해남을 잇는 이른바 K-MAP(Manufacturing AI Belt) 지역을 꼽았다. 그는 “창원은 방위산업, 전북은 자율주행차 관련 데이터가 풍부한 만큼, 이들 중소 산업단지에서 데이터를 먼저 걷어 공공수매제를 시범 실증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토론에 참여한 윤병동 서울대 교수도 데이터 자산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실무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국내 제조 현장에서 확보되는 데이터의 99.9%는 재활용되지 않는다”며 “대부분 제어나 생산 목적으로 한 번 쓰이고 서버에 잠긴 채 방치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자산화하려면 데이터에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제품을, 양품인지 불량인지’와 같은 맥락 정보를 부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골드·실버·브론즈 등급 체계(메달리온 아키텍처)로 데이터를 관리할 것을 제안했다.

박태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정부 차원의 데이터 구축·활용 계획을 묻는 질문에 “실제 활용 가능한 좋은 데이터를 범부처 차원에서 제대로 구축해 국가 전체가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예산 당국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보여주기식 실증이 아니라 방향을 제대로 잡은 실증이 여러 분야에서 필요하다”며 “이 데이터는 제조뿐 아니라 국방, 에너지, 항만 운용 등과도 연결되는 안보 자산인 만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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