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바이라인네트워크>와 인터뷰 중인 김형섭 아임웹 CTO (출처=아임웹)

“4년 걸린 일을 3개월에”…아임웹이 안팎으로 AI 쓰는 법

요즘 링 SNS에는 “클로드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는 글이 꽤 많다. 결제 모듈도 붙였다,라거나 뭐도 된다더라, 라는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 글을 볼 때마다 궁금했다.

그럼 노코드 웹빌더로 시작한 아임웹 같은 회사는 어떻게 되는 걸까? 마침 아임웹의 AI 활용법에 대해 물어볼 자리가 생겨, 지난 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아임웹 사무실에 방문했다.

인터뷰 당사자인 김형섭 아임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999년 한국 정보올림피아드에서 동상을 받아 대학을 골라갈 정도였던 개발 영재다. 커넥트웨이브가 인수한 플레이오토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심도 있는 답을 기대했다.

그런데 정작 돌아온 답은 싱거웠다. “전자레인지가 생겼다고 셰프가 사라졌나요?”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과 이를 통해 사업을 굴리는 건 다른 문제라는 의미다.

지금 아임웹이 이전보다 고도화된 커머스 중심 수요를 품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말을 주목할 만하다.

코드 없이 웹사이트를 만들어주는 노코드 웹빌더로 이름을 알린 과거와 달리, 아임웹의 현재는 100만개 사이트에서 마케팅과 주문, 결제, CS까지 돌아가는 누적 거래액 7조원 규모 이커머스 중심 자사몰 기업에 가깝다. 코딩 없이 웹사이트가 필요한 이들 다수가 커머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아임웹은 자사 운영과 이용자(웹사이트 운영자)의 사업 운영 양쪽에 AI를 적극 활용한다. ‘아임웹’이라는 서비스와 시스템 내부를 탄탄하게 쌓아 거대한 트래픽에 끄떡없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한편, 아임웹 이용자들도 보다 쉽게 쓸 수 있도록 한다.

아임웹 개발조직이 AI를 받아들이고, 밖으로 선보이기까지를 주도한 김 CTO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봤다.

GPT 없는 세상에서, AI가 전기가 된 지금까지

먼저 숫자부터 보자. 김 CTO 합류 이후 아임웹은 오래된 시스템(레거시)을 걷어내는 리팩토링 작업을 4년간 해왔다. 그렇게 진행한 게 40%다.

그런데 AI를 중심으로 마이그레이션을 추진하자, 최근 3개월 동안 10%가 더 걷혔다. 기간이 10분의 1 이하로 단축된 셈이다.

AI를 활용해 신제품 출시에 필요한 시간도 크게 짧아졌다. 예전엔 제품 하나를 내는 데 한 스쿼드의 엔지니어 네댓명이 붙어 6개월~1년까지도 걸렸다면, 지금은 한 명이 4주 만에 하나의 제품을 배포한다. 또 배포 이후 문제가 생겼을 때 되돌리는 시간은 15분에서 1분으로 줄었다.

이제 AI 문화가 잘 자리 잡았다는 자랑으로도 들리지만, 과거로 돌아가보면 회사의 사정은 반대였다. 김 CTO가 합류할 당시, 아임웹은 잘 크고 있었지만 “지속 가능한 인프라”와 “슈퍼 개발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앞서 ‘당연함에 대한 저항(Contrarian)’ 등 철학과 내부 협업 문화를 고도화하던 중 AI가 등장했다. 개개인의 역량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적시에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AI가 나타났다고, 모두가 두 팔 벌려 반긴 건 아니다. 오히려 AI가 뚝딱 내놓는 작업물을 껄끄러워 하는 이들도 많았다.

김 CTO는 “”AI를 써도 된다”고 확실하게 말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했다”며 “AI 비용을 지불하고, 통일된 하네스를 구축해나가면서 AI가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쿼리 한 번에 50번 읽는 사람들이 AI를 믿기까지

특히 김 CTO가 강조한 건 조직 내 AI에 대한 신뢰를 쌓아온 방식이다. 그는 “인프라 엔지니어는 원래 보수적인 직군”이라며, “데이터베이스 관리자(DBA)는 쿼리 하나를 실행하기 전에 50번을 다시 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아임웹 인프라 조직의 AI 활용법은 AI를 의심하는 데에서 출발했다. AI가 하는 말은 일단 반대하고 보고, “아닌 것 같은데”를 반복하며 크로스 체크하는 식이다. 또 네 곳의 AI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 프로바이더 네 곳의 AI를 붙여놓고 서로 검증하며, “자기들끼리 싸움을 붙”였다. 그리고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한다. 이 방식으로 인프라 엔지니어들이 AI와 일하는 감각을 익히는 데 걸린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이후 인프라 감시 체계도 다시 만들었다. 예전의 장애 대응은 추측 기반이었다. ‘이런 패턴이면 여기가 문제’라는 경험에서 장애를 찾았지만, 틀리면 해결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며 문제만 커졌다.

아임웹은 인프라를 위해 일종의 MRI를 만들었다. 김 CTO는 “사람이 몸이 아픈데 어디가 아픈지 모르면 일단 다 찍어보듯, 인프라 전체의 가시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모든 트래픽의 흐름과 구간별 리소스를 다 기록했다. 여기서 쌓인 방대한 데이터에서 이상 패턴을 찾는 일은 AI에 맡겼다. 그는 “엔지니어는 AI가 끄집어낸 부위만 수술하면 된다”며 “효율 향상과 더불어 안정성이 강화돼, 같은 문제가 다시 나오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배포 체계도 중급 이하 업무를 당일 처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배포 전 검증을 통과해 나간 코드라도, AI가 배포 직후부터 초 단위로 지표를 모니터링하다가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사람 허락 없이 즉시 롤백한다. 문제 발견부터 복구까지 15분 걸리던 일이 1분으로 줄었고, 지금 최종 목표는 15초다. 김 CTO는 “아임웹이 서비스 가동률 99.98%를 목표로 잡고 이를 초과 달성 중”이라고 자부했다.

2년 내로 중급 이하 작업의 100% 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의 자동화에는 사람의 최초 지시와 최종 확인이 남아 있지만, 2년 뒤에는 그것마저 없앤다는 계획이다. 고객이 “어드민에 상품 컬러 하나를 추가해달라”고 요청하면, AI가 타당성을 판단하고 테스트와 배포까지 마치는 시나리오다.

100만개 사이트가 걸린 리팩토링, AI가 밤을 새웠다

오래된 구조를 뒤엎는 데도 AI를 활용했다. 아임웹은 올해 들어 AI로 3개월 만에 리팩토링 작업의 10%를 진행했다.

김 CTO는 “리팩토링이 지난 4년간 40%에 머물렀던 이유는 기술력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고 설명했다. 옛 시스템을 새 언어로 다시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그 결과물이 이미 쌓여 있는 데이터 위에서 이전과 한 치의 차이도 없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 CTO는 “100만개 사이트의 요구사항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큰일 나는 상황이라 엄두가 안 났다”며 “새 기능 개발과 병행해야 하니 일은 두 배가 되고, 사이드 이펙트는 예측이 안 된다”고 말했다.

AI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사람이 최초 지시와 마지막 확인만 하고, 중간의 계획과 실행, 비교, 검증은 AI가 도맡는 단계까지 왔다. 김 CTO는 “과거 (AI를 활용한) 경험이 쌓이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특히 재구현된 결과물이 과거와 정말 같은지, 어떤 상황에서도 같은지를 확인하려면 수만개의 시나리오를 비교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AI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리팩토링 작업은 핵심 엔진 정도만 남은 상황이다. 사이트 접속부터 끝까지 모든 곳에 쓰이는 렌더링 엔진 같은 핵심 라이브러리 등 코어로 들어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만큼, 시간을 들여 앞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안에서 검증한 방식, 밖으로 내보낸다

아임웹은 이렇게 안에서 검증한 AI 활용법을 고객, 즉 쇼핑몰 운영자 쪽으로 내보내고 있다. 아임웹 제품 안에서 AI가 쇼핑몰 운영을 직접 돕는 한편, 요즘 사람들이 익숙한 챗GPT·클로드 같은 외부 AI 생태계와 아임웹을 연결해 운영 편의성을 높이는 차원이다.

대표 사례가 AI 챗봇 ‘비비’다. 아임웹 서비스에 대한 반복적인 상담 문의를 자동 처리하는 챗봇으로, 도입 당시 전체 문의의 50% 정도를 처리했다면, 지금은 80% 이상을 처리한다. 김 CTO는 “상담원분들이 남은 20%의 난도 높은 작업에 집중하면서, 결과적으로 고객 입장에서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상품과 주문 관리, CS 등 반복 업무가 많은 쇼핑몰 운영자를 위한 에이전트 운영체계(OS)는 3단계 로드맵에 따라 발전할 예정이다. 김 CTO는 “아임웹 고객은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보고, 수집하고, 분해한 다음 판단해 실행에 옮기는 반복적인 작업이 많기 때문에, 이 과정을 AI를 통해 자동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임웹이 내놓은 1단계는 애널리틱스 기능으로, 방문부터 구매까지 쌓이는 시계열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왜 방문자가 몰렸는지, 고객이 무엇을 왜 샀는지’를 설명한다. 이어 지금 개발 중인 2단계는 추천이다. “계절성이 유효한 사업이니 여름에 대비해 이걸 준비하라”는 식으로 다음 전략을 제안하되 선택은 운영자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3단계는 한 단계 더 나아가 AI가 좋다고 판단한 액션을 실행까지 하는 자동화를 생각하고 있다.

아임웹은 바깥으로 연결하는 도구로 ‘AI 툴킷’을 마련했다. 내부 에이전트가 데이터 보호를 위해 아임웹 안에서만 도는 인하우스 제품이라면, AI 툴킷은 외부 AI 생태계에 안착하기 위한 중간 다리다. 클로드나 챗GPT가 익숙한 운영자가 자신의 AI 환경에서 주문 조회나 재고 차감 같은 아임웹 기능을 자연어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

김 CTO는 “챗GPT 앱스토어에 있는 앱이라고 생각하면 쉽다”며 “아임웹이 외부 생태계와 연결되는 중앙에 AI 툴킷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아임웹은 에이전틱 커머스, 그러니까 AI가 구매까지 대신하는 단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챗GPT나 클로드 안에서 물건을 찾는 것까지는 가능해도, 구매를 통째로 맡기는 데는 저항이 클 거라는 판단 아래서다.

김 CTO는 “AI가 골라준 물건이 어느 날 갑자기 배송됐을 때, 고르는 기쁨과 받는 기쁨이 사라진 채로 그 제품을 쓰겠느냐”며 “이걸 깨려면 인류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나 결제 대행 API 등은 기술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2년 뒤, 사람 개입 없는 배포와 10배 성장한 셀러

김 CTO는 아임웹의 비전이 여전히 “기술을 모르는 분들이 사업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 노코드 웹빌더에서 커머스 전반까지 나아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금 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아임웹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증명돼야 한다”고 짚었다. 고객 유입과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는 매출 성장, 브랜드 입지 향상 등 성장에 필요한 기능을 보다 고도화해, 소규모 판매자와 브랜드 등 생태계 전반에서 확실하게 자리잡는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게 크리에이터 커머스다. 그는 “브랜드 성장을 위해서는 트래픽을 유입시켜 구매 전환이 일어나고, 이후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최근 출시한 ‘슬릿’ 서비스를 소개했다. 인플루언서와 아임웹을 연결하는 서비스로, 200명 이상 인플루언서가 모여있다.

특히 아임웹의 강점에 대해 “쇼핑몰 고객사 특성에 맞춘 고도화된 기능”을 꼽았다. 단순히 대형 서드파티를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CRM과 통계 등 아임웹 내부에서 중소상공인의 눈높이에 맞춘 기능을 내재화해 꼭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아임웹은 AI로 쌓은 역량으로 고객사가 큰 폭으로 성장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김 CTO는 “2년 정도면 아임웹의 AI 운영 자동화를 통해 10배 이상 성장한 사례가 10곳 이상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연매출 10억대 회사가 AI 최적화 개선을 몇 번 거쳐 100억대가 되는 케이스”라고 말했다.

한편, AI를 ‘전기’처럼 쓰는 개발 조직의 지속 가능성도 고민하고 있다. 김 CTO는 “향후 비용이 크게 오르는 일 등도 생각하고 있다”며, “오픈소스 모델을 통한 로컬 LLM 구축도 시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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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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