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AI 모델 경쟁 틈에서 AI 서비스가 사는 법
[인터뷰] 에릭 징 젠스파크 최고경영자(CEO)
“여러 프론티어 AI 모델이 경쟁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지만, 결국 비슷해질 것이다. 그럼 모델의 가격 경쟁만 남게 된다. 그럼 다른 AI 계층의 회사를 중심으로 하는 또 다른 AI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에릭 징 젠스파크 최고경영자(CEO)는 24일 젠스파크 팔로알토 본사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앞으로 AI 산업 생태계 지형도의 변화를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만약 모델들이 아주 차별화될 수 있다면 생태계가 모델 회사에 종속될 것이지만, 현실화되지 않을 거라 본다”며 “비유하자면, 지금 모델 회사는 AI란 자동차 엔진을 만들고 있고, 그 엔진이 막 발명된 상황이라 제한된 것만 나오기에 사람들이 엔진을 만드는 회사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자동차에 대해서 대다수 운전자는 엔진을 신경쓰지 않는다”며 일반 지식 근로자를 위한 AI 서비스의 존속 가치를 비유했다.
하나의 모델 회사가 시장을 압도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현재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젠스파크는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중립을 지키며, 하나의 구독으로 여러 모델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동안 IT 분야는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했다가, 플랫폼 소유 기업의 횡포로 생태계가 사라지는 역사를 겪어왔다. 애플과 구글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수많은 앱 개발사를 끌어들였다가, 사업을 확장하면서 서드파티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플랫폼에 내재화해 생태계를 흔들었다. 이같은 플랫폼 종속성이 AI 생태계에서도 강화될 여지가 크다. 오픈AI, 앤트로픽은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토큰 가격을 인상하고, API 정책을 변경하는 식으로 생태계와 사용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사용자와 파트너에게 선호되는 특정 버전이나 모델을 하루아침에 폐기해버리기도 한다.
오픈AI, 앤트로픽 모두 젠스파크 같은 회사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고 있긴 하다. 젠스파크가 모델 기업의 토큰 경제를 확장하는 핵심 채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모델회사와 젠스파크의 구도가 상하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젠스파크는 특정 모델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강력한 에이전트 기능으로 사용자 규모를 확장해 역으로 모델 회사를 종속시키고 있다.
핵심 역량은 AI 모델에 대한 광범위하고 재빠른 평가와 라우팅이다. 새로 나오는 모델 버전의 작업별 역량을 진단하고, 사용자의 프롬프트에 어울릴 지 결정하는 권력을 젠스파크가 갖고 있다. 운좋게도 현재 전세계에 AI 모델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의외로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시장 장악력이 그리 크지 않다.
에릭 징 CEO는 “현재 AI 사용자에게 과제는 토큰이 점점 비싸지고 있다는 것이고, 1년전만 해도 문제되지 않았던 비용이 올해부터 큰 걱정거리가 됐다”며 “그러나 그 걱정은 향후 3~6개월이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픈웨이트 모델이 정말 정말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나온 오픈웨이트 모델 GLM-5.2는 프론티어 모델과 동일 성능인데 10% 비용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젠스파크의 비즈니스 업무 처리를 위한 AI 에이전트가 AI 모델 회사의 것보다 경쟁 우위를 가진다면, 모델 개발사는 사용자 모집보다 파트너를 통한 API 공급에 의존하게 된다. 딥시크의 충격처럼 강력한 성능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AI 모델이 언제든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는 현재의 상황은 오픈AI나 앤트로픽에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에릭 징은 “많은 사용자는 여러 AI 모델을 같이 쓰면서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만, 하나를 3~5일 정도 쓰고 잊어버린다”며 “얼마전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주최한 행사에 갔을 때 사티아 나델라는 50% 이상의 CEO들이 너무 빠른 모델 발전 속도 때문에 어떤 AI 솔루션을 선택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젠스파크는 사용자가 하나의 구독료만 내면 챗봇, 코딩, 파워포인트, 이메일 등 다양한 서비스를 슈퍼마켓에서 쇼핑하듯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을 지향한다”며 “AI 시장은 결국 좌석 기반 구독 모델 대신 사용량 기반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젠스파크의 AI 워크스페이스는 구독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단, 구독 요금제 등급에 따라 제공되는 크레딧을 소모하면 추가 크레딧을 충전해야 한다.
에릭 징 CEO는 “AI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AI 개발사의 새 모델이 갈수록 전보다 더 많은 토큰을 소모하고, 비용이 점점 더 많이 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젠스파크에서 지금은 질문 하나에 완벽하게 다듬어진 파워포인트 자료를 받는데 많은 크레딧을 소모해야 하지만, 토큰 비용을 낮추는 데에는 큰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젠스파크의 케이 주 CTO에 따르면, 매년 10분의 1 수준으로 토큰 비용이 줄어든다고 한다. 일반적 작업 부하를 기준으로 동일 수준의 작업 난이도를 유지한다면 연초에 들었던 비용이 연말에 이르러 10%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젠스파크는 사용자의 전반적인 사용패턴 통계를 볼 때 1개월에 2~3개의 프리젠테이션 문서를 제작하는 수준의 사용자라면 월 25달러의 기본 구독제에서 제공되는 1만 크레딧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에릭 징 CEO는 “젠스파크 사용자가 고품질 결과를 계속 얻을 수 있게 서비스 비용을 보조하고 있다”며 “최근 젠스파크에 새로 추가된 기능을 사용자에게 5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새 기능이 자신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젠스파크는 여러 모델과 도구를 하나의 구독으로 통합했기 때문에 점차 증가하는 AI 구독료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본다.
에릭 징은 “모든 최첨단 모델을 젠스파크란 하나의 구독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모든 주요 언어모델,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 생성 모델, 뛰어난 디자인 에이전트, 코딩 엔진, 무료 스킬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용자는 오픈AI, 제미나이, 클로드 등에 20달러씩 지불하지만, 매일 사용하지는 않고 특정 일이 있을 때만 쓴다”며 “반면 젠스파크는 하나의 구독으로 원하는 작업에 맞는 AI 모델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비용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모델 회사의 가격 변경, 사용자 증가에 따른 추론 비용 지출 증가 등으로 수익성 문제를 겪는다. 젠스파크는 모델 회사에 선지급 비용 없이 사용량을 기반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에 대량으로 구매하는 고객이기에 할인을 받는다. 자체적으로 모델을 훈련하지 않으므로 자금을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오픈웨이트 모델의 등장은 모델 회사 간 가격 경쟁을 부추긴다.
젠스파크는 4월 한국에 진출했다. 첫 한국 직원을 채용해 4명의 인력이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달 ‘AI 스튜디오 6.0’ 출시 시점에 맞춰 공식적인 한국 사무소 설립을 발표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젠스파크는 LG그룹의 벤처투자사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기에 한국 시장에 강한 관심을 갖고 있다.
에릭 징 CEO는 “한국인은 성실하게 일하며, 강한 업무 압박을 받고 있어 AI 도구 수요가 높다”며 “일반 사무직 근로자를 타깃 고객으로 삼는 젠스파크의 경우 한국 근로자의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매우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장은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며 “여러 한국 기업과 젠스파크 도입을 논의하고 있고, 곧 출시하는 신제품은 미국, 일본 등과 동시에 한국에서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팔로알토(미국)=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