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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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이 예고하는 것

6억원과 600만원이라는 두 개의 숫자가 있다. 100배나 차이나는 숫자지만 놀랍게 두 숫자 모두 한 회사 직원들이 받는 성과급이다. 삼성전자 DS부문 내 메모리사업부 직원(연봉 1억원 이상의 경우)은 6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받고, 스마트폰·가전을 만드는 DX부문 직원은 600만원 규모를 받게 된다. 같은 네임텍을 목에 걸고 다니는 직원 사이에 100배의 격차가 생긴 것이다. 이 격차를 만든 것은 능력이나 노력이 아니다. AI 공급망에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가에 따라 운명이 엇갈렸다.

이 장면은 AI 경제가 만들어낼 미래 격차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AI 공급망에 붙어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의 모습이다.

필수재가 된 AI, 준조세가 된 토큰세

앞으로 AI는 필수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기나 통신처럼 AI는 기업 생존의 필수 인프라가 되어가고 있다. 기업들이 내는 AI 이용료는 사실상의 준조세가 될 것이다. AI 서비스에 지불하는 비용을 일컫는 ‘토큰세’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자발적 소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지출이라는 뜻이다.

기업들이 낸 토큰세는 공급망을 타고 올라간다. AI 서비스를 만드는 빅테크, 그 서비스를 구동하는 GPU를 만드는 엔비디아, 그 GPU에 들어가는 HBM을 만드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토큰세의 극소수 수혜자가 된다.

그 이익이 어디로 가는지는 이미 드러났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AI 공급망에 직접 붙어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100배의 격차가 생겼다. 사회 전체로 스케일을 키우면, 그 격차는 훨씬 커진다.

토큰세를 내는 기업들은 점차 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AI로 같은 일을 더 적은 사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와 에이전트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 나가는 기술이다. 이익은 공급망 상단에 모이고, 노동은 공급망 하단에서 사라진다.

노동자가 줄수록 AI 사용은 늘어난다. AI 사용이 늘수록 토큰 소비가 늘어나고, 그 수요는 다시 반도체로 향한다. 노동을 밀어낸 AI가 스스로의 수요를 키우는 구조다. 당분간은 이 순환이 삼성과 SK하이닉스의 호황을 이끌어갈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가 줄어든 자리에는 사회적 비용이 쌓인다. 실업급여가 늘고, 복지 수요가 올라가고, 내수가 꺼진다. 양극화될수록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 비용은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아마 그 세금을 가장 많이 낼 곳은 AI로 가장 많이 번 삼성과 SK하이닉스일 것이다. AI로 번 돈이 AI가 만든 사회적 비용을 메우는 구조다.

정부가 반도체 초과이익환수라는 민감한 어젠더를 띄운 것은 이 구조를 감지했다는 신호다. 하지만 아직은 초기 논의에 불과하고, AI로 인한 파괴가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지금,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도 쉽지 않다.

잔치가 끝나는 날

이 순환에도 끝이 있다. 지금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경쟁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언젠가 그 경쟁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온다. 인프라 확충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 반도체 수요 증가세는 꺾인다.

그때 한국 경제는 무엇으로 버틸 수 있을까?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초과이익에 기대어 사회적 비용을 메우던 구조는 그때도 유효할까?

삼성 성과급 논쟁과 정부의 초과이익환수 논의는 그 질문의 서막이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AI 경제가 만들어낼 미래 갈등의 첫 장면이다. 이익은 어디로 모이고, 비용은 누가 치르는가.

청구서는 이미 발행됐다. 아직 금액이 다 적히지 않았을 뿐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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