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게임업계, 잘한 곳은 더 잘했다
주요 국내 게임사들이 1분기 실적을 일제히 공개했다. 탄탄한 지식재산권(IP)과 흥행 신작을 앞세운 기업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신작 공백과 기존 작품 매출 둔화에 직면한 기업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검증된 IP와 글로벌 흥행 경험을 갖춘 기업이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그렇지 못한 곳은 비용 효율화와 조직 재정비 등 고강도 체질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1분기 실적, 신작·IP 기초 체력이 갈랐다
넥슨은 장수 IP인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와 지난해 말 출시한 아크 레이더스의 전 세계적 흥행으로 이번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분기 넥슨의 매출은 1조4201억원, 영업이익은 542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4%, 40% 증가했다. 특히 두 IP가 해외에서 선방하면서 1분기 넥슨 해외 매출은 같은 기간 59% 증가했다. 올해 초 발생한 메이플키우기 전액환불 사태가 있었는데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크래프톤 역시 핵심 IP ‘배틀그라운드’ 프랜차이즈의 지속된 흥행으로 올해 1분기 매출 1조원을 넘겼다. 회사의 이번 분기 매출은 1조3714억원, 영업이익은 5616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고치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6.9%, 영업이익은 22.8% 증가했다. 배틀그라운드 IP는 PC와 모바일 플랫폼 모두에서 고른 성장세를 달성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더불어 지난해 인수한 ADK 그룹 실적이 반영되면서 외형이 성장했다.
엔씨는 아이온2와 리니지 클래식의 성공으로 1분기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호실적을 달성했다. 두 작품은 엔씨를 대표하는 핵심 IP를 기반으로 제작한 신작이다. 매출 5574억원, 영업이익 113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2070% 급증했다. 아이온2와 리니지 클래식 매출은 각각 1368억원, 835억원에 달한다. 모바일 분야 매출은 1828억원으로, 리니지 IP 3종이 뒷받침했다. 회사가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캐주얼 모바일은 2분기부터 유의미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넷마블은 기존 작품의 안정적인 매출에 ‘스톤에이지 키우기’,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등 신작 2종 효과가 더해지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회사의 1분기 매출은 6517억원, 영업이익은 531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5%, 영업이익은 6.8% 증가했다. 게임별 매출을 보면 기존 작품 6종이 각각 6~8% 비중을 차지했고, 신작 2종은 각각 3% 비중을 기록했다. 신작의 경우 1분기 말 출시돼, 성과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
이번 실적 시즌에서 주목할 곳은 펄어비스다. 회사는 신작 ‘붉은사막’의 전 세계적 흥행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붉은사막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장을 돌파하고, 전 세계 PC·콘솔 부문 판매량 5위에 오른 트리플A급(AAA) 신작이다. 펄어비스는 1분기 매출 3285억원, 영업이익 21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20%, 2586% 늘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82%, 영업이익은 3만200% 급증했다.
일부 중형 게임사는 주춤
대형 게임사들이 검증된 IP와 신작 효과로 성장세를 이어간 것과 달리, 신작 성과가 부진했거나 기존 작품의 하향 안정화를 겪은 중형 게임사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데브시스터즈는 1분기 매출 585억원, 영업손실 17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4%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핵심 작품의 성과가 둔화하고 1분기 출시한 쿠키런 IP 기반 신작 ‘쿠키런: 오븐스매시’ 초기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향이다. 이에 회사는 고강도 경영 쇄신에 돌입했다. 조길현 대표는 보수를 받지 않기로 했고, 임원진은 보수의 50%를 삭감했다. 이와 함께 비용과 조직 효율화하고 수익성과 성장성을 최우선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기로 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기존 작품의 매출 안정화와 신작 기여 제한으로 올해 1분기 매출 829억원, 영업손실 25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3% 줄었고 영업손실 폭은 더 커졌다. 회사는 1분기 ‘슴미니즈’를 선보였지만, 퍼즐 장르 특성상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리기 어려웠다. 카카오게임즈는 하반기부터 그간 준비한 신작을 순차적으로 출시하며 반등을 꾀한다. ‘오딘Q’와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등 핵심 작품도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웹젠은 국내 게임 시장에서 뮤(MU) 등 기존 작품의 성과가 둔화되고 드래곤 소드 사태 등 개발사와 갈등을 겪으면서 1분기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2% 줄어든 393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9.6% 감소한 53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는 해외 매출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작 개발에 투자를 이어가며 활로를 찾을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작품이 안정적인 성과를 내면서 신작이 흥행한 기업이 1분기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며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지 못한 업체는 기대 이하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작의 경우 장르나 출시 플랫폼과 관계없이 흥행 여부가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게임업계 향후 전략은
국내 게임사들은 이번 실적을 기반으로 각각의 환경에 맞춰 미래 성장 전략을 구상 중이다.
넥슨과 데브시스터즈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작품에 자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넥슨의 경우 지난 자본시장브리핑(CMB) 이후 세 개의 프로젝트를 중단했으며, 흥행 잠재력이 높은 두 개의 프로젝트에 지원을 확대했다. 데브시스터즈 역시 고강도 체질개선의 일환으로 핵심 타이틀과 성과가 검증된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수익성과 성장성을 최우선으로 포트폴리오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넷마블, 위메이드는 장르 다변화, 멀티 플랫폼 전략으로 다양한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넷마블은 전날 출시한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 PC 버전을 시작으로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 ‘프로젝트 옥토퍼스’, ‘이블베인’ 등 신작을 순차 출시한다. 액션 RPG, 서브컬처, 오픈월드 등 각기 다른 장르며, 출시 플랫폼도 모바일, PC, 콘솔 등 나뉘어 있다. 위메이드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20여종의 신작 개발 라인업을 구축했다. 엔씨는 2026년까지 신작 IP 10여종 출시를 준비 중이며, 모바일 캐주얼 장르 성공을 위해 역량을 집중한다.
국내 게임 업계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설정한 가운데, NHN은 일본 시장에 더 많은 무게를 실을 방침이다. 기존 일본 시장 진출 전략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앞서 정우진 NHN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기존 한국 게임 시장에 대한 기대보다 일본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전략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며 “일본에서의 인지도가 높은 IP와 계약을 추진 중에 있거나 코드명만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기존 IP를 강화하고 새로운 IP를 발굴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 회사는 앞서 해보기(얼리 액세스)로 출시한 라이프 시뮬레이션 장르 ‘인조이’를 장기 수명 주기(PLC)로 육성할 계획이다. 오픈월드 생존 제작 ‘서브노티카2’는 회사가 주목하는 신규 IP다. 이 게임은 15일 얼리 액세스 출시 12시간 만에 200만장이 판매되면서 성장 잠재력을 입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