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걸리던 쇼핑이 3초로… AI가 바꾼 소비, 브랜드는 무엇을 잃고 있을까
지난 2월 기준, 챗GPT가 전 세계 9억명 소비자의 탐색 경로를 차지해 버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5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 경험률은 2024년 33.3%에서 2025년 44.5%로 11.2%포인트 늘어났다. 국내에서만 약 2000만명 이상이 이미 일상에서 생성형 AI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정보 탐색의 경로가 AI로 인해 다각화된 상황에서, 소비를 위한 정보 탐색 패턴 또한 변화하고 있다. BCG컨설팅에 따르면 챗GPT 내 쇼핑 관련 검색 비중은 전체의 10% 가까이로 늘어났다.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일일이 정보를 탐색했다면, AI가 대신 상품을 추천하고 비교한 후 소비자가 최종 결정만 내리면 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지난 4월 30일 마크비전이 서울 강남구에서 연 ‘AI가 바꾸는 2026년 이커머스 트렌드’에서 김빛나 글로벌 프로덕트 총괄은 “이용자의 상품 탐색 과정이 30분에서 단 3초로 바뀌는 이와 같은 프로세스가 AI의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앱을 오가며 상품을 탐색하는 과정이 AI로 인해 단축되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브랜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I 쇼핑 시대에는 단순히 마케팅 한 부서 뿐만 아니라 전 조직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게 마크비전의 진단이다. 김 총괄은 “AI 답변 엔진 최적화(AEO)로의 전환, 브랜드 신뢰 관리, 채널 관리 3가지 전략을 기반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AEO, 브랜드 신뢰, 그리고 채널 관리
구글 제미나이에 ‘지속 가능한 아웃도어’를 검색하면, 어떤 브랜드가 가장 많이 나올까? 정답은 파타고니아다. “‘지속 가능한 아웃도어’를 검색했을 때 구글 제미나이에서 파타고니아는 64번 언급된 반면, 다른 브랜드는 26회에 그쳤다”고 말했다.
파타고니아가 광고에 돈을 많이 써서가 아니다, AI가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김 총괄은 “파타고니아는 ‘우리는 환경을 생각합니다’와 같은 문구 대신 공급망, 탄소 배출량, 수리 프로그램 성과 등 AI가 바로 읽고 인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했다”며, “AI는 좋은 말보다 검증 가능한 데이터를 선택한다”고 분석했다.
AI에 선택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중요한 또 다른 한 축은 ‘브랜드 신뢰’다. 특히 브랜드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빠르게 통제하는가’가 핵심이라고 김 총괄은 분석했다.
그는 “AI 환경에서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누적되기 때문에, 대응이 늦어질수록 회복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고 분석했다. AI 환경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올바른 정보와 함께 학습되고 반영되기 때문에, 대응 속도가 브랜드 신뢰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실 사례도 제시했다. 마크비전의 고객사 경우, 피싱 사이트로 인해 일주일에 약 3억7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이 때 구글에 직접 신고를 해도, 신고 처리까지 48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브랜드 광고비가 계속 집행됐다. 이후 마크비전의 솔루션을 도입해 대응 속도를 높였다.
마지막 축은 채널 전략이다. 김 총괄은 “플랫폼을 확장하고 자사 채널을 통제하는 균형 두 가지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앞으로의 브랜드 경쟁력을 결정한다”며 “자사몰이 단순히 상품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AI가 추천 근거로 삼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채널로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비·사후 대응·플랫폼 의존, 모두 틀렸다”
그렇다면 AI 쇼핑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브랜드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김 총괄은 “‘진짜 브랜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며, 단순히 한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전사가 대응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브랜드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광고비 증대, 문제 발생 후 대응, 플랫폼 관리 등 잘못된 접근법을 선택하는 사례가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광고비를 늘리면 그냥 해결되지 않나요?” 아닙니다. 아무 준비 없이 광고만 늘리면 광고 집행비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와 이베이는 광고를 중단했음에도 매출이 유지되고 있는데, 이 이유는 광고가 아니라 AI 안에서의 브랜드 신뢰가 매출을 만들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대응하면 되지 않나요?” 대응이 늦어지는 사이 위조 상품은 계속해 판매됩니다. AI는 그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학습하고, 그 다음에도 사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는 건 너무 늦습니다.
“플랫폼 관리로 충분하지 않나요?” 사실 나이키 사례를 보면, 아마존에서 판매 자체를 중단했습니다. 플랫폼에서 브랜드 통제가 안되면, AI 추천 구조 안에서도 신뢰를 잃기 때문입니다. 결국 브랜드가 준비되지 않는 영역에서 AI는 조용히 다른 브랜드를 선택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조직 차원의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괄은 “기존에는 우리 브랜드에 대한 메시지와 광고 집행을 마케팅에서 했다면, 이제 AEO는 마케팅, 채널 구조는 이커머스 또는 영업팀, 신뢰 리스크는 브랜드나 법무팀,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기 투자 결정은 C레벨까지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존 노출, 클릭 매출 중심에서 AI에서 우리가 얼마나 언급되는지, 경쟁사 대비 얼마나 선택되는지, 신뢰 리스크를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는지로 기준점이 이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흩어진 데이터, 어떻게 브랜드 무기로 바꾸나”
그렇다면 흩어진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예를 들어 채널 전략만 해도, 관리가 쉽지 않은 게 지금의 현실이다. 중국의 리테일 채널 수는 600만개, 미국은 115만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신철룡 마크비전 브랜드 보호 제품 총괄은 “온라인 시장이 브랜드의 주요 판매 채널이 되면서, 온라인 채널의 특성이 브랜드에 고스란히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오픈마켓 특성상 진입 장벽이 낮고, 이로 인해 수많은 셀러가 수많은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가격을 포함한 여러 데이터를 바꿔가며 움직이기 때문이다.
신 총괄은 브랜드가 현장에서 받는 영향에 대해 ▲시장 가격 구조 문제 ▲공식 채널 무력화 ▲브랜드 경영과 신뢰 훼손 ▲막대한 관리 비용과 리소스 낭비 4가지를 꼽았다.
그는 “쿠팡 다이나믹 프라이싱 시스템 등으로 가격이 낮을수록 제품이 더 많이 노출되고, 노출된 가격을 플랫폼이 따라가고, 그렇다 보면 브랜드의 공식 판매가가 의도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내려간다”며 “이 같은 구조로 인해 공식 판매가가 자동으로 내려가면서 매출과 마진이 동시에 하락한다”고 짚었다. 또 브랜드가 마케팅과 광고에 투자했음에도 결제 단계에서 비공식 셀러의 제품에 결제하는 상황, 그리고 관리할 수 없는 채널과 셀러가 늘어나면서 유통 품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문제를 모두 알고 있어도 관리하는 데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리소스다. 외부의 대응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리스팅을 사람이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위조상품에 대해 대응하고, 반복적으로 신고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과 자원이 계속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입장에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일과 의사 결정 사이에서 단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신 총괄은 “브랜드에 비정형 데이터가 넘쳐났지만, 사용 가능한 정형 데이터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했고, 더 나아가서는 의사결정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매우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날 마크비전은 자사 솔루션인 ‘브랜드 인텔리전스’를 답으로 제시했다. 신 총괄은 “수백, 수천개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준실시간성으로 사용 가능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정제하고 연결한 후, 올바른 질문을 통해 분석해야 한다”며, “(마크비전이) 기술과 AI를 통해 인사이트를 만들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했다.
현재 마크비전이 시범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 인텔리전스는 이용자가 자연어로 질문한 후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브랜드가 원하는 수준으로 데이터를 연결하면, 이 데이터를 전수 수집해 분석 가능하도록 정제, 구조화한다. 특히 브랜드 입장에서 모든 데이터를 연결하지 않아도, 마크비전이 기존 수집하고 있는 마켓플레이스 및 셀러의 데이터와 그때그때 현업에서 입력하는 데이터를 취합해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도록 했다.
신 총괄은 “복잡한 대시보드나 분석 전문가 없이도 궁금한 질문 하나로 모든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며 “각기 다른 부서의 데이터를 연결해 데이터를 융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산업군 내에서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담당자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마련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