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BN] 방대한 오픈월드로 완성된 펄어비스 ‘붉은사막’
매일 수많은 게임이 쏟아지지만, 모든 작품을 직접 할 수는 없습니다. ‘플레이 바이라인네트워크(BN)’는 주목할 만한, 직접 해볼 만한 게임을 선별해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잘한 점은 분명히 짚고, 아쉬운 부분도 숨기지 않습니다. 과장 없이 담백하게 전합니다. <편집자 주>
저는 오픈월드 대작을 선호합니다. 또 다른 세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방대한 맵을 마주하면 가슴이 뜁니다. 주요 서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 방대한 오픈월드 게임 안에서는 메인 스토리 역시 스쳐 지나가는 작은 경험에 불과하니까요. 그래서인지 베데스다식 오픈월드, 유비식 오픈월드, CDPR식 오픈월드 가리지 않고 재밌게 즐기는 편입니다. 저평가를 받는 ‘스타필드’조차 제게는 수작이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펄어비스가 선보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은 개인적인 취향에 딱 맞는 게임이었습니다. 최신 게임답게 한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고품질의 그래픽, 사용자 실력에 좌우되는 전투 방식, 끝도 없이 펼쳐진 맵 등 높이 평가할 만한 요소가 많은 게임입니다. 물론 조작 방식처럼 일부 혹평을 받는 부분은 칭찬하기 어렵습니다만, 패치를 통해 빠르게 개선되는 중이라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습니다.
이곳이 바로 파이웰 대륙
게임의 주요 배경은 파이웰 대륙인데요. 거대하고 볼 거리가 정말 많습니다. 특히 고품질 그래픽 덕에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고 전망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보는 맛’ 납니다. 게임 초반부부터 이러한 점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죽음의 문턱을 구경한 주인공이 한 NPC 덕에 목숨을 구하고 에르난드라는 지역으로 향하는 구간입니다. 긴 다리 아래를 흐르는 물과 주변을 둘러싼 산악지형이 장관입니다.

붉은사막에는 이러한 절경이 곳곳에 펼쳐져 있습니다. 오픈월드 게임인 만큼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공간을 직접 탐험할 수 있는데, 높은 지형에 오를 때마다 기대 이상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눈에 가득 찬 수목과 암반 지형, 거대한 폭포, 도시와 그 안을 오가는 NPC들까지 세밀하게 구현돼 있어 바라만 봐도 흥미를 자아냅니다. 다만 이러한 감상 중심의 경험은 빠른 전개와 전투 위주의 플레이를 선호하는 이용자에게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개인 취향에 맞아야 하죠.
붉은사막은 지형 탐사를 돕는 기술이 몇 가지 존재합니다. 지정타, 섭리의힘, 활공 등이 대표적입니다. 지정타는 손바닥으로 전방을 강하게 때리는 기술인데요. 시점을 아래로 하고 지정타를 사용하면 연속 3번까지 공중으로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활공은 높은 곳에서 내려올 때 낙사로 인한 죽음을 막아주고 더 오래 공중에 체공할 수 있게 돕습니다. 벽타기를 이용하면 눈에 보이는 대부분 지형을 기어오를 수 있죠.
크기만 하고 텅 빈 맵은 이용자들에게 혹평을 받기 쉽습니다. 과거 일부 오픈월드 게임 몇몇이 텅 빈 상자와 같은 세계를 선보였다가 큰 비판을 받은 사례가 있는데요. 붉은사막은 그렇지 않습니다. 맵 곳곳에 숨겨진 요소가 있습니다. ‘빛 반사’라는 특정 기술을 사용하면 무언가 존재하는 지역이 밝게 빛납니다. 그곳에는 워프 포인트, 퍼즐, 스킬을 강화하는 어비스 아티팩트와 같은 보상이 있습니다. 일부 장소에 가면 과거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 도적들이 시비를 걸어오거나, 우연히 위험에 처한 NPC를 구하는 등 다양한 흥미로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거죠. 그래서인지 저는 단순히 주요 서사를 따라가는 선형적인 진행보다는, 마음이 끌리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탐험하는 과정 자체에 더 큰 재미를 느꼈습니다. 이게 평소 제가 오픈월드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적대적인 세력이 점령 중인 지역을 탈환하는 콘텐츠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작은 농장 같은 곳은 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쉽게 탈환할 수 있는데요. 게임 초반부에 접하는 석재 채굴 구역과 같은 지역은 만만치 않습니다. 수없이 많은 적이 등장하며, 일정 수 이상을 처치해야 점령 지역을 해방할 수 있습니다. 석재 채굴 구역 같은 경우 거의 100~200명의 적을 상대했던 것 같습니다. 연달아 보스까지 상대하니 시간도 꽤 걸렸고요. 그러나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붉은사막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가 전투 방식이거든요.

손맛 살아있는 전투
저는 과거 검은사막을 즐긴 적이 있습니다. 게임 출시 초기 때라 지금은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 아직도 독특한 전투 방식만큼은 뇌리에 박혀있습니다. 단축키보다는 키를 조합해서 스킬을 구사하는 게 마치 격투 게임과 비슷했습니다. 당시 다른 이용자와 대결하는 PvP 요소를 즐겼는데요. 처음에는 스킬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익숙해지니 키 조합으로 스킬을 구사하고 콤보를 이어가는 재미가 쏠쏠했었죠.
붉은사막 전투에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좌측 쉬프트키와 마우스 좌우 버튼을 조합하면 다양한 기술을 시전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자신만의 다양한 콤보를 이어갈 수 있더군요. 예를 들어 찌르기로 접근해서 회전베기 이후 전진베기, 회전 가르기를 사용하는 식으로요. 각종 잡기 기술이나 빛 반사처럼 특수한 상황에서 적을 무력화하는 기술은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 보였습니다.

일반 적은 조금 과장해서 무쌍류처럼 수월하게 제압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어떤 기술을 조합해서 적을 처리할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입니다. 단 사방에 둘러싸인 상태로 무작정 무기를 휘두르면 안 됩니다. 간혹 적의 공격이 서로 맞아떨어져서 피하지도 못하고 연속으로 맞아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큰 데미지를 입을 수 있습니다. 적당히 피하고 막으면서 적절한 기술로 적을 상대해야 합니다.
보스전은 얘기가 달라집니다. 여러 가지 패턴을 사용하는데, 보스의 공격을 피하고 빈틈을 파고드는 식으로 공략해야 하더군요. 초반부 보스인 채굴기계의 경우 특수 기술을 사용할 때 빛 반사나 지정타를 사용하면 잠시 그로기에 빠집니다. 이때 빠르게 콤보를 넣고 빠지는 식으로 전투를 진행해야 수월합니다. 처음에는 캐릭터의 강함에 심취해, 아무 것도 모르고 덤볐는데요. 결과는 뭐, 수도 없이 누웠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 게임을 많이 진행하지 못해 다양한 보스를 만나지 못했다는 겁니다. 검, 창 외에도 다양한 무기가 있는데 전부 다 사용해보지는 못했습니다. 방대한 오픈월드 게임은 오래 해야 온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말이죠. 오픈월드 게임을 한 번 붙잡으면 아무리 오래 걸려도 끝까지 하는 편이라, 진행도가 오르면 추후 아직 체험하지 못한 부분을 추가로 다뤄봐야겠습니다.
지루한 초반부와 쉽지 않은 조작
붉은사막은 게임 초반부가 진입장벽입니다. 주요 서사와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는 튜토리얼이 묶인 형태인데, 이 때문에 몰입감이 떨어집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검은 곰의 습격을 받은 회색갈기가 뿔뿔이 흩어지고 주인공도 죽음의 문턱까지 몰리게 되는데요. 알 수 없는 힘으로 살아난 주인공이 기본 조작을 알려주는 튜토리얼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이후 한 NPC를 따라 첫 지점인 에르난드로 이동합니다. 이후 팔씨름을 하고 적선을 하고 굴뚝청소를 하죠. 수로에 묶인 여자를 구하기도 하고요. 그러더니 하늘길로 가서 지정타와 활공을 배우고 다시 내려옵니다. 이 모든 게 메인 퀘스트입니다. 주요 서사와 관련이 있다는 거죠.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저조차 이러한 초반부 진행은 산만하게 느껴졌습니다. 늘어지는 면도 있었고요. 몰입을 방해하더군요.

다음은 조작과 관련된 부분인데요. 조작 방법은 아직도 적응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다양한 상호작용을 구현하다 보니 하나의 버튼이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상황에 따라 의도와 다른 동작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조작감은 수차례 패치를 통해 상당히 개선됐습니다. 패치 이전에는 캐릭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다소 굼뜬 느낌이 있었다면, 현재는 입력에 대한 반응성이 한층 개선되며 보다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해졌습니다.
붉은사막은 장점이 확실한 게임입니다.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잠재력만큼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시 이후 펄어비스가 적극적으로 개선 패치를 진행 중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완성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로 조작감 개선만으로도 게임에 대한 평가가 빠르게 반전된 만큼, 향후 추가적인 개선에 따라 전반적인 완성도 역시 크게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