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랙션 홍수, 국내 게임사 도전 본격화
하드코어한 게임성으로 특정 이용자들만 즐기던 익스트랙션 장르가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장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이용자 친화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게임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장르 확산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익스트랙션 신작이 출시되는 중이다. 국내 게임사들도 관련 장르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 엑스엘게임즈, 위메이드맥스, 크래프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익스트랙션 장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신작을 내놓고 있다.
익스트랙션 공식 따르되 변주
익스트랙션 장르는 맵에 진입해 필요한 아이템을 구하고 탈출해야 하는 게임이다. 탈출 과정은 순탄치 않다. 다른 이용자와 인공지능(AI)가 조종하는 적을 물리쳐야 한다. 탈출에 실패하면 맵에 들어오기 전에 가져온 아이템은 물론 맵 안에서 구한 모든 아이템을 잃는다. 대신 탈출에 성공하면 적의 아이템까지 모조리 획득 가능하다. 위험이 큰 대신 탈출 성공 시 커다란 보상이 뒤따르는 구조다.
이러한 문법을 완성한 원조 익스트랙션 게임이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다. 이후 출시된 익스트랙션 게임은 타르코프식 게임 구조를 따르면서 변주를 주는 형태로 진화해 왔다. 각 게임사는 익스트랙션이라는 공통된 틀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배경과 설정을 더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전투 방식과 이용자 경험 등에서도 차이를 두며 동일한 장르 안에서도 각기 다른 색을 드러내고 있다.
어떤 게임 나오나
지난 18일 엑스엘게임즈는 익스트랙션 신작 ‘더 큐브 세이브 어스’를 글로벌 얼리액세스(미리 해보기) 출시했다. 게임은 핵전쟁 이후 황폐해진 세상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큐브가 나타났다는 설정이다. 이용자는 27개 조각으로 이뤄진 큐브를 탐험해야 한다. 맵 구조가 새로운 판마다 달라지며, 그 안에서 다른 이용자와 변종 몬스터와 싸워서 생존, 탈출해야 한다.

넥슨은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 클로즈알파테스트(CAT)를 진행했다. 낙원은 한국의 서울을 배경으로 삼은 익스트랙션 신작으로,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채택했다. 이용자는 좀비 사태 이후 마지막으로 남은 생존자 쉼터에서 생존을 위해 바깥 세상을 탐험해야 한다. 흔치 않은 한국 배경에 높은 완성도로 기대를 받는 트리플A급(블록버스터) 작품이다.
위메이드맥스는 지난 1월 ‘미드 나잇 워커스’를 얼리 액세스 출시했다. 이 게임은 낙원과 비슷하게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을 다루고 있다. 탐험, 생존, 탈출이라는 공식은 공유하지만 게임성은 같지 않다. 미드 나잇 워커스는 맵의 배경이 빌딩 내부며, 일정 시간마다 접근 가능한 층수가 줄어드는 형식이다. 하나의 거대한 맵을 탐험하는 낙원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익스트랙션 신작 ‘블랙 버짓’을 개발 중이다. 게임은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섬을 배경으로, 이용자들이 탐험을 통해 비밀을 풀어나가는 독특한 배경을 채택했다. 당초 게임은 ‘루트 슈터’ 장르로 기획됐으나, 개발 단계에서 익스트랙션으로 방향을 전환한 게임이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북미,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클로즈알파테스트를 진행했다.
해외의 경우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익스트랙션 신작 ‘마라톤’을 지난 6일 선보였다. 마라톤은 데스티니와 같은 게임으로 유명한 SIE 산하 개발사 ‘번지’가 개발을 맡아 조명을 받은 작품이다. 게임은 미래 공상과학(SF) 배경으로, 이용자는 생체 사이버네틱 러너가 돼 버려진 시설을 탐험하고 탈출에 성공해야 한다.
이보다 앞서 중국 텐센트는 장르 원조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를 모방한 ‘아레나브레이크 아웃’ 시리즈를 선보였다. 중국 빌리빌리는 원작을 패러디한 게임으로, 타르코프식 익스트랙션 장르를 가볍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익스트랙션 후발주자, 흥행은 별개
단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모든 작품이 흥행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최근 시장에 선보인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 가운데 ‘아크 레이더스’를 제외하면 유의미한 이용자 지표를 기록한 작품은 많지 않다. 과거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흥행 이후 다수의 배틀로얄 게임이 쏟아졌지만, 확실한 입지를 굳힌 작품은 많지 않았던 흐름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이용자를 모으고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익스트랙션 장르에 대한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장르 특성상 약점이 될 수 있는 파밍과 탈출 루프의 반복으로 인한 피로도를 해소하려면 이용자에게 게임을 지속할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상 구조와 경쟁 요소, 장기 콘텐츠 설계가 유저 리텐션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