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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스테이블코인과 메인넷③] 해시드오픈파이낸스 마루, 왜 ‘AI 네이티브 체인’인가

글로벌 웹3.0 벤처캐피털(VC) 해시드의 자회사 해시드오픈파이낸스는 원화 경제를 위한 자체 메인넷 ‘마루(Maroo)’를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금융 활동의 주체가 되는 환경까지 고려한 ‘AI 네이티브 체인’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마루는 소버린(주권형) 레이어1 블록체인 구조를 채택했다. 퍼블릭(공개형) 블록체인의 개방성과 확장성은 유지하면서도 금융권이 요구하는 규제 준수 체계와 감사 가능성, 프라이버시 보호를 반영해 설계됐다.

또한 거래수수료(가스비)를 원화스테이블코인으로 지불하도록 설계해 이용자가 별도의 가상자산을 보유하지 않아도 체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마루는 첫 번째 적용 대상인 한국 원화 이후 각국 규제 환경에 맞춰 다양한 법정화폐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앞서 해시드는 지난해 9월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연계자산(RWA), 토큰증권(STO) 등 디지털 자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해시드오픈파이낸스를 설립했다. 해시드오픈파이낸스는 국내 금융시장에 블록체인을 접목하기 위한 연구 개발과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김호진 대표를 만나 마루의 개발 배경과 AI 네이티브 체인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메인넷 개발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스테이블코인만 존재한다고 해서 현실 금융 활동에서 바로 활용될 것으로 보지 않았다. 개인이 송금하고 결제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사용이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프라이버시(사생활) 문제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내역이 기록되고 공개되기 때문에, 지갑 주소만 알면 누가 얼마를 벌고 사용했는지, 어디에 돈을 썼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금융 활동이 모두 공개되는 구조에서는 사생활을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업의 경우는 더욱 민감하다. 비용 구조나 거래 흐름 등 기밀 정보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활용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 문제다. 온체인(블록체인) 기반 금융 활동이 확대되면 관련 규제가 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많은 체인들은 이러한 규제를 적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를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메인넷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핵심 인프라라는 점을 고려했다. 이를 글로벌 체인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일상 금융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상황에서 메인넷이 모종의 이유로 중단된다면, 원화 기반 경제 활동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덧붙여 미래 관점에서는 인공지능(AI) 경제, 즉 머신 이코노미 환경에 맞는 새로운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AI에이전트(대리인)가 경제 활동을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메인넷이 권한 관리, 데이터 접근, 인증 구조 등에서 기존 방식과 달리 설계될 필요가 있다.

AI 시대에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은

AI에이전트는 이용자가 특정 작업을 지시하면 필요한 기능을 스스로 판단해 수행한다. 가령 항공권 가격 변동을 알려주는 유료 데이터가 있다면, AI에이전트가 이를 구매해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AI에이전트는 매우 작은 금액 단위로 데이터를 거래하게 된다. 10원 이하, 심지어 0.X원 수준의 초소액 거래도 발생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면 거래수수료가 결제 금액보다 더 커지는 비효율이 생길 수 있다.

물론 거래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가상자산으로도 낮은 가격에 거래 가능하다.

다만 실생활에서 활용가능한 안정적인 화폐를 선호할 테니 스테이블코인이 보다 쉽게 활용될 것이라 본다. 가령, 결제대금이 항공사로 전달되고 이후 기업이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사용하기에 더 편리할 수 있다.

AI 네이티브 체인이 흔치않은데 

AI 기술 자체가 매우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하게 성장한 영향이 크다. 불과 3개월 전과 비교해도 지금의 AI 기술 수준은 크게 달라졌다. 한 달 전과 지금도 차이가 크고, 일주일 단위로도 변화가 체감될 정도로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많은 기업들이 사업을 준비하는 속도보다 기술 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AI에이전트 미래를 고민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령 올해 1월 이더리움 메인넷에 AI 요원 간 신뢰 기반 소통을 가능케 하는 스마트계약 표준 ‘ERC-8004’가 적용되기도 했다. 향후 AI 기반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블록체인 인프라가 점진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마루의 또 다른 특징은 무엇인가

우선 듀얼 트랙 거래 모델을 도입했다. 누구나 지갑을 생성하고 거래할 수 있는 ‘개방 경로’를 기본으로 하되, 신원 확인 여부나 거래 금액 등에 따라 ‘규제 경로’로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거래 시점에 자동으로 판단하는 ‘프로그램형 컴플라이언스 레이어’도 반영했다. 거래 금액, 본인 확인 상태, 제재 대상 여부 등 주요 요건을 코드로 구현했다. 법·규정 변화에 맞춰 정책을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소액이라 별도 신고가 필요 없는 거래는 자동으로 실행되도록 하고, 법적 요건에 따라 신고 혹은 사전 허가가 필요한 거래를 구분해 처리할 수 있다.

프로그램 기반으로 규제가 적용되면 집행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인증 서류 등을 시스템적으로 제출할 수 있는 구조라면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빠르게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은행 시스템에서는 같은 금액의 해외 송금이라도 어떤 경우에는 추가 설명을 요구하고, 다른 경우에는 별도 확인 없이 처리되는 사례가 있다. 각 은행이 자금세탁방지(AML)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자체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처리 시간과 절차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

법 규정을 코드화하면 보다 일관된 방식으로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 규정상 별도 검토가 필요 없는 거래는 자동으로 실행하고, 인증이 필요한 거래는 관련 정보를 제출하면 바로 처리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거래 정보의 공개 범위를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필요한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감독·감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검증 가능한 프라이버시’ 구조도 포함됐다. 기술적으로 사실 여부는 검증하되, 개인에게 민감한 정보는 굳이 노출하지 않고 필요한 정보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체인(마루)이 중간에서 이를 구분해 처리한다.

마루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해결하나

기본적으로 글로벌 체인들이 사용하는 표준적인 대응 방식이 있다. 마루 역시 이러한 기준을 기반으로 운영될 것이다. 다만 마루는 AI에이전트라는 새로운 개념이 포함된다는 점이 다르다. 가령 AI에이전트의 권한이 탈취되거나, 이용자가 지시하지 않은 행동을 수행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해 AI에이전트 관련 트랜잭션(거래)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준비하고 있다. 특정 상황에서 트랜잭션을 멈출 수 있는 ‘킬 스위치’와 같은 장치를 두는 방식이다. 이처럼 AI에이전트 환경을 고려한 추가적인 보안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메인넷의 사업성은 어느 수준까지 가능하다고 보는가

메인넷의 사업성은 온체인(블록체인) 금융 시장의 성장 규모에 달려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성장하면 메인넷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매우 큰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체 달러 유통 규모의 약 1%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의 전체 달러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 초기 단계라고 판단하고 있다.

원화의 잠재력을 현재 기준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한국의 경제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이다. 주식시장 역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 호황을 기반으로 경제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향후 다양한 자산이 온체인으로 전환되는 흐름은 시간과 속도의 문제다. 온체인으로 이동하는 자산이 확대되면 기반 인프라인 메인넷 역시 자연스럽게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한국은 개인 투자자가 활발히 거래하는 시장이다. 국내 디지털자산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스테이블코인으로도 사고팔 수 있게 되면, 한국은 비(非)기축통화 국가 가운데서도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가 큰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사 해시드는 왜 메인넷에 도전하나

메인넷 개발은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자체 코인을 발행할 계획도 없다. 해시드는 한국을 대표하는 블록체인 벤처캐피털(VC)이자 아시아에서도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VC 산업의 특성상 시장과 생태계가 성장해야 투자 성과도 커지는 구조다.

메인넷 역시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확장하고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물론 메인넷 자체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며 운영이 어려운 구조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다만 생태계 확대를 통해 장기적인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다.

현재 시장 논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요건이나 제도에 상대적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한국에 몇 안 되는 블록체인 네이티브 기업 중 하나로서, 기술적 고민을 먼저 시작해보자는 생각에서 메인넷 개발을 추진하게 됐다.

그렇기에 마루를 특정 기업이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구조로 만들 생각은 없다. 시장 확대에 공감하는 여러 기업들과 협력해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양한 기업들이 마루 기반에서 여러 유스케이스(실사용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공동 운영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공동 운영을 한다는 것은 타 기업에 지분을 넘긴다는 의미인가

지분을 넘겨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다. 이미 개념검증(PoC)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으며, 이 프로젝트 자체를 해시드오픈파이낸스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국내 여러 기술·금융 기업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마루의 경쟁 상대는 스위프트(SWIFT)와 같은 기존 금융 인프라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건 생태계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AI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는 결제 인프라 시장에서도 한국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용자 기반을 가진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기반 기업들과 함께 생태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과 테더와도 협업 논의를 하고 있는지

다양한 기업들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화폐는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체인과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실사례와 향후 계획은

마루에 적용된 핵심 기술 일부는 실제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비단)와 협업해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론칭한 디지털 지갑 ‘비단주머니’가 대표적인 사례다. 비단주머니는 마루 테스트넷 위에서 운영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AI에이전트 관련 다양한 유스케이스(실사용처)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는 테스트넷을 활용해 내부적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먼저 제작해 본 상황이다. 3~4월 안에 테스트넷을 공개할 계획이며, 공개되면 외부 개발자들도 이를 활용해 앱을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 문서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테스트넷 공개 이후에는 외부 개발자들이 마루에 참여해 다양한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글로벌 메인넷과의 파트너십 논의도 진행 중이며, 몇 가지 협력 사례가 발표될 예정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다양한 글로벌 체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이더리움·솔라나 등 주요 체인과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정식 메인넷 출시 시점은 디지털자산 관련 법제화 진행 상황에 달려 있다. 마루는 거래수수료(가스비)를 원화스테이블코인으로 사용하는 구조인데 아직 없기 때문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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