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다고 했지만, 우리는 AI로 살아남았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뒤흔든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는 많은 기업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숙박 상품을 유통하는 호스피탈리티 테크 기업 ‘온다(ONDA)’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정산 대금이 묶이며 현금 흐름이 막혔고, 이는 곧 회사의 존폐를 결정지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졌다.

창업자 오현석 대표는 당시를 “사업에 큰 회의를 느꼈던 시기”라고 회상한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치며 조직원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슬림해진 조직 구조가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가장 빠르고 기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위기 상황에서 직원들을 더 뽑을 수 없는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AI는 이제 온다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온다는 AI를 어떻게 써먹었을까?

“조각칼을 뺏어야 기계에 적응한다”

“조각칼로 무언가를 깎던 사람에게 기계를 주면, 처음엔 리스크를 두려워하고 자신의 일자리가 없어질까 봐 거부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예 조각칼을 뺏어버렸습니다. AI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강제로 만든 거죠.”

많은 기업이 AI 도입을 시도하지만 실무에 녹여내는 데는 실패한다. 오 대표는 그 이유를 ‘익숙함과의 결별 실패’에서 찾았다. 그리고 그 ‘익숙함과의 결별’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오현석 대표는 말한다.

온다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나 디자이너 등 특정 보직이 사라진 자리를 충원하는 대신, 남은 인력이 AI 툴을 활용해 그 공백을 메우도록 유도했다. 처음 1~2주는 불만과 괴로움이 쏟아졌다. 오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이 AI를 통해 자신이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오 대표가 코딩을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직접 실무에 뛰어들어 클로드, 커서 등의 AI 툴을 활용했다. 현역을 떠난 지 오래된 대표가 AI의 도움을 받아 현역 개발자보다 더 많은 코드를 쏟아내자 조직은 충격에 빠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하부 조직의 변화로 이어졌다.

AI 도입 이후 온다의 개발 프로세스는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기획, 디자인, 퍼블리싱, 백엔드 개발 등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치며 ‘소통 비용’이 발생했는데, AI가 이 과정을 크게 줄이거나 없앴다. 예컨대, 코드 검토를 요청하는 풀 리퀘스트 단계에서도 AI가 버그를 체크하고 코드를 해석해주기 때문에, 남이 만든 코드를 읽고 수정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였다.

그는 “이전에는 아이디어를 백로그(Backlog)에 올리고 내년이나 되어야 시작할 수 있었던 일들이, 이제는 판단 내리고 바로 실행에 옮겨 며칠 만에 론칭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만들어낸 것, AI 비서

온다의 전 조직이 AI에 매진하게 된 후 만들어낸 것은  ‘AI 운영 비서’다. 8년간 축적한 3만7000개 숙소 운영 데이터를 학습,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가격 전략·운영 방향을 직접 제안하는 것이 특징이다. 숙박업의 핵심은 수요에 따른 유동적인 가격 설정(Revenue Management)인데, 그동안 영세한 펜션 업주들은 경쟁자인 옆집 펜션 주차장의 차량을 세어보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가격을 정해왔다.

AI 비서는 MCP(Model Context Protocol)·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MCP는 AI가 가격·재고·예약 같은 실제 비즈니스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결, 내부 데이터를 직접 조회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RAG는 AI가 답변을 만들기 전 검증된 내부 문서와 축적된 데이터를 먼저 검색해 근거 없는 추측이나 할루시네이션을 줄이는 기술이다. 이 두 구조가 결합되면 AI는 일반론을 늘어놓는 도구를 넘어, 각 기업의 실제 상황에 맞춘 판단과 전략 제안이 가능한 ‘업무 파트너’에 가까워진다.

온다는 자체 MCP 서버를 통해 가격·재고·채널 정보와 AI를 실시간 연동하고, RAG 시스템으로 검증된 데이터만 활용해 할루시네이션을 최소화했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24시간 운영 상담과 전략 제안 기능을 제공하며, 향후 AI 제안의 자동 실행(71개 채널 반영)까지 단계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오현석 대표는 “단순히 LLM을 래핑한 것이 아니라, 자체 MCP 서버와 RAG 파이프라인 구축으로 AI가 숙박 운영의 실질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면서 “현재는 전략 제안과 상담에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자동 실행 기능까지 단계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오 대표는 솔직한 불안감도 내비쳤다. “지금처럼 한 치 앞도 예측이 안 되는 변화는 처음”이라며,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시대에 ‘지속 가능한 기업’에 대해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안 쓰는 것은 계산기가 나왔는데 주판을 쓰는 것과 같다”면서 “AI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노하우를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숙박 시장의 문제를 하나씩 풀어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일간 바이라인 구독하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he reCAPTCHA verification period has expired. Please reload the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