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워너브라더스 인수 못할지도?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세기의 인수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이하 WBD)’의 주요 사업부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지 불과 3일 만에, 경쟁사인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이하 파라마운트)가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며 적대적 인수합병을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앞길 막아선 파라마운트

파라마운트는 8일(현지시각) WBD 주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식으로 적대적 공개 매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파라마운트 측이 제시한 조건은 파격적이다. 파라마운트가 제시한 WBD의 기업가치는 약 1084억 달러(약 150조원)에 달한다. 넷플릭스 제안보다 주당 가격도 높고, 현금 위주라는 점에서 주주 입장에서는 더 끌리는 제안이다. 넷플릭스는 현금과 주식을 섞어서 지불할 계획이었다.

특히 파라마운트는 영화·TV 스튜디오와 스트리밍뿐 아니라 케이블 네트워크까지 포함한 WBD의 전체 사업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방송·스트리밍·영화 스튜디오를 아우르는 완전한 인수다.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CEO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제안은 넷플릭스보다 더 많은 현금을 주주들에게 제공하며,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기에도 훨씬 수월하고 빠른 길”이라고 주장했다. 파라마운트는 넷플릭스와 WBD의 결합이 스트리밍 시장 1위와 3위의 결합인 만큼 강력한 독과점 규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파라마운트의 제안은 넷플릭스의 WBD 인수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지난 5일(현지시각) WBD의 영화·TV 스튜디오와 HBO 및 스트리밍 사업 부문을 약 827억 달러(약 114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계약은 넷플릭스가 ‘해리포터’ ‘배트맨’ 등의 콘텐츠 지적재산과 프리미엄 채널 HBO를 흡수하고, 워너의 나머지 케이블 TV 사업(CNN, TNT 등)은 별도 회사로 분사시키는 구조였다.

일단 WBD 이사회는 현재로선 넷플릭스와 맺은 기존 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파라마운트의 제안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혀,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WBD 주주들은 내년 1월 8일까지 파라마운트의 제안에 응답할 수 있으며, 필요시 이 기한은 연장될 수 있다.

결국은 트럼프 뜻대로?

이번 인수전은 정치적 배경까지 얽히며 복잡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넷플릭스의 워너 인수에 대해 “시장 독점 우려가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의 발언에는 자신과 가까운 이들을 도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라마운트의 데이비드 엘리슨은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의 아들이다. 래리 엘리슨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후원자 중 한 명이다. 또 이번 적대적 M&A 자금 조달에는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이끄는 사모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정치적 연결고리가 규제 당국의 승인 과정에서 파라마운트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인수전은 전 세계 미디어 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가 WBD를 인수하면, 기존 영화-TV시리즈 스트리밍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독보적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될 것이다. 넷플릭스가 보유한 오리지널 콘텐츠에 WBD의 방대한 영화/TV 프랜차이즈가 결합되면, 콘텐츠 제작과 배급 양쪽에서 거대한 힘이 생긴다.

반면 파라마운트가 WBD를 인수한다면 스트리밍, 전통 방송, 영화 스튜디오를 모두 아우르는 “올인원 미디어 제국”이 등장할 수 있다. 이 경우 파라마운트는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독점 규제, 넘어설 수 있을까?

워너브라더스 이사회는 딜레마에 빠졌다. 단기적으로는 넷플릭스의 제안이 매력적일 수 있으나, 규제 당국의 불허로 딜이 무산될 리스크가 크다. 규제당국이 넷플릭스라는 공룡이 더욱 커지는 것을 막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파라마운트으 손을 잡으면 반독점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런 점에서 넷플릭스는 유튜브의 존재를 내세워 반독점 논란을 피해갈 계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의 시장 점유율이 이미 압도적이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WBD를 인수해도 반독점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유튜브가 이미 전체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WBD를 인수한다고 해도 전체 영상 소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 독점 수준은 아니라는 논리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하나의 시장에서 경쟁하는 플레이어로 정의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해 보인다. 경쟁당국이 반독점 심사를 할 때 가장 먼저 검토하는 것은 시장 획정이다. 만약 TV 시리즈/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만 보면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그러나 ‘전체 영상 콘텐츠 시장’으로 보면, 넷플릭스는 2위 이하 수준이다. 유튜브 이외에 틱톡, 릴스 등도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이처럼 ‘시장의 범위를 어디까지 획정하느냐’에 따라, 넷플릭스의 WBD 인수가 반독점 문제로 보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규제 당국이 넷플릭스의 인수를 막는다면, 결과적으로 유튜브의 시장 지배력만 더 공고히 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헐리우드 작가 조합과 제작사들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워너를 삼킬 경우, 콘텐츠를 구매하는 거대 바이어가 하나로 줄어드는 셈이 된다. 이는 제작사들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넷플릭스가 콘텐츠 가격과 제작 조건을 좌지우지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파라마운트가 인수할 경우, 넷플릭스, 디즈니, 파라마운트-워너라는 ‘빅3’ 구도가 형성되어 창작자들에게는 판매처가 다변화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일간 바이라인 구독하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he reCAPTCHA verification period has expired. Please reload the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