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H200 중국 허용…의회는 반대 입법 추진 중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정책을 두고 행정부와 입법부가 충돌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인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상원은 이를 원천 봉쇄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고객에게 고성능 AI 칩 ‘H200’을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구축된 수출 통제 빗장을 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의 조건으로 수익 공유를 내걸었다. 그는 “칩 판매 수익의 25%를 미국 정부에 수수료(관세)로 납부하는 조건으로 수출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가 “미국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제조업을 강화하며, 납세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보다는 실리를 챙기겠다는 트럼프식 가치관이 적용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AMD, 인텔 등 유사한 성능의 칩을 생산하는 기업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엔비디아의 최신 라인업인 ‘블랙웰’과 차세대 ‘루빈’ 시리즈는 여전히 수출 금지 품목으로 남았다.
앞서 의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을 예측하고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다. 특히 미 상원은 초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수출 통제 완화를 막기 위한 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공화당의 피트 리케츠, 톰 코튼 의원과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 의원 등은 이른바 ‘세이프 칩스법(안전한 칩 법)’ 을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미 상무부가 중국을 포함한 우려 국가에 대해 현재 허용된 수준(H20)보다 높은 성능의 AI 칩 수출 라이선스를 발급하는 것을 향후 30개월 동안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을 주도한 의원들은 “첨단 AI 기술은 중국의 군사 현대화와 사이버 공격 능력 강화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단기적인 상업적 이익을 위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공화당 내 대중 강경파들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책에 반기를 들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입법 추진하는 세력의 입장은 단호하다. 25%의 수수료 수익이 아무리 크더라도, H200급의 AI 칩이 중국군에 넘어갈 경우 발생할 안보 위협과는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은 “AI 기술은 현대전의 핵심”이라며 “적국의 군사력 강화를 돕는 수출 허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의회의 법률이 충돌할 경우, 일반적으로 상위 효력을 갖는 법률에 따라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무력화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예측하기 힘든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입법을 우회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엔비디아 등 반도체 업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로 거대 중국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도 생겼지만, 동시에 의회의 강력한 제동으로 인해 실제 수출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보여주듯, 반도체 기술 경쟁은 단순한 기업 이익을 넘어 국가 안보와 국제 질서의 무대가 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상원의 입장차는 미국이 기술 우위를 유지하면서도 얼마나 민감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종 결정이 어떤 형태로 나오든, 그 영향은 단지 한 회사의 매출뿐 아니라 글로벌 AI 경쟁 지형과 동맹 및 안보 구조 전반을 흔들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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