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게이트웨이가 됐을 때, 브랜드의 미래는?

IT 서비스를 잘 만들어 구글에 판 스타 개발자가 화장품 회사를 창업했다. IT맨이 뭔 뷰티인가 했는데, 이 브랜드가 생각보다 잘 나간다. 심지어, 대형 판매 채널의 도움도 크게 받지 않는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브랜드는 스킨케어 ‘킵’과 색조 ‘아멜리아’로, 판매의 90% 이상이 자사몰에서 일어난다. 화장품을 잘 팔기 위해 개발자 출신 사장님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는 25일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서울 강남 과학기술센터에서 개최한 ‘리테일 테크 컨퍼런스 2025’에 연사로 참석, “지난 10년 간 이어진 검색의 시대를 넘어 앞으로는 AI가 사람들의 눈앞을 점유하는 최대 채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제품을 판매하는 것 이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밸류를 예상하면서 (AI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바꿔나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노 대표는 이날, “뷰티 브랜드의 본질은 마케팅”이라고도 말했다. 결과적으로 뷰티 브랜드가 잘 되기 위해선 소비자의 눈을 붙잡아야 하는데, 마케팅의 문법 또한 AI로 인해 크게 달라질 것을 예상했다.

구글과 오픈AI가 다 씹어먹는 시대, 브랜드가 자생하려면

노정석 대표는 블로그 플랫폼 ‘테터앤컴퍼니’를 구글에 매각 후, 이후 1년  여간 구글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며 실리콘밸리 빅테크를 경험했다. 모바일 시대에 발맞춰 앱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파이브락스’를 창업, 역시 탭조이에 매각했다. VR 기반 스타트업 ‘리얼리티 리플렉션’을 만들면서 연쇄 창업가로 널리 알려졌다. 노 대표의 새로운 도전은 뷰티. AI 기반 화장품 회사 ‘비팩토리’를 만들어 ‘킵’과 ‘아멜리’라는 기초/색조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어 사업 중이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 창업해 성과를 거뒀는데, 노 대표가 지금 꽂힌 곳은 당연히 AI다. AI 기술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프론티어 모델을 잘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면 일당백의 효과를 내면서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봤다.

예컨대 비팩토리는 경쟁사가 어디인지, 경쟁사의 제품이 어떠한 마케팅 문구를 가지고 소비자와 만나고 있는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면 어떠한 시장을 겨냥해야 하는지, 실제 마케팅을 위한 캐치프레이즈와 영상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 등 제품 개발과 판매에 관한 모든 영역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백문이불여일견. 비팩토리는 소비자의 눈 앞으로 어떠한 서비스를 가져다 놓았을까.

왼쪽은 일반적인 형태로 운영 중인 아멜리 홈페이지. 제품을 나열하고 개별 특징을 소개하는 상세페이지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는 소비자가 상품을 검색해 찾아가는 시대에 최적화된 형태다.

아멜리는 오른쪽 사진의 형태로 손님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홈페이지 화면에는, 마치 챗GPT를 쓰듯 질문을 할 수 있는 창이 하나 마련되어 있다. 소비자가 자신의 문의사항을 여기에 넣으면, 이에 적합한 제품을 비롯해 내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팁이 담긴 여러 콘텐츠를 보여주는 식이다.

물론, 이런 정도의 AI 활용이 아주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챗봇에 질문해서 답을 찾아내는 것은 이미 챗 GPT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도 있으니까. 따라서, 브랜드들은 AI로 충분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 단순히 AI를 접목하는 걸 넘어 “챗GPT가 주기 어려운 무언가”를 담는 방향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

노 대표는 “AI 시대에 챗GPT나 제미나이와 공존하려면 딱 두가지의 이점이 있어야 한다”면서 “모델이 학습 과정에서 이전에 본 적이 없는 데이터로 학습해야 할 것, 챗GPT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외부에서 끌어오는 정보 중 없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 두 가지 선행 조건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비즈니스를 제대로 영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비팩토리는? 이 회사가 서비스하는 또 다른 AI 솔루션인 ‘다페라(DAPHERA)’는 올리브영에 입점된 제품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확보,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답을 한다. 올리브영의 제품 정보를 챗GPT가 모두 가져갈 순 없기 때문에, 이를 깔끔하게 정리해 제공하는 것이 글로벌 이용자들에 먹히고 있다고 노 대표는 설명했다.

바보야, 문제는 ‘질문’이야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다. 당장 쏟아져 나오는 여러 AI 뉴스를 보면서, 어느 회사의 어떤 솔루션이 제일 잘 나갈지 그 흐름을 쫓아가다보면 나도 꽤 선도적인 AI 리더가 되어 있을 것이란 착각이다. 그러나, 그런 뉴스를  매일 쫓아가는 것만으로는 당연히 부족하다. 역시나, 중요한 것은 손발이 움직이는 것으로,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모델을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노정석 대표는 “극심한 변화프론트형 모델을 정말 강하게 매일매일 써보고 이런 거 될까 이런 거 될까라고 하는 걸 실험해 보시는 형태로 여러분들의 비즈니스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지금 넘어설 수 있는 그런 시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금 당장의 모델 수준을 놓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거나 브랜드 마케팅 계획을 세우는 것은 늦은 판단이라고도 지적했다. 노 대표는 “(대형 파운데이션)모델의 발전 속도가 3개월 단위로 어마어마하게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모델이 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무조건 늦는다”고 말했다.

AI를 잘 쓰기 위한 능력으로는 ‘좋은 질문’을 꼽았다. AI는 개발을 비롯해 거의 모든 일을  자체적으로 해결해 사람 앞에 가져다 놓는다. 이미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는데,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노 대표에 따르면 “이미 모델은 여러분의 비즈니스를 구원해 줄 능력을 다 갖추고” 있다. 어떻게 명령하느냐만이 인간에게 남았다. 그는 “앞으로 사람들이 AI가 (소비의) 게이트웨이가 됐을 때,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묘사하고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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