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걷는 게 힘든 자, 기기의 도움을 받아 봤다

부모의 다리가 아픈 자, 효심으로 참여하라 했다. 그런데, 나는 내가 아팠다. 걸음이 불편해 마침 정형외과에 다니던 참이었다. 평소 10분 걸리던 지하철 역까지 시간이 두 배로 걸렸고, 통증 때문에 그 짧은 거리를 두어번 서서 쉬었다 가야 했다. 평소 다리나 허리가 아프다던 엄마의 말을 불효녀는 반쯤 흘려들었는데, 막상 내가 아파보니 알겠더라. 이거 못 걸어.

지난 8일, 세계 보행자의 날(11월 11일)을 사흘 앞두고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윔보행운동센터에 ‘잘 걷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다. 로봇 기술 기업 ‘위로보틱스’가 보행보조 웨어러블 기기 ‘윔(WIM)’의 시연행사를 열었는데, 기기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횡단보도를 제 시간에 건너고, 계단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바라는 이들이었다.

먼저, 독자님들이 제일 궁금해 할 것 같은 기기부터 살펴본다. 외관 자체가 엄청 신기한 건 아니다. 모터가 달린 띠를 배와 골반에 걸쳐 두른다. 그리고 이 띠를, 두 다리와 각각 연결한다. 걸음을 걷기 위해서는 허벅지 근육을 들어올려야 하는데, 이 기기가 모터의 힘으로 허벅지를 쉽게 움직이게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일단 착용한 모습은 아래와 같다.

기기를 착용하고 앱과 연결한다. 앱을 통해 ▲에어 ▲아쿠아 ▲케어 ▲등산 등 4가지 모드 중 하나를 고르고 1~4단계까지 나눠져 있는 강도를 선택한다. 각 모드에 따라 모터가 움직이는 세기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보폭과 허벅지에 들어가는 힘에 차이가 생긴다.

예컨대 ▲에어는 다른 세 모드에 비해 순한 맛이다. 평소 걷는 게 다소 불편했던 이들이 보행 능력을 개선하거나 바른 보행자세를 만들어 보폭을 넓히는 데 쓸 수 있다. 허벅지를 살짝 들어주기 때문에 조금 쉽게 걷는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센터에 오기까지 살짝 절뚝였던 나는, 모터가 허벅지를 들어주니까 걷는 게 조금 편해졌단 느낌을 받았다. 위로보틱스 측에 따르면 “평지 보행 시 대사 에너지를 20% 줄여주기 때문”이다.

이게 최신 모델 WIM S 다. 생각보다 무게는 무겁지 않았는데, 대신 이걸 착용하고 나가면 다른 사람들이 다 쳐다보지 않을까, 그런 우려가 들었다. 하지만 밖에 나가보니까, 사람들은 생각보다도 더 남한테 관심이 없다.

걷는 게 쉬어져도 몸에 얹히는 무게가 크면 짐처럼 느껴질텐데, 내가 착용한 제품 ‘WIM S’는 1.6kg이다. 다리가 조금 더 무거워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사실상 걷는 걸 더 쉽게 만들어주니까 부담스러운 무게는 아니었다. 잠깐 달아보고 무거운지 아니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신다면, 그렇다. 우리는 이 기기를 몸에 달고 밖으로 나가 올림픽 공원을 걸었다.

그리고 만약, 이 테스트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저 계단을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압도적 계단의 위엄. 함께 걸으며 사람들의 운동 상태를 살펴주던 트레이너는 기기가 주는 힘을 “추진력”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가 이 기기를 쓰는 것은 역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이런 계단을 오를 때 ▲등산 모드가 필요하다. 다른 건 모르겠고 내가 저 계단을 한 번도 안 쉬고 올랐다. 평소라면 쳐다도 안 봤을 뿐만 아니라 누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꼬셨다고 해도 서너번은 쉬었어야 할 코스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계산해 보폭을 기기가 조정한 덕이다. 참고로 여러분, 계단을 내려갈 때 발가락부터 사뿐히 종아리로 스프링을 누른다는 느낌으로 걸으시면 무릎과 발목 등에 부하가 덜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모드인 ▲케어는 보행속도가 느리고 보폭이 좁은 이한테 적절하다. 따라서, 비교적 보폭이 나오는 사람이 케어 모드를 켰을 때는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만큼 다리를 평소보다 쭉 뻗는 느낌이 났다. 다시 말해, 고관절 운동범위를 넓히는데 효과적이다. 마지막 ▲아쿠아 모드는 마치 물속에서 걷는 것처럼 저항감이 생기는데, 그래서 근력 운동에 적합하다.

네 모드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는 같지만, 대신 모터가 쓰는 힘에 따라 배터리 지속력이 다르다. 그래서, 가장 약한 강도 에어 모드에서 한 번 충전에 2시간을 걸을 수 있다면, 등산이나 다른 모드로 가면 기기 지속 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재활 운동을 하면서 한번에 한두시간 이상 걷기는, 그게 더 어려울 것 같긴 하다.

올림픽 공원을 30분 정도 걸으면서, 네 모드를 켰다가 껐다가를 반복하면서 다리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기기의 도움을 받아, 어쨌든 조금 더 잘 걷는다. 그리고 그 데이터가 앱에 쌓이는 걸 봤다. 기록이 늘어나는 만큼 조금씩 걷는 게 쉬워진다면 운동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지 않을까 싶었다. 최진성 위로보틱스 마케팅팀 프로는 현장에서 “WIM S는 운동 보행 기구에 가깝기 때문에 시니어 연령 층에서, 근력 저하가 되는 분들이 많이 보행을 개선하기 위해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모든 운동의 처음과 끝은 역시 스트레칭이다. 성별, 나이 모두 다른 우리는 부상 없이 잘 걷기 위해 열심히 스트레칭 했다.

어떤 제품의 흥망은, 그 기기를 쓰거나 혹은 대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불러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통상 센터를 찾아 기기를 체험하고, 혹은 구매하는 이들은 대체로 부모의 보행을 걱정하는 자녀, 수술 후 회복 중인 이들, 암 투병 등으로 체력이 저하된 환자, 걷는 자신감을 되찾고 싶어하는 시니어 등이라고 했다. 이날 나와 함께 체험한 이들 중에서도 기기가 정말 걷는 데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장년, 노년 층들이 있었다.

김지영 위로보틱스 마케팅팀장은 “보행자의 날을 기념하는 우리의 방식은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의 걸음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라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거나, 보폭이 줄어들고, 상체의 움직임 없이 다리만으로 걷는 등 작은 변화 속에서 보행의 어려움은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군가의 보행을 돕는 일은 단순한 근력 보조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지탱하고 이어주는 일이라는 점을 이번 행사를 통해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체험기를 쓰는데 마침 샤오미가 진짜 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했다. 얼마나 사람 같냐면, 영상에 “저 로봇 안에 진짜 사람이 있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달렸더라. 피지컬 AI 수준이 미친듯 올라오고, 사람처럼 걷는 로봇들도 생겨나지만 그래도 이런 휴머노이드가 우리 삶에 파고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그에 앞서, 조금더 우리에게 친숙한 로봇은, 사람이 쉽게 움직이고 사람이 조금 더 자존감을 갖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이런 기기들일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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