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오픈AI의 약속은 실현가능한가
지난 10월 28일 오픈AI는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 PBC) 설립을 발표했다. 기존 비영리 법인(NFP)인 ‘오픈AI재단’이 영리부문인 공익 법인 ‘오픈AI 그룹 PBC’을 통제하는 형태다. 오픈AI는 자본 조달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AGI 안전을 위한 미션 중심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비영리성을 일정부분 유지했다.
PBC란 기업의 명시된 임무(AGI 개발)와 모든 이해관계자의 광범위한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법인이다. 오픈AI는 지난 1년여에 걸친 협상 끝에 델라웨어 주 법무장관 케시 제닝스의 검토와 승인을 통해 법적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오픈AI 재단이 오픈AI 그룹 PBC에 대한 통제권과 감독권을 절대적으로 유지하고, NFP는 PBC 이사회의 구성원을 임명하거나 해임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갖는다. PBC 이사들은 회사의 안전 및 보안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주주의 금전적 이익이나 기타 다른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NFP의 임무만을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오픈AI의 영리 부문은 투자자와 직원에게 초기 투자 원금 대비 최대 100배의 고정된 수익만 제공한다. 상한선을 초과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원래의 오픈AI 재단으로 귀속된다.
오픈AI의 구조 개편과 함께 오랜 협력 관계였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새로운 계약이 체결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 그룹 PBC의 약 27% 지분을 확보했다. 이 거래 조건을 통해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5000억달러로 평가됐으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1350억달러에 달한다는 의미다. 새로운 구조 하에서 오픈AI 재단은 26%의 지분을 보유하며, 추가 주식을 받을 수 있는 워런트를 보유했다. 나머지 47%는 현직 및 전직 직원, 기타 투자자가 보유한다.
오픈AI는 향후 몇 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서비스를 2500억달러 규모로 구매하기로 했다. 이 약정은 7년에서 8년에 걸쳐 이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연간300억~350억달러 규모에 해당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또한, 오픈AI의 지적 재산권(IP) 및 애저API 독점권을 최소 2032년까지, 또는 독립적인 패널이 AGI 달성을 확인할 때까지로 연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 컴퓨팅 용량에 대한 우선 구매권(Right of First Refusal)을 포기했으며, 이는 오픈AI가 다른 클라우드 제공업체와 하드웨어 파트너와 더 자유롭게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오픈AI, 전세계 돌며 투자 약속
PBC 설립과 마이크로소프트와 새 계약을 기반으로 오픈AI는 향후 몇 년간 30기가와트(GW)의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기 위해 최대 1조4000억달러 규모의 자본을 지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초기 투자액 50억달러를 훨씬 능가하는 규모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매주 1GW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400억달러 이상 소요된다고 언급해 목표의 천문학적 규모를 강조했다.
오픈AI의 자본 지출 계획을 구체화하는 최일선 사업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다. 소프트뱅크, 오픈AI, 오라클, MGX 등이 참여하는 합작 투자 회사다. 이 프로젝트는 2029년까지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에 최대 50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으로, 올해 1000억달러를 배정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소프트뱅크는 재무를 책임지고, 오픈AI는 운영을 맡는다. 오라클이 기술과 데이터센터 건설을 맡았고, 소프트뱅크의 CEO인 손정의가 스타게이트의 회장을 맡았다. 스타게이트는 Arm,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오라클 등 주요 기술 파트너들과 협력해 텍사스 애벌린 등 여러 지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중이다.
소프트뱅크가 스타게이트의 재무를 책임진다는 건 오픈AI의 자본 집행과 관련된 초기 금융 리스크를 소프트뱅크의 대차대조표로 이전(Transfer)하는 금융 구조란 의미다.
오픈AI는 전세계 규모의 스타게이트 인프라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핵심 공급업체 및 파트너사와 광범위한 금융 및 전략적 연계를 포함하는 메가 딜을 연이어 체결했다. 각 파트너십은 오픈AI가 자본 투자 부담을 분산하면서, 자금을 확보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엔비디아와는 지난 9월 10GW 용량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의 파트너십 의향서를 체결했다. 오픈AI는 엔비디아로부터 필수 GPU를 공급받고, 엔비디아는 1GW를 배포할 때마다 오픈AI에 점진적으로 투자해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최대 500만 개의 GPU를 필요로 하며, 오픈AI에게 3500억달러의 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는 오픈AI의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차입금중 일부를 보증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오픈AI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엔비디아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채무를 떠안게 된다.
오라클과는 3000억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인프라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오라클과 오픈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국 내에 4.5GW의 추가 데이터센터 용량 구축에 합의했다. 200만개 이상의 AI 칩을 운용하는 규모다.
AMD와는 6GW 상당의 AI 칩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AMD는 수년 간 인스팅트 GPU를 오픈AI에 제공한다. 초기 1GW 규모의 AMD 인스팅트 MI450 시리즈 GPU 클러스터는 내년 하반기부터 배포될 예정이다. 계약 규모는 수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위해 AMD는 오픈AI에 1억6000만주를 주당 1센트에 매수할 수 있는 파격적인 주식매수선택권(워런트)을 부여했다. AMD 지분의 10%에 해당한다.
오픈AI는 미국 연방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장기적인 전략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 미국 연방 총무청(GSA)과의 협력을 통해 연방 행정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챗GPT 를 사실상 무료(기관당 1달러/년)로 제공하는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미국 외부로 확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전 세계에 10개의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도 후보지를 자처하고 있다. 동시에 각국 정부와 해당 국가 내 자본의 물리적, 사회적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오픈AI는 최대 4000억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UAE의 MGX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 펀드(PIF)와 같은 주권 자산 펀드가 주요 목표다. 알트먼은 AI 칩 제조에 최대 7조달러를 조달하려 한다는 비전을 밝히기도 했으며, 중동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TSMC가 새로운 제조 공장을 건설 및 운영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미국 외 주요 스타게이트는 중동, 유럽, 중남미 등의 세 거점에 있다. 중동 거점인 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5년간 1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예상된다. UAE의 AI 기업인 G42가 오라클, 엔비디아, 시스코,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참여하고, MGX는 스타게이트의 주요 재정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인프라 제공업체 Nscale 및 산업 대기업 Aker와 협력해 초기 230 MW의 용량을 제공하고 2026년 말까지 10만개의 엔비디아 GPU를 배치해 최종적으로 520 MW까지 확장하는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에 Sur Energy와 협력으로 최대 500 MW 용량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추정 투자액은 최대 250억달러다.
오픈AI의 현재 실적과 현금
오픈AI는 2024년 37억달러의 연간 매출을 기록했으며, 2025년 127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243%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주로 챗GPT 구독(73%) 과 API 및 멀티모달 서비스(27%)에서 발생한다.
폭발적인 매출 성장에도 오픈AI의 재무 상태는 들어오는 돈을 바로 태워버리는 상황이다. 회사는 2025년 상반기에만 약 80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버는 돈의 약 3배에 달하는 돈을 컴퓨팅 비용과 연구 개발에 지출하고 있다. 현재 8억 명 이상의 주간 활성 사용자 중 유료 사용자는 약 5%에 불과하다. 오픈AI의 수익성 달성은 2029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그때까지 연간 125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의 수익 창출 능력과 장기 1조4000억달러란 투자 규모 사이에 수백배의 괴리를 보여준다. 그들의 인프라 전략은 현금 흐름 기반의 전통적인 기업 금융 모델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사상 초유의 금융 보증과 재무투자 파트너의 대차대조표 활용, 미래 AGI 가치에 대한 극도의 투기 심리를 활용하는 금융 공학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막대한 금융 리스크를 수반하며, 역사적 금융 버블에서 관찰됐던 버블 징후들을 포함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오픈AI가 가장 단기에 막대한 자본금을 확보할 방안은 IPO다. 현재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3000억~5000억달러 수준이다. 만약 2027년 IPO를 하게 될 경우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GI 개발을 위한 기술 발전 방향을 컴퓨팅 용량의 기하급수적 확장으로 접근하는 오픈AI의 기술 전략에 변화가 없다면, 천문학적 규모의 자본은 실제 청구서를 마주하게 된다. 컴퓨팅 요구량의 증가에 따라 사용자당 한계 비용 구조가 높게 유지될 경우, 현재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률로도 손실을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오픈AI는 재무적 취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파트너사의 대차대조표와 혁신적인 부채 금융 옵션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500억달러 애저 약정이나 오라클과 3000억달러의 오라클클라우드인프라스트럭처(OCI) 약정은 운영 비용을 파트너사의 장기 매출로 전환시키며, 엔비디아의 대출 보증은 자금 조달 리스크를 공급업체로 전가하는 행위다. 소프트뱅크가 5000억달러의 스타게이트 자금 모금과 재정 운영을 책임지고, UAE의 국부펀드가 자본금 지급을 약정하는 건 초기 대규모 자본을 확보하는 핵심이다.
자 계획의 실현 가능성은 오픈AI의 기술력이나 시장 침투력(매출)이 아닌, 핵심 파트너사의 재무 건전성 및 장기적인 AGI 비전 공유 여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오픈AI는 자본이 아닌 ‘신뢰 자본(Trust Capital)’과 ‘미래 보증(Future Guarantee)’을 기반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파트너 중 하나라도 AGI 비전에 대한 확신을 잃거나 재무적 어려움에 처할 경우, 전체 인프라 로드맵이 심각하게 지연되거나 붕괴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오픈AI의 급격한 기업 가치 상승은 ‘라운드 트립(Round-Tripping)’ 또는 ‘내부 자본 교환(Internal Capital Exchange)’ 구조로 일어나고 있다. 오픈AI가 투자금을 수혈받고, 그 자금의 상당 부분을 다시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 AMD, 엔비디아 등의 서비스와 하드웨어 구매에 사용하면, 자본이 계속 이동하면서 가치를 키워가는 것이다. 이는 시장 분석가들에게 회계상의 투명성과 실질적인 시장 수요 기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오픈AI의 초기 투자자나 내부 직원들은 수익 상한선에 도달하기 전, 고평가된 가치를 바탕으로 주식이나 워런트를 현금화할 기회를 얻게 된다. 대규모의 비시장적 거래를 통해 확보된 가치가 향후 공모 시장에서 실현될 경우, 내부 정보 및 거래의 공정성에 대한 규제 감시와 사회적 비판이 불가피하다.
오픈AI에 대한 투자는 기존의 기업 실적에 기반하기보다 AGI 개발이 가져올 미래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극단적인 기대 심리(Speculation)에 기반한다. 이는 AGI의 잠재적 가치(미래 독점권)에 대한 기대감과, 캡슐화된 수익 모델의 고위험/고보상 구조가 결합돼 투자자들 사이에서 투기적 동기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오픈AI의 재무 구조는 과거의 주요 금융 거품 사례와 몇 가지 유사점을 공유하며 투기적 거품 위험을 시사한다.
현재 엔비디아, AMD,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저마다의 사업 전략 상의 이유로 오픈AI의 질주에 베팅한 상태다. 기업뿐 아니라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의 정부가 오픈AI와 샘 알트먼의 AGI 비전에 투자하고 있다. 오픈AI의 비전은 점차 전세계적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그만큼 몰락의 리스크도 키우고 있다. 투자한 기업은 경쟁사의 성장을 막고자, 미래 AGI의 과실을 차지하려 잠재적인 재무적 리스크를 끌어안고 있다.
재무 책임을 떠 앉겠다며 나서고 있는 파트너의 의지와 5%에 불과한 유료 사용자 비율을 개선하고 엔터프라이즈 및 맞춤형 정부/기업 계약을 통해 현금 소모율을 급격히 낮추는 사업 역량, 1조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규모 IPO를 성공시키는 능력 등 이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삐끗하면 그 결과는 처참할 수 잇다. AGI 개발이 지연되거나 경쟁사의 우위 확보로 시장의 기대 심리가 약화되면 오픈AI는 파산으로 나아갈 지도 모르고, 그 피해는 여러 기업과 국가 단위로 커질 것이다. 지금 오픈AI는 ‘대마불사’ 심리를 향해 달리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