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은행이 그리는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은행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방안을 추진하면서 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자산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안정성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은행 참여를 전제로 한 컨소시엄형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관련 시장 진출을 위한 물밑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신사업제휴플랫폼부 산하 가상자산팀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다. 해당 부서는 가상자산팀을 포함해 총 5개 팀, 40명 규모로 구성돼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기존의 신사업제휴추진부와 혁신기술플랫폼부를 통합해 신사업제휴플랫폼부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해 비금융 영역에서의 신사업 발굴과 협력 모델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본격화되고 정부의 ‘생산적금융’ 논의가 확대됨에 따라, 부서의 역할과 책임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윤성후 우리은행 신사업제휴플랫폼부장을 만나, 스테이블코인과 신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신사업제휴플랫폼부의 역할은 무엇이며, 통합 이후 어떤 시너지를 내고 있나
신사업제휴플랫폼부는 새로운 사업을 찾아나가는 부서다. 단순히 금융 서비스만 제공해서는 고객을 찾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 비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플랫폼이 금융과 결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신사업제휴추진부는 은행 본업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본업만으로는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외부 플랫폼이나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사업을 넓혀가고자 했다. 임베디드 금융이나 BaaS(서비스형 뱅킹) 확대가 주요 역할이었고, 비금융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것이 핵심 업무였다.
혁신기술플랫폼부는 웹3.0과 관련된 기술을 담당했다. 우리은행은 4년 전부터 자체 블록체인을 구축하고 토큰을 발행하는 내부 실험을 진행해왔다. 전자지갑 서비스인 우리won지갑, STO(토큰증권) 검토, NFT 전용 플랫폼 구축 등을 맡았다.
두 부서를 나눠져 운영되다 보니 신사업제휴추진부는 제휴 중심으로, 혁신기술플랫폼부는 기술 중심으로 움직이게 됐다. 사업과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두 부서를 통합했고, 그 결과 신사업제휴플랫폼부가 탄생했다.
최근 화두인 디지털 자산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업무도 신사업 영역 안에서 다뤄지고 있다. 과거 제휴 경험을 기술 역량과 결합해 진행하고 있으며, 기술 인력이 함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자산 관련 시장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본다.
부서가 통합된 첫해, 어떤 성과를 거뒀나
올해 문화 생활을 지원하는 비금융 플랫폼을 새로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론칭 준비를 진행 중이다. 통합 전자지갑이 리뉴얼돼 새로 오픈한 점도 주요 성과 중 하나다. 과거에는 우리금융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최소한의 기능만 제공했지만, 이번 리뉴얼을 통해 기능을 대폭 확대했다. NFT 플랫폼 또한 내재화했다.
가상자산 시장과 우리은행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인식이 있었다. 제휴된 가상자산거래소도 없고, 과거 혁신기술플랫폼부에서 관련 기술 연구를 이어왔지만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전통 금융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직 구체적인 성과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영역을 검토하고 참여하려고 한다. 우리은행도 디지털 자산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점이 올해 가장 큰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스테이블코인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우리은행은 과거 자체 블록체인을 통해 코인을 발행하고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기본적인 기술적 이해도는 충분히 쌓여 있다고 본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는 각 플레이어가 맡아야 할 역할이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이 핵심이고, 그다음은 유통이 중요하다. 유통에서는 플랫폼 내 결제(페이먼트)와 송금 두 가지 축이 있다. 이 영역들 가운데서 은행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계속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빠른 송금이나 수수료 절감 같은 기술적 혁신을 기대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토큰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크다. 은행은 금융업을 지속해 온 기관으로서 이 안정성 측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이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테크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혁신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법제화다. 미국의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처럼 발행 주체가 준비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다. 발행과 준비금 보관 과정에서 ‘어디에 두면 가장 안정감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은행의 역할은 분명히 존재한다. 은행이 일부 참여함으로써 시장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기술적 부분에 은행이 과도하게 개입하면 혁신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 부분은 테크 기업과 협업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다만 혁신 기업들은 금융 규제, 자금세탁방지(AML), 위험 평가 등에 대한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 이 같은 부분은 은행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상호 보완적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보자’는 얘기들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은행도 모든 경우의 수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 독자적인 발행은 다소 부담이 있기에, 발행에서 유통까지 다양한 밸류체인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하거나 직접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 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은행 중에서도 우리은행이 잘할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인가
저희는 내부 역량이 가장 잘 준비돼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기업 고객이 많아 기업 쪽 수요가 명확하게 들어온다.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어떤 것을 할 수 있나’, ‘원하는 기능을 스테이블코인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등을 문의한다. 기업과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과정에서 다른 은행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스테이블코인은 결국 용도가 다양해질 것이다. 대중적으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지만, 여러 종류가 나오면 사용처가 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은행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나 직접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나온다면, 기업 특화 측면에서 강점을 지닐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많은 기업 고객을 보유한 은행인 만큼,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기능을 갖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이 우리은행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본업에 미칠 영향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화두가 됐을 때 은행권에서는 공통적으로 두 가지 우려가 있었다. 발행 준비금이 예치되면 핵심 예금이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점, 그리고 외화 송금 같은 주요 업무 영역이 새로운 플레이어들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변화는 막을 수 없다고 본다. 고객을 붙잡는다고 해서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물결에 올라타 함께 변화해야 한다. 일부 예금은 빠져나갈 수 있지만 발행에 참여해 준비금을 수탁하는 방식으로 그중 일부를 다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
송금 부문도 마찬가지다. 외부 플랫폼을 통한 송금이 가능하더라도 은행이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이를 중시하는 고객들은 결국 우리를 선택할 거라고 본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고 해서 수익이 크게 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달러보다 원화 기준으로는 손익분기점이 더 높은 지점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위기가 맞다. 그렇다고 해서 은행이 이 사업에서 빠질 수는 없다. 스테이블코인도 결국 통화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은행으로서 통화 주권을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익이 안 된다고 해서 빠지는 건 맞지 않다. 기술을 받아들여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꾸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
현재 우려되는 점과 과제는
현재 우려되는 건 ‘시점’이다.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의할 상황은 지났다. 어느 정도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있었고, 자본금 기준이 얼마든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요한 것은 법안이 빨리 나오는 것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지니어스 액트가 발효되면서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준비가 본격화된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정부안조차 확정되지 않아 제도 시행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후 공청회와 관계 기관 검토 등을 거치면, 미국보다 제도 시행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늦어진 상황에서 추가 지연이 발생하면, 시점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논의 자체가 계속 같은 단계에서 머물러 있는 것도 아쉽다. 스테이블코인을 ‘왜 해야 하느냐’, ‘누가 발행해야 하느냐’는 수준의 초기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발행 주체를 두고는 이미 지니어스 액트에서 지급결제를 위한 코인이라고 정의한 만큼, 우리도 상응하는 형태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법안만 봐도 스테이블코인이 외화 지급 수단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외환관리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방향성은 이미 정해진 셈이다.
이제는 뒷단의 얘기를 더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온램프(법정화폐에서 코인으로 전환)와 오프램프(코인에서 법정화폐로 전환)를 어떻게 설계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테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처럼 코인의 한 종류이며, 단지 원화 가치에 연동된 형태일 뿐이다.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자산이 기존 화폐 경제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공존하는 형태로 갈 것이다. 실물 화폐가 편리한 곳에서는 실물 화폐를 사용할 것이고, 디지털 화폐가 유용한 영역에서는 디지털 화폐를 쓰게 될 것이다. 결국 핵심은 이 둘 사이의 상호 호환이다. 디지털 화폐를 사용한 뒤 실물 화폐로 바꿔 써야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실물 화폐를 디지털 화폐로 전환해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중간을 연결하는 매개가 필요한데, 현재 국내법상으로는 가상자산거래소 외에는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이다. 해외에서는 덱스(DEX)처럼 탈 중앙화된 거래소를 통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지만, 수수료가 생각보다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기술은 혁신적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두 화폐 간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그 위에 플랫폼이든, 송금이든,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또한 국회 논의에서 각 플레이어가 어디까지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게 정리돼 있지 않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고객 기반이 있는 민간 기업들이 그 풀을 활용해 확산을 이끌어야 한다.
은행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는 있지만, 발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을 보관할 지갑이 필요하고, 이용자가 법정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쉽게 교환하거나 다른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UX)을 고려한 접근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은행이 발행을 하더라도 뱅킹 앱 안에 지갑 기능을 담을 수 있는지, 코인을 누가 보관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은행이 어디까지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객에게 어떤 안내나 마케팅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결국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며, 각 기관의 역할이 명확해져야 민간 기업과 은행 모두 자신이 맡을 수 있는 범위를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에는 상당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역할이 분명히 정리돼야 민간과 은행 모두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상호호환성을 위해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은행이 상호 호환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본다. 실물화폐에서는 환전 업무를 은행이 담당해왔듯, 디지털 화폐 영역에서도 은행이 또 하나의 창구가 될 수 있다.
다만 글로벌 규제에 따라 은행이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할 경우 위험 가중치가 높아지고 국제결제은행(BIS) 규제 비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은행망은 전 세계적으로 폭넓게 퍼져 있고,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은행 예금과 1 대 1로 연동되는 토큰인 JP모건의 ‘디파짓 토큰’처럼 디지털 자산의 장점을 가져오면서도 은행 네트워크를 통해 실물 화폐와 손쉽게 교환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상호보완성을 위해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달러 스테이블코인, 법정화폐 간 전환이 손쉽게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도 여러 기업들과 협의하며, 이용자가 보다 쉽게 교환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분투자한 비댁스가 최근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의 한국 파트너로 선정됐다. 이를 통한 협업 지점이 있나
비댁스가 서클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서클의 기술력이나 사업 방향성을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서클과의 직접적인 협업 여부는 진행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생산적금융 기조 속에서 부서의 역할은
생산적금융의 방향은 명확하다. 금융 지원을 첨단산업, 벤처, 소상공인 등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생산 영역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부서는 소규모 전략적 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벤처나 인공지능(AI), 첨단산업 관련 기업 등을 중심으로 혁신 기술 기반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년간 혁신기술플랫폼부를 통해 웹3.0 관련 기업들도 다수 만나왔다. 이들 중 유망 기업을 발굴해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고,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내년에는 새로운 비금융 문화 플랫폼도 선보일 예정이다. 영세 창작자들이 많은 만큼, 이들이 플랫폼을 통해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상생 금융의 일환이다.
은행과 웹3.0이 잘 협업하려면
은행과 웹3.0은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은행업은 국내에서 인가를 받아야 하는 라이선스 기반 사업이며, 화폐 관련 부분은 한국은행이 총괄하고 있다. 반면 웹3.0은 탈중앙화와 분산 구조를 지향하는 산업이다. 근본적으로 다른 체계를 가진 셈이다.
다만 블록체인이나 웹3.0이 내세우는 탈중앙화, 분산원장, 정보 공유 등의 장점만으로는 시장 내 확장에 한계가 있다. 보안이나 정보 흐름 관리 등 일부 영역에서는 기존 시스템의 장점을 인정하고 일정 부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은행 역시 과거의 규제나 보수적인 방침만을 고수한다면 새로운 산업에 진입하기 어렵다. 결국 양측이 서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보완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우월하다”가 아니라 “이 부분은 우리가 보완하겠다, 대신 이 부분은 도와달라”는 식의 협력적 접근이 중요하다. 그렇게 열린 논의가 이어진다면, 충분히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내년 부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정부의 정책 방향과 산업 전반의 흐름은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PoC(개념 검증)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여러 기업과 금융권에서 자체적으로 PoC를 진행하고 있지만, 주로 개별 단위로 이뤄져 왔다.
이제는 은행과 기업이 각자의 경험을 결합해 협업형 PoC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발행과 법제화 이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관련 다양한 형태의 PoC 사업을 준비 중이며, 내년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갈 예정이다.
리더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인가
항상 팀장들이나 팀원들에게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모든 걸 다 알 수도, 다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부족한 부분은 팀원들이 채워주고, 팀원들이 부족한 부분은 내가 보완해야 한다. 우리는 수직적인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인 팀이다. 그래서 늘 ‘우리는 집단 지성’이라고 강조한다. 모두가 함께 생각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누군가의 지시로만 움직이는 일은 하지 말자고 항상 이야기하곤 한다.
블록체인 분야에서 일해서 그런지, 우리 부서원들은 각자 독립적이면서도 네트워크처럼 서로 연결돼 정보를 공유하는 하나의 노드 같다는 느낌이 든다. 모두가 연결돼 있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된다. 누구와 함께 일해도 동일한 이야기와 방향을 공유할 수 있다. 팀원 간 지식의 수준도 비슷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구조다.
우리은행이 그리는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은행은
항상 우리가 주도해 시장을 끌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장은 한두 명의 똑똑한 플레이어가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산업에 있는 모든 공동체가 함께 끌고 나가는 구조다. 그 과정에서 놓치거나 빠진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이를 보완하며 발전시키는 것이 부서의 역할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어떤 부분이 논의되지 않고 있는지 보고, 그 부분을 보완하면서 새로운 사업도 계속 찾아나가고 있다. 우리은행만의 역할을 설정하고 수행하려고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