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감장에서 이슈가 됐던 루센트블록, 제도권 도전 성공할까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핀테크 스타트업의 억울함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함께 운영하는 기업이 스타트업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상도의를 어겼다는 지적이다.
주인공은 부동산 토큰증권(STO)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이다. 박 의원은 주요 증권사가 주주로 있는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루센트블록과 함께 장외거래소 인가 신청을 하기로 하고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넥스트레이드가) 루센트블록과 체결한 계약서를 무시하며 별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은 상도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증권사를 주주로 둔 대체거래소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특히 루센트블록이 넥스트레이드와의 계약에서 재무상태표, 주주 명부, 사업계획서, 기술 역량 등 민감한 정보까지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31일까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유통 투자중개업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이번 인가는 그동안 금융혁신지원특별법(규제 샌드박스) 아래 혁신금융사업자로 활동해온 루센트블록이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가를 획득할 경우 루센트블록의 플랫폼의 고도화는 물론 STO 사업 활성화가 기대된다. 조각투자 유통 인가 대상은 최대 두 곳으로, 결과는 12월 말에서 내년 1월께 나올 전망이다.
현재 주요 인가 신청 컨소시엄으로는 ▲루센트블록-하나증권 ▲한국거래소-코스콤 ▲신한투자증권·SK증권·LS증권 연합 ‘프로젝트 펄스(PULSE)’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넥스트레이드가 음악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와 함께 인가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루센트블록은 창업 7년 차를 앞두고 제도권 진입을 타진하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중요한 컨소시엄 인가를 앞두고 갑자기 논란에 휩싸이게 되면서 당황스러운 입장이다. 제도권 진입, 컨소시엄 불발, 주요 정보 유출 논란 속에서 루센트블록이 어떤 길을 가려 하는지 22일 서울 여의도 오투타워에서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넥스트레이드와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넥스트레이드의 컨소시엄 참여 검토를 위해 기밀유지 계약서를 체결했다. 넥스트레이드 측에서는 현재 사업에 바빠 당장 조각투자업에 진출할 수는 없지만, 투자 겸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게 발단이었다. 기밀유지 계약서를 통해 주주 명부, 5개년 사업 계획서, 마케팅 전략, 이용자 모집 방법 등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들을 공유했다.
추석 전만 해도 넥스트레이드 분을 루센트블록에 사외이사 자리를 줘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어떤 부분들을 전략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긴밀한 협업 차원에서다. 불과 지난주 수요일쯤 제가 직접 찾아갔다. 루센트블록 본사가 있는 대전에서 왔다 갔다 하기에 성심당 빵을 들고 갔는데, 분위기가 안 좋아 보였다. 단순히 ‘컨소시엄 참여 안 하겠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흔한 일이니까 검토해 주신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했다.
넥스트레이드에게 이번 인가에 직접적으로 진출하려는 건지, 아니면 검토 수준인지에 대해 물었더니 전자라고 답했다. 확정이 된 거냐고 다시 물었더니 ‘사실상 확정’ 같다고 했다. 다시 ‘확정인가요?’라고 확인했더니 ‘확정이다. 드롭(컨소시엄 미참여)이 아니라 직접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주 수요일에 들은 내용이다. 이미 개별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증권사들에 참가 공문을 보내 놓은 상황이었다.
어떤 기밀유지계약을 했나
계약서의 성격은 각 조항에 따라 다르다. 언제까지 무엇을 비밀로 하고, 이후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인지 등 맥락이 문서에 적혀 있다. 양측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세부 조건이 정해지는데, 결국 모든 기밀유지계약은 디테일에 달려 있다.
어떤 경우에는 단순히 ‘투자 논의’ 수준에서 일정 시점에 드롭하기로 하면서 그 정도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반면 협업이나 전략적 제휴를 전제로 한다면 ‘여기서부터는 진행한다’는 식의 구체적 합의가 문서에 남게 된다. 따라서 기밀유지 계약은 기업마다 조항과 조건이 달라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루센트블록과 넥스트레이드가 체결해 여러 정보를 공유한 것은 ‘높은 수준’의 계약이라고 봐야 한다. 일반적인 투자 유치의 경우에는 재무제표 등 재무 관점의 정보가 주축이 되지만, 이번처럼 전략적 정보를 공유한 경우는 민감도가 훨씬 높다. 전략적 정보가 있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직접 사업에 진출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정보의 공유 자체가 유출 또는 탈취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컨소시엄 구성 논의까지 이뤄졌는데 넥스트레이드가 왜 변심했다고 생각하나
사실 맥락을 잘 모르겠다. 내부적인 분위기나 흐름을 알 수 없으니 함부로 말씀드리기도 부담스럽다. 내부에서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정말 알지 못한다. 보통 상황을 다 알면 좋겠지만, 지금은 추측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다만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이미 상황이 벌어졌으니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루센트블록 입장에서는 인가를 받아 사업을 운영하고 좋은 선례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넥스트레이드가 루센트블록 대신 뮤직카우와 손을 잡은 것은, 같은 스타트업임에도 컨소시엄 구성에 차이가 있다는 의미인가
넥스트레이드가 주도해 뮤직카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유통 부문에서 주도권을 갖게 된다. 뮤직카우는 발행 중심 기업으로, 유통은 부가적인 요소다. 넥스트레이드 입장에서 루센트블록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유통 권한이 루센트블록에 있기 때문에 주도권 확보가 어려운 게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넥스트레이드 측은 투자 컨소시엄 초기 단계에서 일반 회사 현황 자료만 수령했다고 해명했는데…
각자가 판단하는 게 맞다. 진실 공방을 벌이기보다는 회사 구성원, 주주, 고객 등 이해관계자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 있나
없다. 이번 행보와 관련해서 소송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액션을 취하지 않는 것은 법적·상도의적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다. 법리적 대응 방안도 충분히 검토했으며, 문제 소지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소비적인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생산적인 일을 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이 짧지 않나. 사실 사업을 시작했던 이유도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여기까지 온 것도 감사하다. 내가 능력이 있어서 된 게 아니라, 정말 감사하게도 도와주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누구랑 싸우다가 비효율적인 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 독립운동처럼 큰 대의가 있는 싸움이 아니라면,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고 싶다.
이번에 인가를 못 받게 되면 루센트블록은 어떻게 되나
유통 인가를 받지 못하면 혁신금융서비스법 특성상 혁신금융사업자의 지위가 소멸된다. 가입자 50만명과 그중 약 10만명에 달하는 투자자들이 맡긴 300억 규모를 관리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그분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인가를 받고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
법리적으로는 인가를 받지 못한다고 해서 즉각적인 투자금 반환 의무가 발생하지 않지만, 책임 의식을 갖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금 회수와 반환을 시도할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해결할 예정이다.
인가 통과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루센트블록은 컨소시엄 중에 유일하게 플랫폼 ‘소유’를 구축해놨다. 인가가 통과되면 뒷단 인프라 개발이 가능하다. 한 증권사가 아니라 여러 증권사를 표준화할 수 있는 것들을 같이 이야기하며 설계에 대한 내용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이다.
발행된 증권은 루센트블록 플랫폼에서 유통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투자 접근이 더 쉽고 편리해진다. 일반 증권 애플리케이션(앱)처럼 다양한 기능을 붙일 수 있고, 거래 효율도 높아진다.
소유를 제외한 다른 컨소시엄들은 저희와 같은 플랫폼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 경우 꽤 오래 걸릴 것 같다. 루센트블록의 차별점은 바로 이 경험에서 나온다. 실제로 사업을 해보기 전과 직접 해본 뒤 느낀 차이는 완전히 달랐다. 초기 사업 단계에서는 운용, 개발, 예탁결제원 계좌 관리, 뒷단 전문 문제 등 예상치 못한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단순히 자금이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를 중심을 잡고 체계적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필요했다. 고객 수나 정량적 지표보다도, 이 사업을 목숨 걸고 실현하려는 의지가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변방에서 바닥부터 올라온 기업의 경험은 분명 다르다.
인가 이후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정확한 수치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투자자들에게 1조, 5조, 10조처럼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서비스 가치를 만들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고 본다. 루센트블록의 ‘소유’ 철학은 단순히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라, 샌드박스 시절부터 구상해온 ‘모두에게 소유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접근에서 출발했다.
오늘날 개인 투자자가 테슬라, 애플과 같은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것처럼, 저희 서비스도 자산 접근성을 확대할 거라 기대한다. 이용자는 자신의 판단으로 투자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기회를 갖게 된다. 시장의 크기는 이를 통해 상당히 커질 수 있지만, 정확히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기업 차원에서는 부동산 외에도 다른 STO 자산으로의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 부동산은 가장 큰 규모지만, 지적재산권(IP)이나 예술품 등 기존에는 소수만 소유하던 자산들을 풀어주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번 인가로 상장 가능한 자산군이 늘어나고, STO 시장 자체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은 어렵다. 인가를 받더라도 하루아침에 시장이 커지는 것은 아니고, 긴 호흡이 필요하다. 우리는 약 7년간 꾸준히 기반을 다져왔고, 3할이 아니라 ‘1푼 타자’라도 베이스에서 버티고 버틸 거다. 시장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버티면서 의지를 가지고 ‘서비스를 실현하는가’라고 생각한다.
어떤 마음으로 이번 인가에 도전하고 있나
세상의 많은 변화는 변방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루센트블록은 지역에서 시작했고, 샌드박스를 받을 때도 ‘족보 없는데 정말 열심히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세상의 많은 변화는 이길 확률이 낮은 언더독에서 생긴다고 믿었다. 남들이 안 하던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 혁신이며, 변종과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 금융위를 설득할 때, 아무도 루센트블록을 알지 못했다. 대전에서 새벽 5시 반에 올라와 노트북 하나 들고 기다렸다. 점심시간에 나오는 국장님들께 자기소개하며 다가갔다. 한 달 내내 그렇게 했다. 생각해 보면 상대방 입장에서 부담스럽고 무서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신탁회사를 설득할 때도 비슷했다. 기관 담당자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담당 대리, 과장님을 소개받아 타고 타고 올라가 결국 최고 책임자까지 설득했다.
지금의 어려움 때문에 루센트블록이 잘 되고 안 되고는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STO 업계는 계속 존속할 것이다. 다만 루센트블록이 남기고 싶은 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계속 도전하는 모습이다. 변방의 창업자들을 위해서 그렇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