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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바디스 한국 AI] ‘냉정과 열정사이’ 이해민 의원의 절절한 당부

바이라인네트워크 기획, <한국 AI의 길을 묻다> 인터뷰 시리즈

“AI 코리아, 어디로 가야 하나”

이재명 정부가 AI를 국정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한국의 AI 산업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기술을 넘어 경제·안보의 전략 자산이 된 AI. 그러나 글로벌 시장은 빅테크의 질주, 공급망 재편, 소버린 AI 등으로 빠르게 변화 중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묻습니다.
한국 AI 정책, 이대로 충분한가?
진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정치, 산업, 학계, 스타트업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대한민국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질적 해법을 모색합니다. 정책은 현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시리즈가 ‘AI 강국’ 코리아의 새로운 길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 시리즈 ⑪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인터뷰 시리즈 ⑩ 신정환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인터뷰 시리즈 ⑧ 남경필 포니링크 대표
인터뷰 시리즈 ⑦ 류정혜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
인터뷰 시리즈 ⑥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
인터뷰 시리즈 ⑤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인터뷰 시리즈 ④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시리즈 ③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인터뷰 시리즈 ②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
인터뷰 시리즈 ①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

“중국과 미국 출장을 다녀와보니, AI 관련돼 느낀 게 있습니다. AI 관련 산업, 관련 스타트업들이 활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인터넷망을 깔아놓고 난 다음 벤처붐이 일어났던 그런 느낌이 더 거대하게 일어나고 있는 거죠. 지난 3년이 너무 아깝습니다.”

“소버린 AI,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의 목적은 주권 확보 쪽으로 볼 수 있죠. 제 입장에선 좀 더 천천히 가도 됩니다. AI 3대 강국이 되려면 결국 산업이 발전해야 합니다. AI 전환을 일으키는 공장 제조업 쪽에서 사용을 해서 빨리 발전을 시키고 싶은 니즈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런데 ‘소버린 AI 조금만 기다렸다가 갖다 쓰세요’하면 그 시간을 산업에서 기다릴 수 있냐? 아니거든요.”

“소버린AI가 국산 제품이냐 아니냐는 후차적인 문제입니다. 이걸 뜯어고칠 수 있는 제어, 그러니까 컨트롤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제가 보는 소버린AI입니다. 지금 국산화에 거의 매몰돼 있어요. 우리만의 모델, 우리가 컨트롤리티를 가지냐로 접근해 소버린AI를 차분히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이달 초 전직 구글러로 유명한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을 찾았다. 인공지능(AI) 정책과 기술 사이, 절묘한 균형점이 무엇인지 듣고 싶어서였다. 정보기술(IT) 업계 선두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이 의원은 현재 국회 내에서 가장 AI 친화적 인물로 봐도 손색이 없다.

때마침 이 의원이 중국과 미국 출장을 연달아 다녀온 터였다. AI 기술 현장을 본 그의 감상은 그야말로 “활활활 타오른다”였다. 미중 AI 패권 경쟁이 극에 달했고,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G3)을 노리고 있다. 미중과 똑같이 타오르는 정도로는 G3는 요원하다. 전략적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보다 AI G3가 과연 가능할까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쿼바디스 한국 AI] 기획 인터뷰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의원도 마찬가지. 다만 냉정한 판단과 명확한 방향성을 요구했다. 그리고 AI 산업 발전이 제때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마중물이 될 정부 AI 정책의 속도를 재차 강조했다.

미중, AI 현장 뜨겁다

이 의원은 “중국과 미국 연달아 출장을 다녀와 느낀 게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양국 모두 AI 관련 산업과 스타트업의 현지 분위기가 활활 타오를 정도라는 것이다. 인터넷망 기반으로 기술 창업과 벤처 투자가 들불처럼 일어났던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국내 벤처붐에 비유했다.

벤처붐 그런 느낌이 더 거대하게 일어나고 있더라고요. 지난 3년이 너무 아깝습니다. 침체되는 것만 봤지, 그렇게 활활 타오르는 느낌은 다시 못 받고 있었거든요. 정치적으로 양 극단이지만 미중 양쪽에서 활활 타오르는데, 우리나라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고민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미중 G2와는 이미 AI 기술 저변부터 최첨단 연구 트렌드까지도 격차가 벌어진 상황. 이 의원은 G2 카피 전략은 절대 안 된다고 보고, 빠르게 따라잡을 캐치업 전략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투트랙 전략을 꺼내 들었다.

우리가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만 있다면 자체 기술을 가지고도 주권 확보와 산업 발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놓쳐버렸거든요. 지금 시점에선 하나의 전략으로만 가는 게 맞을까, 잡아야 할 토끼는 두 마리인데 그 질문을 요즘에 하고 있습니다. 결국 투트랙 전략이 될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어떻게?

이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1호 국정 과제인 ‘AI 3대 강국(G3)’ 실현을 위해 산업 발전과 AI로의 전환(AX)이 맹렬하게 일어나면서 관련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나오고, 그 중에서 몇몇 유니콘 기업이 나오는 흐름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 속에서 AI 3대 강국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AI 주권 확보냐, AI 3대 강국인 한국이냐 두 개를 한꺼번에 묶어서 간다는 건 3년 전이었으면 하나의 목표로 볼 수 있었죠. 지금은 두 가지 목표입니다. 그래서 투트랙이 필요한 건데, 시급성 측면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월드베스트 LLM 프로젝트로 대변되는 소버린 AI,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의 목적은 주권 확보 쪽으로 볼 수 있죠. 제 입장에선 좀 더 천천히 가도 됩니다. AI 산업은 서비스 레이어(계층) 혹은 버티컬 레이어, AI 전환을 일으키는 공장 제조업 쪽에서 사용을 해서 빨리 발전을 시키고 싶은 니즈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런데 ‘소버린 AI 조금만 기다렸다가 갖다 쓰세요’하면 그 시간을 산업에서 기다릴 수 있냐? 아니거든요.

소버린 AI, 지속 가능성 믿음 줘야

전문가들은 소버린 AI의 성능이 당초 목표대로 글로벌 프론티어 모델의 95% 이상에 도달해도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2% 성능 우위 확보에도 대규모 자본이 동원되고 피 튀기는 연구개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기업 입장에서 검증된 글로벌 최고 성능의 모델을 갖다 쓰지 소버린 AI를 쓰겠냐는 것이다. 이 의원도 대동소이한 우려를 꺼냈다.

억지로 쓰게 되겠죠. 정부 지원을 받아야 되니까, 그렇게 되면 회사 입장에선 소버린 AI 버전과 글로벌 버전 두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력과 자원 낭비죠. 발목을 잡는 겁니다.

AI 생태계를 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들이밀면 전 세계적으로 돌아가는 생태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쩐(대규모 자본)의 전쟁이 벌어지는 곳에서 AI 품질이 매일매일 업그레이드됩니다. 한국형 소버린 AI로 뭔가를 만들어 놨을 때, 지속 사용이 가능하느냐 그 질문으로 빠지는데요. 기업들이 한 번 만들고 끝내 버릴 수 있습니다.

전 세계 프론티어 모델 수준으로 소버린 AI가 제공이 된다면, 믿음만 준다면 업계에서 사용 안 할 이유는 없습니다. 최악의 버전은 정부가 이거 써야 돼 압력을 넣는 거죠.

마중물 먼저 넣어야

이 의원은 소버린 AI보다 기업의 AI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산업이 발전해야 그 경험치가 쌓이면서 우리 자체 LLM의 경쟁력도 공고해질 수 있다는 지론을 펼쳤다.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진짜 필요한 게 뭘까요. GPU를 직접 줄 수도 있고 아니면 오픈AI API로 서비스를 만들 때, API 콜 가격이 너무 비싸죠. 그걸 지원해주거나 업체에서 원하는 구글 클라우드든 AWS(아마존웹서비스)가 됐든 MS 애저가 됐든 사용하는 것에 대한 마중물을 바로 채워줄 수 있는 게 중요합니다. 수요에 맞춰서 당장 지원해주면 산업 발전이 마구마구 벌어질 수 있겠죠. 그런데 순서를 (소버린 AI) 이거부터 하고 있어서 걱정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발 잘해주세요라는 게 있고요.

맹목적 국산화? 컨트롤 권한을 가져야

소버린이라면서 맨 밑 하드웨어 반도체칩부터 국산화, 풀스택 국산화를 외치잖아요. 소버린이 뭡니까? 엔비디아 GPU로 AI 만들고 라마 오픈소스 갖다가 고쳐서 만들고 이것도 다 소버린입니다. 저는 오픈소스 가져다 튜닝하고 다 오케이라고 봅니다. 국산화를 외치면서 정부에서 내놓은 소버린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니까 여러 잡음이 나오는데요.

국산 제품이냐 아니냐는 후차적인 문제이고, 이걸 뜯어고칠 수 있는 제어, 그러니까 컨트롤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게 소버린 AI입니다. 데이터가 잘못됐으면 뜯어고칠 수 있는 권한을 우리나라가 가진다는 게 소버린인거죠. 지금은 소버린 AI에 대한 정의가 국산화라는 것에 거의 매몰돼서요. 어느 레이아웃까지 국산화야 이게 아니라 우리가 컨트롤리티를 가지냐로 접근해야 합니다.

순서상으로 수요에 맞춘 공급을, 마중물 역할을 정부가 해줘야 됩니다. 동시에 소위 말하는 소버린 AI를 차분히 구축해 나가야죠. 소버린 AI가 적용될 영역은 명확하게 국방, 안보 영역으로 묶어 둬야 되고요. 그 바깥은 자유도를 주고 산업에 선택권을 줘야 됩니다. 서비스에 가장 맞는 걸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줘야죠. 자율적인 선택권을 주지 아니하면 결국 갈라파고스를 만들게 됩니다.

AI 기본법은 진흥법

이해민 의원은 지난 6월 열린 ‘제5회 대한민국 국회 의정대상’ 시상식에서 ‘AI 기본법(인공지능 산업 진흥 및 인공지능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입법활동 부문 의정대상을 받은 바 있다. 이 의원은 AI 기본법을 규제를 위한 법이 아닌 진흥을 위해 규제를 담은 법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이유는 글로벌에서 어느 정도 통용이 되는 신호등 같은 교통 규범이 있어서입니다. AI 기본법은 그야말로 그릇입니다. 하위 법령이 너무 중요합니다. 규제가 없으면 막 신날 것 같죠? 아닙니다. 뭐가 나중에 규제가 될지 모르니 이 방법 저 방법을 다 만들어야 됩니다. 리소스 낭비죠. 명확하게 이거 빼놓고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AI 위원회나 여러 기구 거버넌스를 통해서 트렌드에 맞게끔 변경이 가능할 수 있도록 플레서빌리티(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게 기본법이어야 됩니다.

AI 위한 법안, 지속해서 낸다

이 의원은 인공일반지능(AGI) 시대로 가는 가운데 진짜 진흥을 위한 최소 규제를 재차 언급하면서 AI를 위한 법안 발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제가 작년에 첫 번째 발의한 1호 법안이 판결문 공개법(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입니다. 국가가 AI를 위해서, AI 데이터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명확한 영역 중 하나가 공공 데이터 개방입니다. 우리나라 사법부, 법조계가 제일 느리게 움직이는 영역 중에 하나입니다. 해외 리걸테크 마켓은 크는데 우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고 서포트해주는 법안이 없어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법안을 냈습니다.

뉴스 콘텐츠 경우 (AI 활용 관련해) 저작권 소송이 걸려 있거든요. 어디까지 콘텐츠 저작권을 보호해줘야 할지 AI 시대에 규정이 없습니다. AI 기본법을 냈고 그 하위 단에서 진행해야 할 에어리어가 너무 많습니다. 저는 할 일이 많으면 즐거운 사람이라 지속해서 법안을 내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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