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핀테크 앱이 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할까?
“침 한 번 뱉으면 끝나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 무료로 해드립니다”
핀테크 앱 뱅크샐러드는 최근 독특한 이벤트를 시작했다.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피를 뽑거나 DNA를 채취하는 방식이 아니라, 타액(침)을 분석 업체로 보내 유전자 분석을 해준다. 영양소, 건강관리, 식습관, 피부·모발, 운동, 개인특성 등 65가지의 검사항목으로 ‘나도 몰랐던 내 이야기를 들려드린다’는 것이 뱅크샐러드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 내용이다.
병원도, 건강관리(헬스케어) 기업도 아닌 핀테크 회사가 유전자 검사를 무료로 제공한다니. 어떤 이유에서일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뱅크샐러드에서 이벤트를 신청하고 직접 이용해봤다.

유전자 검사 신청은 뱅크샐러드 앱에서 한다. 검사 키트를 제공받을 주소를 입력하고 신청 버튼을 누르면 된다. 키트는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신청 후 약 3~4일 만에 배송이 이뤄졌다.
성인 손 크기만한 상자 속에 담긴 키트는 침을 깔끔하게(?) 뱉을 수 있도록 돕는 깔때기와 보존액 용기로 구성됐다. 이밖에도 키트를 유전자 검사 업체로 반송하기 위한 반송지, 포장지, 설명서가 들어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깔때기를 보존액 용기에 끼워 침을 뱉고 뚜껑을 덮는다. 그리고 다시 상자에 넣어 포장한 뒤 반송지를 붙이면 끝이다. 반송은 설명서에 있는 QR코드를 인식하면 된다.
단, 침을 뱉기 전 주의할 점이 있다. 30분 전부터 양치나 식사, 물·커피 등을 마시거나 흡연을 하면 안 된다. 립스틱이나 틴트 등을 지워야 하며 입안에 잔여물이 없어야 한다.
대략 2주의 기다림 끝에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왔다. 뱅크샐러드는 유전자 검사결과를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눠 보여줬다. ‘타고난 능력 3가지’와 유전에 영향 받을 가능성이 높은 ‘유전율’, 상위권에 속하는 항목, 내 몸의 등급이 해당된다.

먼저, 기자의 타고난 능력 3가지 중 하나는 놀랍게도 포커페이스였다. 포커페이스란 표정관리를 잘 하는 것을 말하는데, 뱅크샐러드에서는 마그네슘 농도를 이렇게 표현했다. 결과에 따르면, 기자의 마그네슘 농도는 대한민국 상위 7%라고 한다. (WOW)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실 표정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편인데, 개선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때 말하는 표정관리란 마그네슘 농도가 높아 눈떨림이 덜 하다는 뜻이다. 조금이나마 표정관리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유전율에서는 왜인지 모르겠으나 알코올 의존성 50~80%, 근육 발달 능력 78%, 비타민D 농도 70~77%라는 결과가 나왔다. 각 항목에 대한 쉬운 설명도 나왔다. 예를 들어, 알코올 의존성은 “음주량을 조절하기 힘들거나 술에 대한 반응이 감소해 처음과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점차 더 많은 술을 먹거나, 금단 증상이 나타나는 등의 현상을 알코올 의존이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뱅크샐러드는 분석 결과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몸의 부족한 부분을 도울 해법도 함께 제시했다. 알코올 의존성이 높은 경우 규칙적인 운동과 혼술 마시기 제한, 15분 참아내기 등을 권고했다.
평소 기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술을 덜 먹고, 야맹증에 근육이 잘 안 붙는 편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유전자는 반대였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게 바로 내가 몰랐던 나인 것인가.
뱅크샐러드에서도 이 점을 공지했다. 분석 결과가 안맞는다고 생각을 하는 사용자들을 위해 서비스 하단에 현재 상태와 유전자 검사 결과가 다른 이유를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사람의 상태는 ‘유전인자’와 식생활습관, 운동여부, 생활환경 등의 ‘환경인자’ 영향을 받는다. 이 유전자 검사는 환경인자를 고려하지 않고 유전인자에 기반한 결과만을 분석하기 때문에 현재 상태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총평을 하자면 뱅크샐러드의 유전자 검사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평소 유전자 검사라고 하면 병원에서 특수한 일이 있을 때 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이 서비스로 쉽고 간편하게 내 몸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뱅크샐러드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에서 그치지 않았다. 건강 탭의 ‘습관’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유전자 결과에 맞는 습관을 설정하고 매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사용자가 뱅크샐러드 앱을 자주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자, 궁극적으로 주 사용자를 만들어 앱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런데, 많고 많은 서비스 중에서도 왜 하필 유전자 검사인 것일까.
처음으로 돌이켜보면 뱅크샐러드의 서비스 첫 모습은 가계부였다. 사용자들의 카드 사용 내역을 바탕으로 가계부 서비스를 제공해오다가 계좌·카드 연동, 대출, 보험, 자동차, 연금, 투자 등의 금융 서비스를 하나둘 붙여 금융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회사는 곧 금융 플랫폼 하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탄탄한 모회사를 바탕으로 몸집을 키워오고 있는 네이버파이낸셜이나 카카오페이, 토스 등의 거대 핀테크 사업자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뾰족한 경쟁력이 없던 뱅크샐러드의 사용률은 급감했다. 업계에 따르면, 뱅크샐러드의 실사용지표인 월활성사용자 수는 연초 대비 올해 중순께 약 40% 가량 급감했다.
생존에 대한 치열한 고민 끝에 뱅크샐러드는 신사업으로 헬스케어를 낙점했다. 금융뿐만 아니라 사용자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춰 맞춤형 서비스를 하면 사용자를 더 많이, 자주 끌어모을 수 있다는 분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데이터 주권을 강조해오던 뱅크샐러드의 철학과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이번 유전자 검사 서비스도 이러한 맥락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이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기존에 제공하던 건강검진, 예방접종 내역과 연결된다. 뱅크샐러드가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하고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가 본격화되면 흩어진 건강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원하는 대상에게 제공하고 지출 데이터, 보험 정보 등과의 결합, 분석을 바탕으로 건강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장기적인 전략으로 뱅크샐러드는 금융, 헬스케어 뿐만 아니라 공공, 교육 등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 영역의 마이데이터가 활성화되면 초개인화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