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기 퍼밋 대표 (출처=퍼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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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리] 첫 농사 망친 대표는 어떻게 상장을 노리는 딸기 기업을 만들었나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을 리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국내에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박선기 퍼밋 대표는 처음 지은 농사를 망쳤다. 30대 중반에 강원도 원주에서 농사를 시작했지만 수입이 없었고, 이웃의 비닐하우스를 고쳐 주며 일당을 벌었다. 그랬던 박 대표가 지금은 2028년 상장을 목표로 하는 딸기 스마트팜 기업 퍼밋을 이끌고 있다.

퍼밋은 지난해 매출 405억원을 올렸고 내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업 테크(애그테크) 스타트업 상당수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퍼밋은 비교적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박 대표는 전국의 비닐하우스를 고치러 다니며 쌓은 현장 경험과 인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비닐하우스를 고치러 전국을 돌아다니며 농사를 잘 짓는 사람들을 만났던 것이다. 전남에서 만난 농사 잘 짓는 귀농인과 전북에서 만난 자재 잘 파는 사람은 지금 퍼밋의 이사로 일하고 있다.

박 대표는 농사 경험 없이 IT 기술만 배워 투자를 받으려고 창업하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농업 테크 기업의 대표는 농부보다 많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흔히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농사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박 대표는 실내 수직농장은 전기를 많이 써서 생산원가를 낮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퍼밋이 딸기처럼 비싼 값에 팔려 생산원가를 감당할 수 있는 작물에 집중한 이유다.

퍼밋은 딸기가 자라 시장에 공급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 실내 수직농장 같은 스마트팜 건설뿐만 아니라 자체 품종 개발과 육종·재배, 유통까지 모든 사업을 수직 계열화했다.

퍼밋은 해외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다. 2024년 설립한 우즈베키스탄 법인은 모종을 키우는 육묘장을 운영하며 자체 품종을 팔고 있고, 올해 약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에는 딸기 스마트팜과 딸기 카페를 묶어 한 세트를 판매했다.해외에는 스마트팜 솔루션도 수출한다. 2024년 설립된 우즈베키스탄 법인은 올해 매출이 2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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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상황도 개선되고 있다. 퍼밋은 매출이 2024년 324억원에서 지난해 405억원으로 늘었고, 당기순손실은 38억원에서 5억원으로 줄었다. 박 대표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이 예상된다면서도 “내년에는 반드시 당기순이익이 흑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익분기점은 올해 넘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로 사업을 넓히고 있는 애그테크 기업의 비결을 듣기 위해 지난 10월 13일 서울 송파구 퍼밋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처음 지은 농사를 망친 뒤, 지금의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저는 30대 중반 무렵 강원도 원주에서 농사를 지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잘되지 않았습니다. 농사는 망쳤지만, 이웃의 비닐하우스를 고치면서 일당을 벌 수 있었습니다. 20대 초반에 에어컨 수리기사로 일한 경험이 있어 배관을 잘 고쳤거든요.

농사로는 100원도 벌지 못했지만, 비닐하우스를 고쳐서는 하루에 많게는 100만원도 벌었습니다. 그러다 전라남도 고흥까지 내려가서 하루에 200만~300만원까지 벌었어요. 그렇게 수입이 늘다 보니 직원도 고용하고 법인도 설립하게 됐습니다.

전라남도에서 일하다가 정말 농사를 잘 짓는 분을 만나게 됐어요. 그분이 현재 퍼밋의 이사입니다. 보통 농업인은 본인 농장에서는 잘해도 남의 농장에서는 그렇지 못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분은 귀농인으로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어디서든 인정받을 만큼 실력이 좋았습니다.

전라북도로 올라왔을 때는 비닐하우스 자재를 굉장히 잘 파는 분을 만났는데, 그분도 현재 퍼밋의 이사입니다. 전국의 비닐하우스를 돌아다니면서 고쳐 주다 보니 점차 기업에 필요한 실무 인력을 갖추게 된 것 같아요.

애그테크는 쉽지 않다는 업계의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농업 테크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분들 대다수가 비슷한 실수를 합니다. IT 기술을 배우고 와서 농업이 유망한 분야인 것 같으니 투자를 받으려고 창업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러면 오래 못 버텨요. 농업 테크 기업의 대표는 농부보다 많이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농업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요.

예를 들어 지금 “대파 한 단 가격이 얼마야?”라고 물었을 때 바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파 한 단 가격도 모르고 농사일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대다수예요.

애그테크 산업의 차별화 기술은 ‘농업’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럼요. 농작물을 수확하는 로봇은 다른 곳에서 사 올 수 있어요. 하지만 결국 차별성은 농업 기술에서 나옵니다. 퍼밋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배 매뉴얼이에요. 이건 퍼밋밖에 못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팜이 아무리 발달해도 자연을 못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퍼밋은 자연을 이기지 못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버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희는 국내 기온이 3도 올라가면 그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작물을 재배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종자를 개발해야 버틸 수 있어요. 당장 로봇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이쪽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1943퍼밋’과 ‘팅커벨’이라는 자체 품종이 있어요. 하얀 딸기를 ‘신데렐라’라는 브랜드로 독점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육종한 딸기는 아니었지만, 판매해 보니 자신감이 붙어서 자체 품종의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진행하게 됐습니다. 종자 관련 시설도 만들고 ICT를 활용한 재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품종들을 잘 기를 수 있도록 ‘딸기 교과서’도 만들었습니다. 저희가 유통까지 하다 보니 농부의 숙련도에 따라 작물 품질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고객사에서 항의가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주로 “오늘은 맛있었는데, 며칠 전에는 왜 맛이 없었느냐”는 내용입니다. 농부마다 숙련도도 다르고 재배 방법도 다르잖아요. 그래서 ‘딸기 교과서’를 보급해 재배 방법을 통일하고 품질을 관리하게 됐습니다.

스마트팜 재배 방식의 이점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들은 스마트팜을 지으면 생산량이 증가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럴 수 없는 구조예요.

딸기는 한 주를 심으면 보통 농업 숙련도에 따라 500g~1.4kg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이건 유리온실에서도 마찬가지예요. 한 주에서 아무리 많이 수확해도 1.4kg이고, 유리온실이 아닌 비닐하우스에서도 그만큼 수확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건 농업 숙련도에 따른 문제이지 시설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이 직접 심을 때보다 더 많이 심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도 작물마다 사정이 달라요. 딸기는 18cm 간격으로 한 주씩 심어야 한다는 규격이 정해져 있어요. 결국 일정 면적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작물의 양은 정해져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노동력 절감이라고 봅니다. 예전 같으면 비닐하우스에 직접 가서 모터를 꺼야 했지만, 이제는 휴대전화로도 할 수 있으니까요. 농약 살포도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수확 무인화를 위해 로봇이 도입되고 있는데, 고도화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단위 시간당 수확량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현재는 사람보다 수확 속도가 느려요. 농사꾼이 1분에 60개를 수확하는 동안 로봇은 6개를 수확하는 수준입니다.

로봇 기업들은 대신 로봇이 24시간 동안 작업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딸기는 새벽 3~6시에만 수확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야 경도를 유지할 수 있거든요. 햇빛이 들어오는 순간 경도가 낮아져요.

1년 내내 로봇을 작동시켜 딸기를 수확한다고 해도 계절 문제가 있습니다. 국내 딸기는 비닐하우스 기준으로 9월에 식재해 12월부터 4월까지 5개월만 수확할 수 있어요. 여름에는 딸기가 무르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퍼밋은 여름에는 수직농장에서, 겨울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합니다. 미래에 수확 로봇이 도입된다면 실내 수직농장에 도입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실내 수직농장은 조명과 재배 환경을 제어해 낮과 밤, 계절을 조절할 수 있으니 수확 로봇은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내 수직농장에서 재배할 때 발생하는 원가 상승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계시나요?

수직농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전기료예요. 수직농장에 쓰이는 LED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이 열로 전환돼요. 그러니 LED가 많아지면 당연히 더워집니다.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공조 설비로 이 열을 빼내고 재분배해야 해요. 여기서 모든 비용이 발생합니다. 난로를 틀고 냉방기를 켜는 꼴이에요.

저희는 수랭식 LED를 이용한 고효율 냉각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칠러라는 기계로 물을 차갑게 만든 뒤 LED를 지나가도록 합니다. LED의 열을 흡수해 따뜻해진 물은 밖으로 배출합니다. 에어컨의 원리와 비슷해요. 이렇게 하면 수직농장의 온습도 조절에 필요한 공조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 기술을 특허 출원하고 4세대 수직농장까지 에너지 절감에 집중해 왔습니다. 1세대에 비해 에너지 비용을 38.4%까지 줄였습니다.

비닐하우스에 비해 원가 부담이 있다 보니 작물도 잘 선택해야 합니다. 수직농장의 생산원가를 감당할 만한 작물을 선정해야 해요. 딸기는 고부가가치 작물이라 선택한 겁니다.

지금 개발 중인 5세대 수직농장은 기존 세대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4세대까지는 에너지 절감에 중점을 뒀다면, 5세대에는 로봇을 추가하기 위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로봇은 비욘드로보틱스와 함께 개발 중이고요. 비닐하우스에서는 특정 시기에만 실증할 수 있지만, 저희 수직농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실증할 수 있습니다. 비욘드로보틱스뿐 아니라 다른 로봇 기업에도 실증 기회를 열어둘 수 있을 것 같아요.

스마트글라스도 개발 중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스마트글라스를 통해 한국의 재배 농법에 따라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즈베키스탄에서 모으고 있는 데이터는 한국에도 축적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원래 스마트팜은 국내보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처럼 겨울이 없는 나라에 수출할 목적으로 개발했습니다. 겨울이 있는 나라에서는 비닐하우스로도 재배할 수 있거든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현재 육묘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국내보다 인건비가 적게 들어 반도체보다 수익률이 좋아요. 올해까지는 우리 품종을 현지에서 팔면서 수익률을 계산하고 있고, 내년에는 빠른 속도로 확장해 나갈 것 같습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법인에서만 매출 약 20억원을 올렸어요.

해외에는 딸기 스마트팜과 프랜차이즈 딸기 카페를 패키지로 묶어 판매할 예정이에요. 해외에서 국내산 딸기 수요가 많거든요. 이미 중국에는 그렇게 한 세트를 판매했어요.

이 패키지를 위해 현재 서울 역삼동에서 ‘베리하운드’라는 딸기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메뉴 개발 연구실이라고 볼 수 있어요.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종자부터 시설, ICT, 재배 컨설팅, 농기자재, 유통·가공까지 연결해 수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농가에 종자와 비료, 영양제를 공급하고 재배를 도운 뒤, 생산한 딸기를 수매해 유통하는 방식이에요. 시설을 한 번 지어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도 계속 거래가 이어지는 겁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종자입니다. 자체 품종이 있어야 농가와 지속적으로 거래할 수 있고, 유통사와의 거래에서도 협상력을 갖출 수 있어요. 해외에 종자를 판매하는 것도 결국 로열티 수익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처음부터 수익이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종자 사업은 2024년 수익률이 마이너스 139%였지만, 투자를 이어간 끝에 지난해 약 16%로 흑자 전환했습니다. 투자자들이 기다려준 덕분이죠. 현재 종자 쪽 수익률은 약 30%로 보고 있습니다. 시설과 ICT는 각각 약 15%, 재배 컨설팅은 약 20%의 수익률을 내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자재 사업처럼 저희와 맞지 않는 사업은 정리했습니다. 비닐하우스 파이프 같은 건설 자재를 미리 사들여 판매하는 사업도 했는데, 전쟁 등으로 사업이 멈추면 자재가 재고로 남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 사업은 접었습니다.

농산물 판매는 현재 B2B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B2C에서 높은 수익률을 내더라도 개별 소비자의 문의와 불만에 대응할 인력이 필요하거든요. 지금은 그 체계를 갖추기보다 B2B에서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향후 로드맵은 어떻게 되나요?

내년 하반기 충남 예산에 월드퍼밋센터를 완공하는 것이 주요 계획입니다. 전 세계에서 딸기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자기 나라에 필요한 종자와 시설, 농기자재, 재배 기술을 한꺼번에 살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딸기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딸기와 관련된 산업 전체를 수출하는 것이 목표예요.

센터에는 후배 기업들의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려고 합니다. 해외 바이어가 한 바퀴 둘러보면서 필요한 기술과 제품을 구매하고, 퍼밋은 거래를 연결해 수수료를 받는 역할을 하는 거죠. 장기적으로는 종자와 모종 등 사업별로 회사를 분리하는 구상도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올해까지는 현지에서 직접 운영하면서 수익성과 거래 방식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고, 내년부터는 확장 속도를 높이려고 합니다. 기존 우즈베키스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국에 더해 카자흐스탄에서도 제안이 들어와 진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상장도 다시 준비할 계획입니다. 내년 하반기에 상장 절차에 재도전해 내후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규모화에 필요한 시스템을 갖춘 만큼 내년에는 흑자로 전환하고, 해외 사업의 성과도 재무제표에 반영해 나가려고 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 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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