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휴램프로 대표 (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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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엑셀 함수에 지친 노무사가 만든 HR 솔루션 ‘휴램’

급여 계산은 근무 형태가 복잡할수록 어려워진다. 주 40시간 근무자의 월급을 시급으로 바꿀 때는 유급 주휴시간을 포함한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삼는다. 병원처럼 연장근무가 잦은 곳은 월 20시간분 연장근로수당을 월급에 미리 넣어 계약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실제 연장근로가 20시간을 넘으면 초과분 수당을 따로 지급해야 한다.

근무 시간이 불규칙한 곳은 계산이 더 까다롭다. 인사 담당자가 엑셀로 직접 급여를 계산하다 보면 실수가 생기기 쉽고, 이런 오류가 나중에 노동 분쟁이 벌어졌을 때 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선희 휴램프로 대표는 2012년부터 노무사로 일하며 이런 사례를 수없이 봤다. 심지어 노무사도 급여를 계산하며 실수할 때가 있었다. 그는 오류를 걸러줄 인사노무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느껴 2016년 휴램프로를 세우고 ‘휴램’을 개발했다.

다만 처음부터 급여 계산 기능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이 대표의 목표는 급여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었지만, 개발자 한 명과 시작한 상황에서 한꺼번에 만들기에는 범위가 너무 컸다. 그래서 당시 시장에서 부족하던 연차 관리 기능을 먼저 내놓았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휴램프로는 2021년부터 개발 인력을 늘려 급여 계산 기능을 고도화했다. 기존 기능을 손봐 기업이 직접 데이터를 입력하고 복잡한 급여까지 계산할 수 있는 틀을 갖췄다. 현재는 국내 ERP(전사적 자원관리) 선도업체 더존비즈온과 시스템을 연결해 근로계약서 기능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9월 15일 서울 서초구 휴램프로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노무사 일을 하시면서 IT 솔루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가 있나요?

노무사로 일하면서 엑셀에 함수를 입력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노무법인의 70%가량은 아마 직접 수식을 만들어 엑셀 파일을 쓰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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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에러가 생길 때마다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세무사들은 솔루션을 통해 업무 처리에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 “왜 우리는 저런 게 없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재무회계 분야의 데이터는 디지털화하기 좋게 정리돼 있어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 보였어요.

하지만 노무 분야에서는 근로계약서를 문서 파일로 관리하거든요. 제조 공장의 경우에는 근태 기록을 종이 대장에 작성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용자 측 의뢰인을 대리하다 보면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고 데이터를 충분히 관리했더라면 노사 분쟁 시 처벌받거나 추가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됐을 사례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노무관리 데이터를 디지털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보고자 창업하게 됐어요.

노무관리 솔루션 휴램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제가 개발자가 아닌 인문계열 전공자이다 보니 개발이 막막했습니다. 그러다 지인 소개로 만난 개발자 한 분과 3평짜리 방에서 개발을 시작했어요. 비개발자 입장에서 그분께 A4 이면지에 그림을 그리면서 “이걸 누르면 이런 화면이 나오게 해주세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처음부터 설계가 짜임새 있게 돼 있지 않다 보니 기능을 추가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고, 그렇게 4년 정도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목표는 급여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이었어요. 결국 급여가 정확해야 노동 분쟁도 줄어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급여 계산은 개발해야 할 범위가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봤습니다. 당시에는 연차 관리를 제대로 해주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더라고요. 2018년쯤 연차 관리 베타 서비스를 내놓고 광고를 했는데 하루에 몇백개 기업이 가입했습니다. 그때 이 기능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후 근로계약서와 근태, 급여 기능 등을 붙였고, 투자 유치 이후인 2021년부터 개발자들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개선했습니다. 기존 기능을 리팩토링하고 고도화하면서 기업이 직접 데이터를 입력하고 복잡한 급여 계산까지 처리할 수 있는 틀을 갖춰가기 시작했습니다.

급여 관리 솔루션이 추가된 이후로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왔나요?

급여 기능을 만들고 나니 기업이 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노동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중소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프로그램을 제공해도 어떤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지 몰라 어려워하는 기업들이 있었어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단계부터 막히기도 했고요.

급여대장을 만들려면 근로계약서에 담긴 근무 시간과 임금 같은 기본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근태와 연차, 그달에 추가로 발생한 임금 등이 합쳐져야 급여가 계산되는데, 기초 데이터가 입력되지 않으니 급여 기능까지 사용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기업이 직접 하기 어렵다면 저희가 데이터를 관리하고 입력을 대행하자는 생각으로 페이롤(급여 대행)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기업이 자료를 보내주면 저희가 휴램에 입력해 근로계약서나 급여대장을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오히려 이 대행 서비스의 반응이 더 좋았어요.

이후 연간 매출이 전년의 2배 이상으로 성장하는 시기를 거쳤고, 올해도 2배 이상 성장하고 있고요. 다만 페이롤 서비스 하나만으로 만든 성과라기보다는 이를 기반으로 다른 서비스들이 붙으면서 성장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업이 급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매일 같은 시간에 출퇴근하고 급여 변동이 없는 사업장이라면 상대적으로 단순합니다. 그런데 제조업뿐 아니라 식당이나 카페, 도소매업, 병원처럼 근무 형태가 다양하고 연장근로가 발생하는 곳은 계산해야 할 항목이 많아요. 시급제로 일하는 직원도 있고, 야간 진료를 하는 병원도 있으니까요.

고정 초과근무(OT) 수당을 정해놓았다고 계산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월 20시간의 연장근로수당을 미리 반영해 계약했더라도 실제 연장근로가 25시간이면 초과한 5시간에 대한 수당을 계산해야 합니다. 휴램은 근로계약 내용과 실제 근태 기록을 연결해 이런 차이를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중간에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가 발생하면 계산은 더 복잡해집니다. 근무한 기간에 따른 급여 계산뿐 아니라 관련 신고나 회사가 지급해야 할 금액까지 확인해야 하거든요. 이런 사례들을 사람이 일일이 처리하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기능을 만들 때 단순히 계산이나 입력의 편리성만 보지 않고, 판례나 행정 지침에서 요구하는 내용인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특히 110개가 넘는 노무법인이 휴램을 사용하면서 각자의 현장에서 겪는 사례와 요구사항을 전달해주고 있어요. 처음에는 저와 내부 노무사들의 경험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여러 노무법인의 전문 지식이 반영되면서 계산할 수 있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근로계약서 관련 기능은 현재 고도화 중이신 건가요?

현재도 판례나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지침이 바뀌면 그 내용을 살펴보고 제공하는 근로계약서 문구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변경 사항이 생기면 고객에게 “이런 내용이 바뀌었으니 이 문장을 넣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먼저 안내하는 방식입니다.

새롭게 준비하는 것은 작성된 근로계약서를 분석해 리포트를 제공하는 기능입니다. 저희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계약서는 계속 검토하고 수정하고 있지만, 기업이 문구를 바꾸거나 특약을 추가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 부분까지 분석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 분석은 노무사들의 업무 영역과도 맞닿아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노무사들과도 의견을 나누면서 기능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현재 고객사는 어느 정도 확보하고 계신가요?

현재 유료 고객사는 약 4000곳입니다. 휴램을 사용하는 노무법인도 110곳 이상 확보했습니다. 특히 새롭게 개업한 노무사들이 업무 효율화나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아 호응이 좋습니다. 앞으로 3년 안에 이용 노무법인을 1000곳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업이 직접 사용하는 서비스와 저희가 급여 업무를 대행하는 서비스, 노무법인이 사용하는 서비스 등 모델은 여러 가지지만 모두 구독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간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플랫폼이나 솔루션 기업이 전문직과 부딪히는 사례가 있어 왔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가요?

저도 노무사이기 때문에 노무사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시장을 빼앗아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상생하면서도 충분히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희가 기업의 급여 업무를 대행하다 보니 노무법인에서도 “우리도 이 프로그램을 쓸 수 있느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고객사별로 요구사항이 달라 대응하기 어렵겠다는 걱정이 있었어요. 하지만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실제로 사용하면서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해 2024년 노무법인용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노무법인을 고객사로 받으면서 원칙을 세웠습니다. 휴램을 사용하는 노무사가 관리하던 기업과는 대행 계약을 맺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저희가 고객을 대상으로 따로 영업했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예요.

저희의 고객층은 노무사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업무를 처리하려는 기업입니다. 그런 기업에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별도로 대행을 원하는 기업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요에 대응하려고 합니다. 노무법인이 관리하는 기업에 근태 관리 같은 기능이 필요하다면 함께 영업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고요.

처음에는 노무사들도 “고객에게 프로그램을 공개하면 우리와 계약을 끊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업무를 맡기는 이유는 계산 도구가 없어서만은 아닙니다. 솔루션이 계산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만들어도, 그 결과를 판단하고 책임지는 역할은 남아 있거든요. 저는 노무사가 그 역할을 맡고, 저희는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기술을 제공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인사팀의 역할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인사팀의 역할은 바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근태를 정리하고 급여를 계산하는 관리 업무는 AI가 상당 부분 맡게 될 것입니다. 이런 업무는 두 사람이 하던 것을 한 사람이 하거나, 세 사람이 하던 것을 한두 사람이 하는 형태로 바뀔 수 있겠죠. 작은 기업은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도 있고요.

대신 인사팀은 인재를 개발하는 역할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좋은 인재를 어떻게 채용할 것인지, 그 사람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할 것인지가 중요해지는 거예요. 필요하다면 전환 배치처럼 인력을 어떻게 운영할지도 판단해야 하고요.

이미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중에는 급여 업무를 외부에 맡기고 인사팀은 평가나 교육에 집중하도록 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역할 구분이 더 뚜렷해질 것 같습니다. 반복적인 계산과 관리는 기술이 맡고, 최종적인 노무 판단은 노무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인사팀은 사람과 조직의 성장에 집중하는 방향입니다.

이후 더 발전시키고 싶은 영역이 있으실까요?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화면을 찾아다니며 클릭하는 대신 말이나 채팅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AI 인사 비서를 만들고 싶습니다. “8월 급여대장을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필요한 데이터를 확인하고, “이번 달에는 전 직원에게 명절 상여금 10만원씩 추가해줘”라고 하면 그 내용을 반영하는 식입니다.

사람이 요청하기 전에 먼저 필요한 업무를 알려주는 것도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직 직원의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 재계약을 진행할지 묻거나, 입사한 직원의 근로계약서는 작성됐는데 후속 신고가 빠져 있다면 이를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이 외에도 개발해놓고도 오류를 확인하고 검증하느라 아직 출시하지 못한 기능들이 있습니다.

향후 로드맵은 어떻게 될까요?

크게는 외부 솔루션과의 연동을 확대하는 것과 AI 기능을 고도화하는 것입니다. 저희가 ‘커넥트’라고 부르는 방식은 급여 계산이나 근로계약서 기능을 모듈로 만들어 다른 서비스에 연결하는 것입니다.

기존 ERP에도 인사 기능이 있지만 복잡한 급여 계산을 처리하기 어렵거나 근로계약서 기능이 부족할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저희 기능을 붙여 기존 서비스의 인사 기능을 보완하려고 합니다. 근태 관리 기업이 급여 기능까지 제공하고 싶다면 저희 급여 모듈을 연결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더존은 저희 투자자이고, 현재 근로계약서 기능이 연동돼 있습니다. 이런 파트너십을 확대하면서 다른 서비스 안에 휴램의 인사 기능이 들어가는 ‘임베디드 HR(다른 업체 서비스 안에 인사 기능을 넣어 쓰는 방식)’의 표준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AI 기술과 관련해서는 분석용 에이전트와 업무 수행 기능을 고도화하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용자가 명령하면 처리하고 필요한 일이 있으면 먼저 보고하는 인사 비서 형태의 AI 에이전트를 붙이려 합니다. 사업적으로는 내년 손익분기점 달성이 목표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 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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