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활용 넘어 투자까지…가까워지는 게임·웹툰
게임과 웹툰 업계의 관계가 한층 더 긴밀해지고 있다. 기존 웹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게임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기업 간 지분 투자와 인수, 포괄적인 업무협약(MOU) 등으로 협력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웹툰 기업이 게임 개발사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컴투스는 지난달 말 웹툰 제작사 레드아이스스튜디오와 자회사 컴투스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레드아이스스튜디오가 확보할 주식은 108만506주로 전체 지분의 약 4.5%에 해당한다. 매매가는 계약 체결 전 거래일 종가인 주당 2600원으로 약 28억원 규모다. 거래는 오는 11월 2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레드아이스스튜디오는 ‘나 혼자만 레벨업’, ‘전지적 독자 시점’, ‘도굴왕’, ‘템빨’ 등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쌓은 IP를 보유한 웹툰 제작사다. 컴투스엔은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 가상현실(VR)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온·오프라인 콘텐츠 제작 경험도 갖췄다. 양사는 이러한 역량을 활용해 기존 작품의 사업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할 방침이다.
컴투스는 지난해 3월 개발사 오프비트에 약 135억원을 전략투자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오프비트가 개발 중인 전지적 독자 시점 IP 기반 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판권을 확보했다. 게임은 2027년 출시 예정이다. 오프비트는 레드아이스스튜디오 창업자가 설립한 알아이게임즈홀딩스의 자회사다. 알아이게임즈홀딩스 산하에는 오프비트 외 그레이게임즈라는 게임사도 있다. 알아이(RI)는 레드아이스(REDICE)의 약자다.
카카오게임즈도 웹툰 업계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8월 더그림엔터테인먼트와 웹툰 IP를 활용한 게임 개발 및 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더그림엔터테인먼트는 박태준 작가가 설립한 회사로 ‘외모지상주의’, ‘김부장’ 등 인기 웹툰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더그림엔터테인먼트의 IP를 활용해 게임 개발과 글로벌 서비스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개발 작품이나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게임 개발사 슈퍼캣과 레드아이스스튜디오의 협력도 주목할 만하다. 양사는 지난해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프로젝트 OQ’의 지식재산권(IP) 활용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슈퍼캣은 게임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레드아이스스튜디오는 이를 바탕으로 웹툰을 제작하기로 했다. 이후 올해 3월 웹소설 ‘멸귀수도전’, 7월 동명의 웹툰이 공개됐으며 이달 8일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한 ‘도깨비의세계’가 출시됐다.
검증된 IP를 바탕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기존 방식과 차이가 있다. 양사는 협력을 통해 짧은 기간 IP를 ‘웹소설-웹툰-게임’으로 확장했다. 흥행한 IP를 활용한 게임 개발도 여전히 활발하다. 웹젠은 네이버웹툰 인기작을 기반으로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 라스트 스테이지’를 개발 중이며 올해 지스타에서 선보인다. 넥슨은 웹툰 ‘템빨’을 원작으로 한 ‘템빨: 오버기어드’를 퍼블리싱할 예정이다.
웹툰 업계도 게임산업에 직접 투자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8월 게임 개발사 알아이게임즈홀딩스 지분 60%를 약 1억달러(한화 약 1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는 두 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약 500억원을 투입해 지분 약 20%를 취득할 예정이며, 산하 개발사가 제작 중인 게임의 상용화 관련 조건 등이 충족되면 약 1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40%를 더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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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계약에는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알아이게임즈홀딩스와 자회사의 누적 매출이 정해진 기간에 2500억원 이상이면 기존 주주가 웹툰엔터테인먼트에 잔여 지분 40%의 매수를 요구할 수 있다. 반대로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웹툰엔터테인먼트는 2차 거래에서 확보한 주식을 기존 주주에게 되팔 수 있다.
우선 출시될 작품인 ‘템빨: 오버기어드’의 성과가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넥슨이 퍼블리싱하고 알아이게임즈홀딩스 산하 그레이게임즈가 개발 중인 작품으로, 흥행 여부는 향후 투자 성과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양사는 향후 4년간 인기 웹툰 IP를 활용한 게임 여러 편을 개발·출시할 계획이다. 템빨 외 주요 IP로는 ‘전지적 독자 시점’, ‘투신전생기’가 있다.
이러한 행보는 웹툰엔터테인먼트의 IP 사업 전략과 맞닿아 있다. 회사는 웹툰 플랫폼에서 작품과 팬덤을 확보하는 ‘온플랫폼’ 사업을 기반으로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른 콘텐츠로 IP를 확장하는 ‘오프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라이선스 중심의 사업을 유지하면서 전략적 투자와 협력을 통해 IP 사업화에 직접 참여하고 흥행에 따른 수익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용수 웹툰엔터테인먼트 프레지던트는 2분기 서한에서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된 웹툰 IP는 작품 자체의 경쟁력과 기존 팬덤의 영향력을 꾸준히 입증해 왔다”며 “다만 기존에는 라이선스 계약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해 콘텐츠가 흥행하더라도 그 성과가 회사의 실질적인 수익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략적 투자와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며 “IP를 활용한 사업에 보다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흥행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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